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타고 방방곡곡]부산 자갈치 찍고 태종대...정(情), 삶, 꿈이 살아 있는 바다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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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타고 방방곡곡]부산 자갈치 찍고 태종대...정(情), 삶, 꿈이 살아 있는 바다에 가다
  • 편집부
  • 승인 2023.09.01 16:55
  • 수정 2023-09-05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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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시즌이 지났다. 휴가시즌 가는 곳마다 사람이 넘쳐나던 부산도 다시 차분해지고 있다. 비장애인이 그득해 오히려 장애인은 탈 수 없던 열차의 장애인 객실이 다시 장애인들에게 허락되는 때이기도 하다.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간다. 당일치기 여행이다. 자갈치시장에 들러 제철 생선을 골라 먹으며 정을, 태종대 곳곳에서 인생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멀리 푸르게 펼쳐져 있는 바다를 보며 꿈의 유통기한을 생각한다. 일만 년쯤이면 좋으려나?
전윤선_무장애 칼럼니스트

여름 휴가시즌인 열정의 시간이 지난 부산은 차분해지고 있다. 장애인에게 휴가철은 오히려 소외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장애인 객실이 있어도 없는 것이 천지이기 때문이다. 장애인 객실은 장애인, 비장애인 상관없이 먼저 예약하는 사람이 임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넓은 장애인 객실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시즌에는 더 비싸게 객실을 판매한다. 그렇다 보니 장애인은 휴가시즌에 무장애 객실을 구하기란 하늘에 별따기다. 장애인 여행은 시즌을 피하는 전략도 필요하지만 이런 전략이 필요하지 않게 제도적 정비가 더욱 절실하다.

 

문턱 없는 자갈치시장, 골라먹는 재미 쏠쏠

전동휠체어 산책에 딱인 태종대 한 바퀴

 

부산으로 향하는 기차에 올랐다. 부산은 KTX, SRT 등 고속열차가 수시로 운행해 당일 여행지로도 손색없다. 부산역에서 내려 지하철 타고 자갈치 시장으로 향했다. 자갈치 시장은 부산을 대표하는 여행지 중 한 곳이어서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자갈치 시장에는 방금 건져 올린 싱싱한 삶이 펄떡이고 있었다.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 정겨운 부산 사투리가 사방에서 파노라마처럼 춤춘다.

▲ 태종대에서 바라보이는 푸른 바다. 태종대 절벽에는 볼거리와 체험할 것도 많다. 그러나 휠체어로는 접근 불가.(사진=부산시청)
▲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 자갈치시장에 생생한 삶과 정이 살아 있다.(사진=부산시청)

 

▲자갈치시장엔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싱싱한 회 한접시 뚝딱했다.

 

살아 꿈틀대는 싱싱한 제철 생선을 싸게 살 수 있고 식당에서는 생선 굽는 냄새가 허기진 배를 자극한다. 더이상 참지 못하고 생선구이를 먹으러 아무 식당이나 들어갔다. 자갈치 시장 식당 대부분은 문턱 없는 곳 천지여서 휠체어 탄 여행객도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민생고를 해결하고 영도다리 쪽으로 광장을 따라 걸어갔다.

영도다리는 주말에는 2시에 개도돼 다리가 올라가는 것은 볼 수 없었다. 다리가 올라가지 않는다면 다리를 건너면 더 현장감 있고 실감 나겠지. 영도다리를 휠체어를 타고 건너니 여행자의 삶이 꽤 괜찮게 느껴졌다. 다리를 건너자 <굳세어라 금순아> 노래비와 가수 현인 선생님의 동상을 비롯한 조형물들이 반겨준다. 이곳의 작품은 개항기부터 최근까지 영도다리 근처에 얽혀 있는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이다.

영도다리를 건너 영도경찰서 버스정류장 앞에서 30번 저상버스를 타고 태종대로 달렸다. 부산에는 저상버스도 많아 가끔 저상버스를 이용한다. 한참을 달려 태종대 앞에서 내렸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심취할 수 있는 해안 절경 ‘명승’ 태종대는 휠체어 타고 섬 한 바퀴 산책하기 좋은 코스다.

▲ 영도다리 앞에 있는 <굳세어라 금순아> 노래비와 가수 현인의 동상

 

먼 바다를 내려다보는 순직 선원 추모비

남항 조망지 앞 모자상, 다시 살아보기로!

