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금지법, 과도한 부담조건 부과없는 ‘접근성 최소기준’ 마련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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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차별금지법, 과도한 부담조건 부과없는 ‘접근성 최소기준’ 마련돼야
  • 이재상 기자
  • 승인 2021.05.07 1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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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장애인차별구제 청구소송서
장애인차별급지법 4조 근거로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는 ‘과도한
부담’ 아닌 조건에서만 인정될 수
있다며 장애인의 요구를 외면

정당한 편의제공 과도한 부담 판단
시 공적지원 이용 가능성 고려해야

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제공 방향 모색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 13주년을 맞았지만 누구나 쉽게 24시간 물건을 살 수 있는 편의점을 계단 한두 개 때문에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은 접근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제공의 방향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4월 28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 이재상 기자

∎오욱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는 ‘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제공의 원칙과 방향’이란 발제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상 합리적(정당한) 편의제공의 과도한 부담과 같은 조건이 부과되지 않는 접근성의 최소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법 개정 필요성을 주장했다.

현행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에선 ‘정당한 편의제공’에 대해 장애인이 장애가 없는 사람과 동등하게 같은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ㆍ설비ㆍ도구ㆍ서비스 등 인적ㆍ물적 제반 수단과 조치로 정의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에 대해 편의제공을 거부하는 경우 차별로 간주하고 있다. 다만, 금지된 차별행위를 하지 않음에 있어서 ‘과도한 부담이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 등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차별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 ‘정당한 편의제공’ 대신 ‘합리적 편의제공’이란 단어를 사용한다. 한국의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선 법 제정 당시 여러 장애인 당사자와 활동가가 의견을 낸 결과 ‘합리적’이 ‘정당한’으로 바꿔 법안에 담았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를 근거로 법원은 모든 역사에 대한 휠체어 리프트가 아닌 엘리베이터 설치, 단차 제거 등 장애인차별구제 청구소송에서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는 ‘과도한 부담’이 아닌 조건 하에서만 인정될 수 있다며 장애인의 요구를 외면했다.

그렇다면 장애인의 접근성 보장을 위한 ‘합리적 편의제공’과 ‘과도한 부담’에 대한 해석과 기준은 뭘까?

‘접근성의 최소기준’이란 전철역 엘리베이터와 같이 장애인의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한 사전적, 무조건적, 집단적, 표준화된 기준을 의미하는 반면, 이러한 사전적 의무가 취해진다 하더라도 그러한 기준을 개발할 때 고려하기 어려운 희귀한 장애를 가지고 있거나 특정한 상황의 경우에는 접근성 조치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접근이 보장되지 않을 수 있는데, 이 경우 ‘합리적 편의제공 의무’가 사후적, 개인적, 즉각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 통설이다.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는 지난 2014년 일반논평(가이드라인) 제2호, 2018년 일반논평 제6호를 통해 “장애인에 대한 ‘접근성 최소기준’의 미이행을 차별행위로 간주하고 ‘합리성’이 불균등하거나 과도한 부담을 의미하는 편의제공의 면책 조항은 될 수 없다.”고 해석했다.

또한 “목적과 수단의 비례성을 고려해 장애인에게 편의를 제공했을 때 불편이 바로 해소되는 ‘효과성’이 있다면 아무리 부담이 과도해도 무조건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5년 7월 판결에서 ‘과도한 부담이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의 예로 막대한 비용을 요하는 경우, 사업 성격이나 운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경우, 해당 편의가 장애 유형, 정도, 성별, 특성에 맞지 않거나 불필요한 경우, 구조 변경 또는 시설 설치가 불가능하거나 위험을 초래하는 경우, 해당 시점에 정당한 편의가 존재하지 않거나 해외에만 있는 시설 및 설비로 그러한 시설이나 설비를 구입하거나 설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거나 불가능한 경우를 제시했다.

오 박사는 “접근성의 의무와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의 명시적인 구분이 필요하다.”며 “일반논평 제2호의 해석에 따라 시설 접근, 이동, 정보 접근 등의 영역에서 ‘접근성의 최소기준’을 마련하고 그러한 기준을 이행하지 않는 것을 별도의 차별행위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경우 장애인등편의법이나 교통약자법에서 정하고 있는 기준은 바로 접근성의 최소기준이 될 수 있으며, 정보통신, 의사소통 등 다른 영역에서도 접근성의 최소기준을 별도로 마련해야 하며, 이러한 접근성 최소기준에는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와 달리 ‘과도한 부담’과 같은 조건이 부과돼서는 안 된다.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는 그러한 접근성의 최소기준에서 정하지 않는 개별적인 편의를 제공할 의무가 되는 것이다.

또한 오 박사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은 물론 동법 시행령에서도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에 대한 과도한 부담을 판단하는 데 있어 공적 지원의 이용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조건이 없다.”며 외국 사례를 소개했다.

