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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부
  • 승인 2010.01.27 00:00
  • 수정 2013-02-05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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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장애아동 사망사건은 단순한 사고사가 아니다

 신년 벽두 대구에서 날아든 장애아동 사망사건 소식이 사회에 크나큰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월 4일 대구의 한 사설 장애아동치료시설에서 치료를 위해 겨울캠프에 참가했던 여덟살짜리 발달장애아동이 숨진 채 발견됐다. 어처구니없게도 숨진 아이가 소변통을 차는 등 과잉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손목과 발목이 묶이고 다음날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는 것이다. 경찰의 부검결과 목뼈탈골에 의해 척추가 손상되어 질식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망 당시 발달장애아동 10여명과 치료사 2명이 함께 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이 알려지면서 장애계와 시민단체들은 과잉행동을 보인다고 아이를 결박한 것은 아동학대라며 분노하고 있다. 우리는 사건이 발생한 곳이 다름 아닌 치료시설이라는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과잉행동을 보였다는 아이가 보호받고 치료받아야 할 장애아가 아이었든가. 치료시설의 적법성과 치료사의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의 장애아동치료시설 관리체계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사건이 발생한 치료시설이 사업자등록증만 있을 뿐 어느 공적기관에도 신고된 바 없고 어떤 관리감독조차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장애인단체들은 장애아동을 치료하는 시설이 대부분 사업자등록만 하면 운영할 수 있어 행정당국의 감독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사실상 사설 치료시설 대부분이 이번 사건이 발생한 치료시설과 비슷한 조건에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장애계는 이번 사건이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장애아동에 대한 부실한 공교육과 열악한 복지체계가 장애아부모들로 하여금 검증되지 않은 사설 치료시설을 찾도록 하는 악순환을 불러오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2008년 정부에서 장애아동 재활치료라는 명목으로 장애아동재활치료바우처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사업 자체를 모르는 장애아부모가 태반이고 정부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정부가 제대로 된 관리감독체계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을 시작한 결과, 재활치료에 대한 공적 지원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일부 무자격의 치료사가 치료시설을 운영함으로써 서비스의 질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한마디로 장애아동에 대한 공적 서비스의 부족과 사설 치료시설에 대한 관리감독의 부재가 부른 후진적 인재로밖에 볼 수 없다.  이번 사건과 관련, 장애계를 비롯한 사회복지단체들이 정부측에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잇따라 요구하고 나섰다. 아니나 다를까. 사건이 터지면 언제나 그렇듯이 정부는 뒷북치기가 일쑤다. 복지부장관은 장애인단체의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이번 사건을 언급하며 전국 장애아동재활치료실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 사업자 등록을 시키거나 폐쇄해야 할 곳은 폐쇄시키도록 하겠다는 대책 아닌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장애계는 정부의 사후 약방문식 입장표명을 듣고 싶은 것이 아니다. 재활치료실을 비롯한 장애아동 복지시설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의무다. 진정 장애아부모들이 바라는 것은 정부가 장애아동 재활치료에 대한 무상지원은 물론, 종합적인 장애아동 복지서비스 체계를 세워달라는 것이다. 정부와 사회가 외면할수록 장애아가족들의 고통은 커가고 장애아동의 인권은 유린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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