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칼럼] 장애인 정치의 존엄과 가치
상태바
[주간칼럼] 장애인 정치의 존엄과 가치
  • 편집부
  • 승인 2023.07.20 09:10
  • 수정 2023-07-18 15:28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진용/장애인법연구소 소장, 법학박사

우리 헌법은 제10조에서 모든 국민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천명하고, 누구든지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제11조). 하지만 누군가 장애인이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않고 국가에 의해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이 확인되고 보장되는가에 대해 물어 온다면 그렇다고 쉽게 대답하기는 어렵다. 여전히 정치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편 가르고 있고, 시대착오적인 시설을 옹호하고, 복지와 입법 절차의 측면에서도 기계적인 형식적 평등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헌정 상 장애인 정치인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장애인의 정체성을 가진 최초의 국회의원은 2004년 소수자를 배려한다는 명목으로 비례대표를 통해 등장했다. 그 후 장애인단체들은 앞다퉈 이른바 정치권에 줄을 대려고 하였고, 당선된 의원은 장애의 정체성 및 계층적 이익의 실현과는 거리가 먼 거대 정당의 홍보 도구로 전락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러한 면에서 볼 때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비례대표)의 활약은 가히 발군이다. 김 의원은 장애의 이슈가 충돌하는 곳 어디라도 장애의 정체성을 알리는 데 주저하지 않았으며, 지난 3년간 150건이 넘는 법안을 발의했다. 또 지난 6월 14일 대정부 질문에서는 정제된 언어와 차분하고 논리적 언변으로,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고발인 이의신청권이 삭제되면서 흠결이 생긴 장애인 피해자의 구제방법 대안으로 ‘장애인학대처벌특례법’의 도입 필요성을 설득하면서 형사소송법 개정을 주도했던 야당 의원들에게까지 기립박수를 받으면서 장애인 의원의 존엄과 가치를 증명해 내었다.

생산성과 효율이 주요 목적인 경쟁적 사회는 장애를 국가의 전 영역에서 고립시키고 있으며 정치의 영역에서도 그 예외는 아니다. 김 의원의 말대로 국회에는 더욱더 다양한 목소리가 필요하며 다양한 소수자들과 함께 많은 장애인들이 국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정치는 계속적인 성과에 대한 계승이 정책으로 이루어진다. 장애인 직업정치인으로서 초선에서 해왔던 일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린다면. 견고한 장애인 정책적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우며 여러 장애인 의원들이 노력했던 입법적 노력에 대한 ‘인적, 정책적 상속절차’가 필요하다.

올해 타계한 미국의 장애운동가, 입법정책가이자 정치가인 ‘쥬디스 휴먼’은 자신의 책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변화는 결코 우리가 생각한 속도에 맞춰 찾아오지 않는다. 수년에 걸쳐 많은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고, 전략을 세우고, 공유하고,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만 찾아온다. 점진적으로, 고통스러울 만큼 천천히 변화는 시작된다. 그러다 갑자기 아무런 예고도 없이 무언가가 살짝 기울어질 것이다.”

장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장애인의 존엄을 보장받는 일은 매우 정치적 영역이며 이는 장애인 계층이 넓은 안목으로 치밀하게 준비해야 하며 평등의 가치에 걸맞게 적극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장애인의 존엄과 가치를 위해 늘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김예지 의원의 건투를 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박은하 2023-07-20 12:08:45
장애인에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뀔수 있도록 이런글들이 계속해서 씌여지면 좋겠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