미국이나 영국은 합리적 편의제공 의무에서 과도한 부담을 판단할 때 외부 자원의 이용 가능성을 고려하도록 규정하면서, 특히 고용 영역에서 사용자가 합리적 편의제공 의무를 이행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 해당 의무와 법적 제도적으로 연계된 별도의 비용 보전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장애인 접근 세액공제(Disabled Access Credit), 건축교통장벽 제거 소득공제(Architectural and Transportation Barrier Removal Deduction)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영국의 일자리 접근(Access to Work), 일자리 선택(Work Choice) 프로그램이 이에 해당되며, 유럽의 ‘고용평등지침’에선 “합리적 편의제공으로 인한 부담이 국가의 장애인정책에 충분히 보상된다면 과도한 것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오 박사는 “공개된 결정례나 판례로 한정할 경우 국가인권위원회나 법원이 편의시설 설치의 과도한 부담 등을 판단할 때 공적 자원의 이용 가능성은 찾을 수 없다.”며 “이는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를 가진 자가 그러한 공적 지원을 통해 충분히 필요하고 효과적인 편의를 제공할 수 있음에도 그러한 노력을 게을리하고 과도한 부담을 주장할 여지를 남겨준 것”임을 주장했다.

편의시설 설치의무 갖는 300㎡

이상 음식점 전체의 2.5% 불과

23년 전 제정 장애인등편의법,

장애인의 생활환경 고민 부족

대부분 권고규정…법개정 시급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2020년 외식업체 경영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등편의법)에 의거한 편의시설 설치의무를 갖는 300제곱미터(약90평) 이상의 면적을 가지고 있는 음식점은 전체의 2.5%밖에 되지 않는다. 현재 대부분의 국가들은 우리나라와 같은 면적을 기준으로 편의시설 설치의무에 대한 예외를 적용하는 경우는 없다.”며 해외 사례를 소개했다.

미국의 경우 편의시설 설치에 대해 호출벨과 같은 대체수단까지를 인정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모든 시설물에 법을 적용하고 있으며, 최대한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 제공자가 방법을 찾아서 제시하도록 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1970년 독일 식품접객업법 개정을 통해 운영 허가 시 베리어프리가 아닌 경우 허가 거부가 가능하며, 2002년 이후 완공 및 재축, 증축 시 주접근경로에 고객 공간 배리어프리 시설의무, 휠체어 이용자가 외부 도움 없이 독립적 화재 탈출조치(약 600평 이하 제외, 숙박시설 객실 13개 이하 제외) 하도록 하고 있다.

프랑스 또한 바닥 면적 등 예외규정은 없으며 건축 또는 환경 제한 기술적 불가능 시, 문화유산 보호 시, 과도한 비용 시 관할 경찰서 면제 신청이 가능하다. 이행 강제수단으로 2005년 연방법인 ‘장애인의 평등권 기회, 참여와 인권에 관한 법률’상 의무 미이행 4만5000유로(약 6천만 원) 벌금 및 형사처벌 가능토록 했으며 2015년 법 개정을 통해 의무 미이행의 경우 이행계획 미제출 시 2,500유로(약 300만 원)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김 국장은 “23년 전 제정된 장애인등편의법은 건축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된 법으로 법 내용들이 건축법을 기준으로 제시된 경우가 많았으며, 장애인의 생활환경을 중심으로 하는 고민이 부족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예외를 인정하는 시행령이 만들어졌고, 관련한 기준들의 대부분도 의무가 아닌 권고 정도에 머무르는 내용으로 규정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편의시설 설치가 비용의 문제와 바로 연결되는 상황에서 설치 의무자에 대한 고려가 법의 기본적인 역할의 수위를 넘어가고 있다. 장애인의 권리가 의무로 규정될 수 있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피력했다.

김 국장은 이밖에도 △지역사회 소규모 상점 경사로 설치 등 법 의무 이전에 환경을 만들기 위한 지원대책 수립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참여하는 지역사회 편의시설에 대한 상시적 점검 △증개축 및 신축건물에 대한 준공검사 시 장애인편의시설의 실제 사용 가능성 확인 위한 절차 마련 등을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평등한 공간을 위한 대안으로 제시했다.

50㎡ 이상 음식점-편의점 등에

편의시설 설치의무 부과 위한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마련 중

∎신용호 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장은 “음식점과 편의점 등을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이 계단이란 장벽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은 장애인의 권리인 반면 소상공인 입장에선 규제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8년 2월 신축·증축·개축되는 50제곱미터(약 15평) 이상 공중이용시설에 대해 출입구에 높이 차이 제거 등이 의무화되도록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을 개정할 것을 보건복지부장관에게 권고했다.

신 과장은 “복지부는 편의증진 제공 소관부처로서 인권위의 권고를 수용해 50제곱미터 이상의 음식점 등에 장애인등편의법에 근거한 편의시설 설치 의무 부과를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며 시행령도 내부결제를 받아 마련 중”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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