 

태종대를 한 바퀴 도는 다누비 열차에는 리프트가 설치돼 있어 수동휠체어를 타거나 보행이 어려운 여행객에게 이동 편의를 제공한다. 하지만, 전동휠체어를 타고 굳이 다누비 열차를 이용하기보다는 천천히 걸어서 태종대 구석구석 여행하는 맛이 훨씬 좋다. 태종대 한 바퀴는 4.3㎞ 정도로 전동휠체어로 산책하기 충분하고 풍경도 오래도록 마음에 담을 수 있는 곳이 즐비하다. 먼저 오른쪽으로 태종대를 한 바퀴 돌기로 했다.

자갈마당광장에 숲이 우거진 오솔길 끝에 순직 선원 추모비가 있다. 조국을 떠나 멀리 망망대해 파도를 헤치며 원양 어로 작업 중 불의의 사고로 이역만리 타국에서 세상을 떠난 바다의 개척자의 넋을 위로하고 기념하기 위해 1969년에 비를 세웠다.

순직 선원 추모비가 있는 곳에서 보이는 태종대 바다 위에는 수많은 어선들로 가득하다. 움직이는 어선도 있고 그냥 바다에 부유하는 어선도 있다. 이곳은 둘만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한 연인들도 찾는다. 바다는 미동도 없이 잔잔한 물결을 유지한다. 가끔 지나가는 유람선이 파도를 일으키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평정을 찾아간다.

▲ 순국 선원 추모비가 있는 언덕에는 둘만의 시간이 필요한 연인들에게도 안성맞춤이다. 내려다보이는 바다에는 배들이 처연하게 떠 있다.

 

발길을 돌려 남항 조망지로 향했다. 남항 조망지는 데크로 만들어져 누구나 접근하기 쉽다. 근처 ‘모자상’은 세상을 비관해 전망대에서 삶을 마감하려는 사람에게 어머니의 진한 사랑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삶의 안식과 희망을 얻을 수 있는 조각상이다. 얼마나 힘들면 삶을 스스로 마감하려 했을까. 그런 사람을 어머니의 마음으로 사회가 품어주고 울타리가 되어주는 안전망을 갖춰야 한다.

남항 조망지에서 조금 더 가면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는 장애인 화장실도 있어 볼일도 보고 잠깐 숨도 돌릴 수 있는 중간 쉼터이다. 간단한 먹거리와 음료도 판매해 잠시 쉬어가기 좋다. 전망대에서 잠시 넋을 놓고 바다 멍을 하다 발길을 옮긴다.

태종대 절벽에는 볼거리와 체험 거리도 많지만 휠체어 탄 여행객은 볼 수 없다. 아무리 멋있는 곳이라고 해도 휠체어 탄 내가 접근할 수 없는 곳이라면 보나마나 멋지지 않을 테니까 패스!

▲ 태종대 산책로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한바퀴 돌기에 안좋다. 전동휠체어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은 다누비 열차를 타면 된다.

 

수국으로 유명한 태종사

꿈의 유통기한은 일만년

 

빼곡한 나무가 우거진 산책길을 따라 태종사로 향했다 태종사로 내려가는 길은 약간의 경사가 있어 휠체어 탄 여행객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태종사는 수국으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태종사 입구는 경사가 있어 활동지원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대부분의 사찰이 그러하듯 태종사도 대웅전에는 휠체어 탄 여행객은 들어갈 수 없다. 태종사 마당을 빙 둘러보고 종착지인 다누비 열차 출발지에 도착했다.

인생에서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천천히 걷고 자세히 보면 짙어진 지난날의 시간의 흔적이 보인다. 삶이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꿈꾸고 그리워했던 일을 떠올려 본다. 꿈의 유통기한을 정해야 한다면 만년으로 하고 싶다. 그쯤이면 인류는 우주 어딘가로 여행하고 장벽 없는 세상이 돼 있을 테니까.


무장애 여행 정보

*가는 길

-부산까지는 열차 이용

-부산역→자갈치시장

부산 장애인콜택시 두리발 즉시콜(051-466-8800/또는 앱 이용) 이나

부산지하철 1호선(자갈치역 하차), 부산역 1번출구 앞에서 저상 시티투어 버스 그린라인을 이용한다.

-영도→태종대

영도경찰서 버스정류장 앞에서 30번 저상버스을 이용한다.

 

*접근 가능한 식당

-자갈치시장의 식당들은 대부분 문턱이 없다.

-태종대 앞에도 많은 식당들이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다.

 

*접근 가능한 화장실

-자갈치 시장 건물

-태종대 다누비열차 정류장

-태종대 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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