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선 전문기자의 성격장애 발견과 예방 시리즈] ⓸ 반사회성 성격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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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선 전문기자의 성격장애 발견과 예방 시리즈] ⓸ 반사회성 성격장애
  • 이창선 기자
  • 승인 2023.08.22 15:00
  • 수정 2023-08-21 1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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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은 성격에도 장애가 있음을 알려준다. 어린 시절부터 서서히 형성되어, 성인기에 성격으로 굳어진 행동과 마음 특성으로 인해 계속 삶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며 고통스러운 이들이 있다. 정신의학에서는 이들을 인격장애(Personality Disorders)라고 하지만, 어감 때문에 성격장애라고 바꿔 말한다. 다수의 성격장애는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못 느끼지만 주위 사람들을 매우 괴롭게 하며, 대인관계나 생활에 문제가 생겨 우울·불안장애 등 여러 심각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성격장애의 예방과 치료는 중요하며, 성격장애를 이해하는 이들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기에, 각 성격장애들의 특징과 주요 원인을 알리고자 총 10회에 걸친 시리즈를 연재한다.
본 시리즈 기획특집 기사를 집필하는 이창선 전문기자는 심리학과 치료약학 전공자로서 성격심리학, 이상·임상심리학, 심리검사 해석 및 성격장애 관련 연수, 정신의학 문헌 분석, DSM-5와 ICD-10, 성격장애 학술자료 분석을 기반으로 기사 내용을 제시한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사이코패스를 알아보는 눈

정신의학에서 사이코패스(psychopath)는 ‘타인의 감정에 공감 못 하며 남의 권리와 감정을 무시하는 특성을 가진 사람’, 반사회성 성격장애를 가진 이들을 지칭한다. 반사회성 성격장애의 가장 특징적인 양상은 타인의 권리를 무시하거나 침해하는 행동양식이 생활 전반에 나타나고, 15세 이전부터 ‘품행장애’가 시작된 것이다. 품행장애란 사람과 동물을 공격하거나, 재산을 파괴하거나, 사기나 절도의 범죄를 하거나, 중대한 규칙을 위반하는 등의 행동을 반복하여, 남의 권리를 훼손하고 사회의 규칙을 지키지 않는 모습이다. 반사회성 성격장애는 범죄에 연루되는 경우도 흔하며, 타인의 소망이나 감정을 무시한다.

정신의학에서 사이코패스를 알아볼 때 확인하는 주요 특징은 ‘공감의 결여, 부풀려진 자기평가, 얄팍한 매력’이다. 진단기준 연구에 대해 종합적인 견해를 반영한 DSM-5 연구진들은 ‘공감 능력이 없고, 자기에 대한 평가가 과장되고 오만하며, 열정적으로 토론을 하고 언변이 좋아 그 주제를 모르는 사람에게 인상을 남기는 얄팍한 매력’을 꼽는다.

소시오패스(sociopath)라는 명칭도 반사회성 성격장애를 가진 이들을 지칭한다. 일부 사회심리학자들이 반사회성 성격을 갖는 배경에서 양육 경험과 같은 환경 영향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소시오패스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는 세부적인 개념 차이는 있으나, 두 용어 모두 반사회성 성격장애와 관련이 있다.

 

정신건강에서 중요한 공감 능력

DSM-5의 진단명인 반사회성 성격장애라는 말은 ‘범법행위 등의 외적 현상’이 더 중시된 개념인 반면에, 사이코패스는 ‘타인의 고통에 눈도 깜짝 않게 공감능력이 결여된 것과 성실성이나 정직,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음’에 더 초점을 둔 개념이다.

