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칼럼]꺼진 불도 다시 보자
상태바
[주간칼럼]꺼진 불도 다시 보자
  • 편집부
  • 승인 2023.10.19 09:00
  • 수정 2023-10-18 17: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호일/인천시장애인권익옹호기관 관장

이제 곧 다가올 11월 9일은 소방의 날이다. 상대적으로 화재가 잦았던 겨울의 초입인 11월 1일이 ‘소방의 날’이었다가 1991년 소방법을 개정하면서 화재신고 번호인 119를 상징하는 11월 9일로 ‘소방의 날’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1945년 이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불조심 표어 중 하나가 ‘꺼진 불도 다시 보자’라고 한다. 1946년부터 사용되었다고 하니 77년째 사용 중이다. 그만큼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도록 쉽고도 간결한 문구인지라 오랫동안 쓰이고 있는 것 같다. 실제로 화재현장이나 산불 발생 시 진화 이후 재발화로 의심되는 화재로 인해 큰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있어 다소 시간이 걸리고 어려움이 있더라도 완전한 진화가 꼭 필요한 이유이다. 


 지난 8월, 인천에서는 ‘꺼진 불도 다시 보자’라는 표어가 생각나는 장애인 학대 사건이 발생했다. 익명의 신고자로부터 신고되어 적발된 곳은 대부분의 미신고 시설처럼 인적이 드문 외딴곳이 아닌 도심 한가운데 빌딩의 종교시설 내에서 발생하였다. 10명의 중증장애인이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하였고 신체적, 정서적, 경제적 학대와 방임이 의심되는 정황이 드러났다. 특히 출입구의 디지털 자물쇠는 상식에 맞지 않게 오히려 내부에서 비밀번호를 눌러야만 밖으로 나올 수 있는 구조(경인일보 2023년 9월 12일자 6면, ‘손발묶였던 장애인들 구출돼도 갈 곳 없다’ 참고)였다. 이러한 수상함에 대해 주변에서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살펴봤다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미신고 시설에서의 장애인 학대 사건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보도되는 안타까운 사건이다. 지난 2020년 5월 경기도 평택에 있는 평강타운이라는 미신고 시설에서 지적장애인이 사망하면서 문제의 심각성이 주목받아 당시 보건복지부의 전수조사를 통해 9곳의 미신고 시설(인천 강화군 1곳 포함)이 적발되기도 했는데 이러한 문제가 터지면 보건복지부는 미신고 시설 관리규정 강화, 미신고 시설폐쇄 및 근절, 운영자에 대한 엄벌, 지자체별 미신고 시설 파악 및 폐쇄 등을 위한 상시 관리체계를 마련하겠다고 하지만 공염불에 불과하다. 이번에 문제가 된 부평구 미신고 시설의 경우도 이미 지난 2016년 미신고 시설 운영으로 적발되어 행정처분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후에 관할 지자체의 관리 소홀로 인해 안타깝게도 꺼진 불이 다시 살아나듯 이번에 또다시 장애인 학대가 발생한 것이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의 장애인과 관련된 2가지 문제를 살펴보고 재정비해야 한다. 먼저, 그들이 미신고 시설밖에는 갈 수 없었는지 살펴봐야 한다. 거의 1대1 수준의 돌봄이 필요한 중증장애인들에게 대다수의 장애인시설에서 기존 인력과 예산 부족을 이유로 그들의 손을 잡아주지 않는다면 가족 돌봄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호자는 부득이하게 미신고 장애인시설에 입소한 걸 그나마 다행으로 여기지는 않았을까? 그들이 지역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충분한 장애인활동지원 시간을 배정해 줄 수 있다면 장애인주거전환지원센터 등의 지원으로 자립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함께 고민하고 개별 장애인 당사자에게 가장 나은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둘째, 장애인 학대 대응체계에 대한 아쉬움이다. 장애인 학대에 대한 신고접수와 조사 및 지원이 주 업무인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학대 사건 때마다 필요한 조치를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서 해결해 나갔다. 하지만 이번처럼 10명의 중증장애인에 대한 지원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가장 가깝게 협력을 구할 수밖에 없는 학대피해장애인쉼터는 정원(8명)의 절반(4명)밖에 입소할 수 없는 시설과 인력구조인지라 쉼터 본연의 기능을 다 할 수 없는 구조였다. 평소 병원의 응급실처럼 언제 발생할지 알 수 없는 장애인 학대에 대응하기 위해 빠른 시일내에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지만 지금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다행히 내년 중으로 시설도 옮기고 인력도 충원하겠다고 하는데, 문제는 언제일지 벌써 걱정이 앞서는 게 한낱 나의 기우이기를 바란다. 


 장애인거주시설과 단기보호센터의 큰 도움이 있었기에 그나마 버틸 수 있었지만, 아직도 완결되지 않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장애인 미신고 시설에 대해 ‘꺼진 불도 다시 보자’라는 불조심 표어가 주는 교훈을 잊지 말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