[이창선 기자의 성격장애 발견과 예방 시리즈] ⓼ 회피성 성격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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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선 기자의 성격장애 발견과 예방 시리즈] ⓼ 회피성 성격장애
  • 이창선 기자
  • 승인 2023.10.20 09:00
  • 수정 2023-10-20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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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은 성격에도 장애가 있음을 알려준다. 어린 시절부터 서서히 형성되어, 성인기에 성격으로 굳어진 행동과 마음 특성으로 인해 계속 삶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며 고통스러운 이들이 있다. 정신의학에서는 이들을 인격장애(Personality Disorders)라고 하지만, 어감 때문에 성격장애라고 바꿔 말한다. 다수의 성격장애는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못 느끼지만 주위 사람들을 매우 괴롭게 하며, 대인관계나 생활에 문제가 생겨 우울·불안장애 등 여러 심각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성격장애의 예방과 치료는 중요하며, 성격장애를 이해하는 이들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기에, 각 성격장애들의 특징과 주요 원인을 알리고자 총 10회에 걸친 시리즈를 연재한다.
본 시리즈 기획특집 기사를 집필하는 이창선 전문기자는 심리학과 치료약학 전공자로서 성격심리학, 이상·임상심리학, 심리검사 해석 및 성격장애 관련 연수, 정신의학 문헌 분석, DSM-5와 ICD-10, 성격장애 학술자료 분석을 기반으로 기사 내용을 제시한다.

회피하고 싶을 때 읽어 보세요

이 기사가 공감이 필요한 분들에게 응원이 되길 희망한다. “왜 저래?” 대신 “아하! 그래서~그랬구나~”라는 공감을 듣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특히 회피성 성격장애라면 더욱 절실하다. 소개되는 10가지 성격장애 중에서, 이들은 대인관계를 매우 간절히 바라지만, 겉보기로는 상냥하지 않아 사람들이 다가가기 쉽지 않은 유형이다. 남들 옆에서 대개 무난하게 일하지만, 동료들에게 무뚝뚝하거나 쌀쌀맞고, 어딘가 어색해 보이며, 긴장한 듯, 지나치게 수줍어하는 듯 등의 모습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기편을 들어 주기를 진정으로 바라며 고통 속에 있다. ‘회피성’이란 표현에는 살기 위해 선택한 행동의 고통이 스며있다. 왜 관계를 회피할까? 정신역동이론 관점에서 보면, 성격장애로 진단되는 행동의 뿌리는 ‘살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방어’하는 것이다.

 

수치심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면 매력이 돋보인다

DSM-5에 의하면, 회피성 성격장애의 핵심특징은 자신이 부적절하고 모자란다고 생각하며 부정적인 평가를 받음이 매우 두려워 사람을 피하는 것이다. 거절당함을 너무 두려워하면서도 거부당할 거라고 매우 확신하기에, 무시와 거절로 겪을 거라고 예상되는 괴로움, 실망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그러한 불안을 줄이기 위해 사람을 미리 피한다. 그래서 이들이 친밀한 관계를 바라는지조차도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른다.

정신역동이론 관점에서 볼 때 회피성 성격장애의 주된 감정, 핵심은 ‘수치심’이다. 수치심이란 매우 불쾌한 감정을 피하기 위해 대인관계를 피하고, 자기를 보이게 되는 상황을 피해 움츠러든다. 이들의 수치심은 자신의 약한 부분을 보이는 것에 대한 두려움, 자신이 세운 어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여 부족하다고 느끼는 자의식과 관련되어 있다. 이들이 수줍고 조용하며 남의 눈에 띄지 않는 성향을 갖는 이유는 주목받는 것이 모멸을 당하거나 거절을 당하는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상한 듯한 사연은 회피성 성격장애를 가진 이들을 만나 치료해 가는 정신분석가들의 오랜 연구를 통해 알려져 왔다.

