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센터 법제화,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장애인복지법 개정은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기본 이념에 반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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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센터 법제화,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장애인복지법 개정은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기본 이념에 반하는 것”
  • 편집부
  • 승인 2023.06.22 10:15
  • 수정 2023-06-22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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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호_인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기본 방향과 철학을 무시한 장애인복지법 개정으로 인해 장애인 당사자들을 대변하지 못해 권익이 저하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전 지체장애인협회 사무총장)의 ‘장애인복지법’ 개정안 발의로 전국의 장애인자립생활센터들의 혼란이 상당하다. ‘장애인복지법’ 개정안 발의 이유로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장애인복지시설의 성격을 띠고 있음에도 장애인복지시설법에 해당되지 않아 회계 및 감사 등의 관리감독에 한계가 있다는 점, 또한 마찬가지 이유로 재정 건전성 및 사업 확대, 종사자 처우 개선 등 여러 운영의 어려움과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이 거론됐다.

이런 이유로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은 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장애인복지시설에 포함되도록 하는 ‘장애인복지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이 과정에서 찬성과 반대의 의견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종성 의원이 전 지장협 사무총장이었던 사실을 감안해 지장협 지회로 소속되어 있는 많은 장애인자립생활센터들이 이 개정안과 함께하고 있음에 무게추가 이미 기울어져 있다는 점은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할 수밖에 없다. ‘장애인복지법’ 개정안과 관련해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소속 단체인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의 입장은 이러하다. 첫째, ‘장애인복지법’상 시설에 해당되지 않아 회계 및 감사 등의 관리 감독에 한계가 있다는 점은 이유가 되질 않는다. 이미 지자체별 IL 지원 보조금을 교부받는 단체들은 사회복지 재무회계 규칙을 따르고 있으며 최소 1년에 한 번 이상을 지자체로부터 지도점검을 받는다. 지도점검을 통해서 회계 집행의 적절성, 사업의 적절성 등을 지자체로부터 관리감독을 받고 있다. 이 외에도 예산의 전용과 사용범위 등에 대한 집행 과정에도 수시로 공문을 통해 지자체와 논의 과정을 거치도록 하고 있으며 지자체의 승인 없이 예산의 전용과 사용은 불가한 시스템으로 되어 있다.

둘째, 종사자 처우에 관한 문제. 종사자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면 종사자 인건비 테이블을 별도로 요건을 갖추어 마련하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미 ‘사회복지시설법’에 해당하는 기관 종사자들도 생활시설이냐 이용시설이냐 또는 세부적으로는 복지관이냐 보호작업장이냐에 따라 별도의 인건비 테이블이 갖추어져 있다.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기준으로 어떤 처우로 어느 정도 수준으로 개선을 할 것인가는 ‘사회복지시설법’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충분히 가능한 부분이다. 인천시의 경우 종사자 인건비 테이블이 이미 마련되어 있는 상황이다.

셋째, 사회복지시설로 들어갈 경우 사회복지시설에서 요구하는 종사자 자격 기준을 갖춰야 한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사회복지사 자격을 요하게 되는데, 현재 많은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는 사회복지사 자격이 없더라도 장애인권익에 대한 이해와 장애 당사자의 감수성 등 자립생활센터의 철학적 토대와 이해관계가 맞는다면 얼마든지 함께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복지시설로 들어가게 되면 자립생활 이념과 장애 당사자주의에 입각한 생각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사회복지사 자격이 없다면 종사자로서 자격을 갖출 수 없게 된다는 뜻이 된다. 이는 비장애인을 제외하고도 사회복지사 자격이 없는 장애 당사자들이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차단되는 것이다. 따라서 자립생활센터의 기본 토대인 당사자주의가 사라질 수 있을 거라는 우려를 낳게 된다.

넷째, ‘장애인복지법’상 사회복지시설로 들어가는 것은 사회복지시설의 시설설치 기준을 따져봐야 한다. 사회복지시설은 그 시설별 규모와 면적 등을 고려하도록 되어 있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현재 이런 기준보다는 지역에서 장애인 당사자가 지역사회 내에서 자립생활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판단되면 언제든지 고유번호를 등록해 설립할 수 있게 돼 있다(보조금 지원에 대한 부분은 향후 문제). 그렇기 때문에 많은 자립생활센터들이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생겨나는 것이 가능했고 장애인의 탈시설 문제, 이동권 문제, 생존권 문제, 활동지원서비스 제도의 문제 등에 장애인의 직접 참여가 가능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운동성’이라 부를 수 있는 자립생활센터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복지시설로 들어가는 순간 자본이 있는 자만이 그 기준을 갖출 수 있을 것이고, 이는 생존권에 당면한 많은 장애인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결국 엘리트주의로 다시 회귀해 복지관의 실패를 바라보며 자립생활센터에 희망을 품었던 많은 장애인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줄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자립생활센터가 애초에 무엇 때문에 생겨났나를 고민해 보면 ‘장애인복지법’상의 사회복지시설로 귀속되는 것이 자립생활센터의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마지막 근거로 말한, 지역사회에서 장애인 당사자의 자발적 행동과 옹호적 활동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자립생활센터의 존재 이유가 아닐까 싶다. 예산을 많이 받고 재단이 되고 어떤 거대 단체가 되고 하는 부분이 과연 우선한다고 볼 수 있을까?

미국 장애운동가 주디스 휴먼이 지난 3월 4일에 별세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는 “능력 우월주의에서 벗어나 사람 중심의, 존재가치 중심을 이야기하던 주디스 휴먼을 기억하며 우리는 이제 그녀의 자립생활의 위대한 정신을 이어받아 행동하는 장애인으로 주디스 휴먼의 길을 따라가겠다.”고 애도를 표했다고 한다. 그들이 표했던 애도의 말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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