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선 전문기자의 성격장애 발견과 예방 시리즈] ⓷ 조현형 성격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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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선 전문기자의 성격장애 발견과 예방 시리즈] ⓷ 조현형 성격장애
  • 이창선 기자
  • 승인 2023.08.05 10:00
  • 수정 2023-08-07 1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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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은 성격에도 장애가 있음을 알려준다. 어린 시절부터 서서히 형성되어, 성인기에 성격으로 굳어진 행동과 마음 특성으로 인해 계속 삶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며 고통스러운 이들이 있다. 정신의학에서는 이들을 인격장애(Personality Disorders)라고 하지만, 어감 때문에 성격장애라고 바꿔 말한다. 다수의 성격장애는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못 느끼지만 주위 사람들을 매우 괴롭게 하며, 대인관계나 생활에 문제가 생겨 우울·불안장애 등 여러 심각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성격장애의 예방과 치료는 중요하며, 성격장애를 이해하는 이들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기에, 각 성격장애들의 특징과 주요 원인을 알리고자 총 10회에 걸친 시리즈를 연재한다.
본 시리즈 기획특집 기사를 집필하는 이창선 전문기자는 심리학과 치료약학 전공자로서 성격심리학, 이상·임상심리학, 심리검사 해석 및 성격장애 관련 연수, 정신의학 문헌 분석, DSM-5와 ICD-10, 성격장애학술자료 분석을 기반으로 기사 내용을 제시한다.

개성 넘치는 성격과 성격장애 및 조현병의 차이는?

누구와도 다르다는 평을 들을 만한 독특한 사람이 있다. 주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관계치 않고 그 순간에 경험하는 자신만의 느낌과 신념에만 집중해 행동하면서, 관습에는 무심하고, 초현실과 추상적인 사고에 몰두하며, 별난 습관과 기이한 행동을 자주 하는 사람. 이 유형에 속한 사람으로 알려진 한 외국인은 자신의 집에 유령이 함께 살고 있다고 믿으면서, 모기를 잡기 위해 모기장 설치 대신에, 집에 모기를 잡아먹는 박쥐를 데려왔다. 이 사례는 대학에서 성격심리학 보조교재로 사용된 ‘성격의 자화상’ 저서에 실린 내용이다. 이렇게 독특한 성격은 조현형 성격장애 특징과 겹치는 모습이 있다. 그럼 ‘개성 넘치는 성격’과 ‘조현형 성격장애’는 어떻게 다른 것일까?

친밀한 관계를 그다지 필요로 하지 않는 개성파라 할지라도, 대인관계에서 즐거움을 거의 경험하지 못하고 적절한 대인관계를 맺는 방법을 모르며, 낯선 이를 대할 때 극심한 불안을 느끼는 수준이라면 성격장애로 진단될 기준에 부합된다. 청소년기부터 진행되어온 부적응적인 행동의 반복에 의한 ‘고통과 전반적인 생활에서의 부적응’은 DSM-5가 성격장애 진단에서 중요하게 고려하는 문제이다. 따라서 성격병리가 있는지 확인할 때는 자신의 개성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불편해짐을 알아차릴 수 있는지, 서로 다른 점을 수용해주는지 및 주변 사람들과 잘 지내기 위해 사소한 노력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가 중요하다. 이런 모습이 없다면 성격장애를 시사한다.

한편, 조현형 성격장애(Schizotypal Personality Disorder)라는 명칭은 정신분열을 유발하기 쉬운 성격적 특성을 의미하는 'schizotypy'라는 용어에서 유래한다. 자기 정체성이 희미해져 자신이 누구인지 확실하지 않으며, 사고와 감정, 소망, 충동의 심각한 갈등에 의하여 괴로움을 느끼는 것이다. 이렇게 정체성이 희미해짐으로 인해 타인과의 관계에 문제를 갖게 된다. 조현형 성격장애였다가 조현병이 발병하는 양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조현형 성격장애는 조현병과 달리 명확한 망상은 없지만, 조현병에서 나타나는 지각의 왜곡이나 사고의 이상이 조현병보다 약화된 형태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형 성격장애가 아닌 이들의 경우보다 일차 친족들에서 조현병 환자가 상대적으로 많다.

 

조현형 성격장애의 핵심 특징

조현형 성격장애의 가장 특징적인 양상은 대인관계 맺는 것을 심하게 어려워하고 사람들과의 교제를 불편해하는 것이다. 친밀한 대인관계에 대한 불안감이 현저하고, 관계를 맺는 능력이 매우 제한적이다. 이들이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함은 인지와 지각이 왜곡되고, 기이한 생각이나 행동을 하는 것과도 관련 있다. 비록 대인관계가 부족해서 불행하다고 토로하는 경우도 있지만, 친밀한 접촉에 대한 욕구가 적은 특징도 있다.