병든 수치심의 기저에는 자신이 부적절한 사람이란 자의식 및 다른 사람이 내게 분명한 호의를 보이지 않는 것은 거부나 비난하는 것이란 흑백논리, 남이 보여주는 긍정적인 반응은 무시하고 부정적인 언급만 중요시하는 왜곡이 있다. 이로 인해 불쾌감을 느끼며 만남 상황을 회피하게 된다. 따라서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신념과 생각의 왜곡을 바꿀 기회를 얻는 것이 치료를 위해 중요하다.

수치심은 무의식의 영역에 있기에, 회피성 성격장애를 가진 이들은 자신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모르므로 회피하는 태도를 버리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실제적인 상황을 언급하며 발견하도록 돕는 치료과정이 필요하다. 과거 어린 시절과의 연관성과 함께 특정한 상황에 대해 상세한 부분을 찾아감으로써, 부끄러운 느낌과 생각이 어떻게 연관되는지 더 잘 알아차리게 돕는 세밀한 치료과정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한편, 회피성 성격장애의 약점을 장점으로 바꿀 잠재력은 ‘창의성’을 가지는 것이다. 이들은 불안에서 도피하기 위해 똑같은 일을 똑같은 방식으로 반복하는 경향이 있으며, 반복 습관이 창의적인 결과를 얻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례가 알려졌다. 창의적인 상상력이 불안에서 벗어난 자유를 찾는 데 기여한 것이다. 수치심을 다루어 갈 때, 이들은 직업 현장에서 남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는 때에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는 장점을 보이게 될 가능성을 성격유형 연구자들은 예측한다.

 

구별해야 할 증상

회피성 성격장애는 사회공포증(사회불안장애)과 유사한 면이 있다. 사람들에게 평가받을 수 있는 각 상황에서 극심한 불안을 느끼거나 창피한 행동을 할까 봐 두려워하고, 땀 흘리고 숨이 가빠지는 증상 등은 공통점이다. 그러나 회피성 성격장애는 사회공포증에 비해 더 어린 시절부터 시작되고 분명한 유발 사건을 찾기 어렵다. 또한 증상이 비교적 변화 없이 지속되어 온 점에서 다르다. 생활기능 전체에서 영향을 받으면 성격장애로 보는 경우가 많다. 또한 청소년기에는 회피성 성격장애로 진단하는 것이 매우 조심스럽다. 발달단계에서 부끄러움을 느끼고 회피하는 행동을 보임이 적절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렇게 되었을까? : 수줍어하고 있는 아이들을 도와주세요

밀러라는 정신역동이론가는 수치심의 경험과 분노를 억제하는 것은 지속적인 관계가 있음을 알려주었다. 또한 수치심은 자신에 대한 생각과 관련이 있다. 회피성 성격장애가 있는 이들은 무엇을 하든 자신이 무능하며 타인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느낀다. 부끄러워하는 경향이 유전적 소인과 관련 있다는 연구들이 있지만, 성격 경향으로 발전하려면 환경에서의 경험이 있어야 한다. 중요한 경험은 당혹감, 무시당함, 거절당함, 실패함 등을 방어하는 경험들이다. 이런 과정에서 부끄러움이 형성되고 회피를 택하게 된다.

회피성 성격장애를 진단받은 이들은 유아기에 부모에게 거절당했다고 느끼면서 성장한 특징이 있다. 그러나 수치심의 기저에 깔린 원인을 가족 관계 안에서 찾기는 쉽지 않다. 자신의 가족을 보호하려는 마음과 원망하는 마음 사이에서 갈등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인지이론 견해에서는 아동기에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신념을 갖게 되는 경험의 누적이 회피성 성격장애 유발과 관련되어 있다고 본다. 자신이 부적절하고 무가치하며,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거부당하거나 비난당할 것이란 믿음을 갖는 것이다. 회피성 성격장애의 행동은 유아기나 아동기부터 낯선 사람과 새로운 상황에 대한 두려움의 형태로 시작된다. 이들은 유아기나 아동기부터 수줍어했고 고립된 상태에서 시작된다. 회피성 성격장애는 청소년기나 성인기 초기에 점점 더욱 수줍어하면서 대인관계를 회피하면서 악화된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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