공감능력에 더 무게를 두는 용어가 존재하는 배경에는 타인의 고통을 아랑곳하지 않는 등의 반사회성 성격을 가진 사회적 강자가 법을 빠져나가거나, 자신에게 유리하게 법을 고쳐서라도 범법행위를 피하는 현상이 있다. 이로 인해 현행법 위반 등에 초점을 두게 되면 진단에서 사회적 강자 위치에 있는 이들을 놓친다는 주장이 정신의학계에서 제기된 바 있다. 미국과 유럽의 정신의학계에서는 스탈린처럼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이 없이 권위주의적인 지배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폭력을 사용하는 독재자의 반사회성 성격 특징에 대한 연구도 제시했다. 연구들의 한계점은 한정된 역사 기록을 근거로 추측하는 것이기에, 반사회성 성격장애로 단정 짓지는 못하는 것이다.

 

반사회성 성격장애 진단에서의 주의점

겉보기에는 반사회적인 행동이지만, 실제로는 자신을 보호하는 생존 수단으로 행동한 경우에는 반사회성 성격장애로 진단함은 잘못이다. 또한 반사회성 성격장애의 특성을 보이지 않으면서도 이익을 얻기 위한 범죄 행동을 한 경우와는 구별해서 진단해야 하기에, 임상현장에서는 잘못 진단하지 않고자 노력한다.

반사회성 성격장애를 가진 이들은 거짓말과 속임수를 쓰는 것이 특징이기 때문에, 진단할 때는 주위 사람들에게 이들에 대한 정보를 받아 체계적인 임상적 평가 결과와 함께 통합해 고려함이 매우 도움이 된다. 이처럼 누군가를 반사회성 성격장애로 진단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훈련받은 임상의에 의해 철저한 평가를 거쳐 이뤄져야 한다.

 

어떻게 이렇게 되었을까?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연구들을 보면, 품행장애였다가 성인기에 반사회적 성격장애로 될 가능성을 높이는 주요 요인들은 아동 학대나 방임, 불안정하고 일관성 없는 양육 방침이다. 부모가 범죄 행위에 대한 부끄러움이 없거나, 음주, 마약 문제가 있는 경우 등을 포함하여, 부부간에 자주 싸우는 부모, 자녀에 대한 태도가 거칠고 거절을 잘하며, 엄격하게 지배하면서 무관심한 부모가 왜 자녀의 반사회성 성격장애 유발과 관련이 있을까?

정신분석적 입장에서는 유아기에 양육자와의 관계 문제로 인해 기본적인 신뢰가 형성되지 못하면, 아이는 폭력적인 방법으로 타인과 관계를 맺으려는 시도를 하며, 상대의 입장에서 느끼는 공감능력 및 도덕성과 관련된 초자아가 발달하기 어렵다고 본다. 이로 인해 타인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에 대해 불안해하거나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며, 도덕성 및 남을 배려하는 생각이 결여된 것으로 설명한다.

정신건강에 열악한 가정환경은 가정 폭력을 숨기는 중상류층 집안에도 있다고 정신과 전문의들은 제시한다. 매 맞는 아내나 남편이 사회적 지위를 잃고 싶지 않아 참을 수 있을 때까지 버티는 경우는 자녀교육에 매우 위험하다. 정신과 의사들이 경고하는 현상 중에는 때리고 나서 배우자에게 미안한 마음에 비싼 선물을 사주고, 아이를 부부 싸움에서 자기편으로 삼으려고 선물로 아이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하는 행동이 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피해자의 침묵을 돈으로 살 수 있다면 폭력도 괜찮으며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된다고 배워간다. 폭력 사실이 집 밖으로 새 나가면 안 됨을 강조하여 부부간의 다툼에서 아이가 힘든 상황에 대처할 방법을 스스로 찾을 수밖에 없게 할 때, 더 악화된 경우는 아이는 자기만족을 위해 타인을 이용하기 시작하며 자기 행동 결과에는 무관심한 태도를 키우게 되고, 모든 것이 금방 따분해지면서 위험한 취미를 즐기게 되는 방향으로 빠져갈 수 있다. 반사회성 성격장애로 진단된 이들의 특징적인 과거력은 아동기나 청소년기부터 거짓말, 폭력 등의 모습을 보인 점이다. 청소년기에 이러한 품행 문제를 보일 때 치료되지 못하면, 친밀하고 책임감 있는 관계, 타인을 사랑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너무나 손상된 상태로 자라가는 비극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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