DSM-5 연구자들에 의하면, 조현형 성격장애를 가진 이들은 반드시 만나야만 한다고 자신이 여기는 경우에만 사람과 접촉을 하고, 대개는 남과 어울리지 않는다. 이유는 자신이 남들과 다르고 그냥 어울리고 싶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또한 같은 환경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사람과의 만남이라도 만나는 상황을 불안해 하며, 친하지 않은 사람이 관여된 경우에는 더욱더 불안해 한다. 다른 사람들의 동기를 의심하기에 불안하다. 예를 들어 직장 동료들이 상사와 함께 자신의 명성을 훼손시키려 한다고 믿는 것이다. 저녁 회식에 참석했다면, 이들은 시간이 갈수록 편안해 하기보다는 더 긴장하고 의심스러워한다. 이외에 잘 맞지 않는 옷을 입는 등의 부적절한 옷차림을 하거나, 통상적인 사회 관습에 대해 주의하지 않는 것도 주요한 특징이다.

 

어떻게 이렇게 되었을까?

조현형 성격장애로 진단된 이들은 흔히 아동기부터 주위 사람들과 관계를 피하는 경향을 보이고, 공상의 내용이 기이하며, 특이한 놀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업성취가 낮은 경향도 있다. 이들의 어린 시절 가족의 특징에 대한 연구자들에 의하면, 조현형 성격장애를 가진 이들이 성장한 가족의 분위기는 냉담하고 정서를 서로 표현하고 지지해 주는 교류가 적었다. 유아기에 부모와의 애착 관계가 불안정하고,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무관심과 무시를 받으며 성장했다는 보고도 있다. 부모와의 애착이 중요한 이유는 대인관계 형성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어린 시절의 경험들로 인해 다른 사람과의 관계 형성을 격려받지 못할 뿐 아니라, 의사소통 기술도 제대로 학습하지 못했다는 것이 가장 알려진 설명이다.

조현형 성격장애도 그동안 소개한 편집성, 조현성 성격장애와 마찬가지로 아동기와 청소년기에는 또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거나, 외톨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회공포증을 어린 시절부터 경험하며, 특이한 생각이나 말, 기이한 환상 등을 표현하는 모습을 분명하게 보인다. 따라서 기이하고 편벽된 아이라고 생각되어 쉽게 따돌림의 대상이 된다. 조현형 성격장애로 발전해 가는 과정 중의 특징이 청소년기에는 일시적인 정서적 혼란처럼 보일 수 있다. 이와 같은 청소년을 보고 있다면, 마음 치료의 자리로 이끌어야만 한다.

 

변화의 희망은 있다

조현형 성격장애 치료결과 대한 연구는 매우 드물긴 하지만, 구체적인 사회적 기술 훈련 등의 인지행동적 치료와 약물치료가 기이한 말과 행동 및 대인관계 맺기를 하지 않는 상태의 개선에 도움이 되었다는 소식이 있다. 특히 사회에서 고립되는 어려움에서 벗어나도록 이끄는 네 가지 전략이 유명한 인지치료자 벡(Beck)과 프리만(Freeman)에 의해 개발되어 효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첫째, 혼자 고립되어 있는 정도를 줄이기 위해 치료자와 건전한 관계를 맺어가는 것이다. 둘째, 이러한 치료적 관계를 통해 진행하는 것은 사회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기이한 행동 대신에 적절한 행동을 늘려가기 위해서, 사회적 기술 훈련과 적절한 언행의 모방 학습을 돕는 것이다. 셋째, 치료 회기를 구조화하여 체계적으로 진행하는 방법이다. 이는 두서없는 생각을 표현하는 것에 의해 치료가 방해받지 않게 하는 효과가 있다. 넷째, 자신의 생각을 스스로 평가할 때 조현형 성격장애를 가진 이들은 주관적인 느낌만으로 하는 경향이 있다. 치료과정에서는 정서적인 느낌보다는 보이는 증거에 의해 생각을 평가하도록 안내하고 학습시킨다. 이러한 치료적 접근을 통해 조현형 성격장애를 가진 이들의 고통을 덜어낼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비록 치료의 장으로 가게 함이 어렵더라도 이들을 주위에서 포기하지 않고 이끄는 노력이 있다면, 우리 사회는 함께 더 건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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