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장애아동 학대사건, 근본적 해결 위한 인천시와 교육청의 관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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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장애아동 학대사건, 근본적 해결 위한 인천시와 교육청의 관심을
  • 편집부
  • 승인 2021.03.18 10:01
  • 수정 2021-03-18 1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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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백/인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

2020년 12월. 인천 서구의 한 장애아동통합어린이집에서는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하였다. 학대 사건의 경우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학대 가해가 지속적이고, 구조적이라 점, 그리고 그 대상이 특정인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다. 학대는 우발적이기 어렵다. 우발적으로 발생한 어떤 폭력은 단순히 사건이라고 부른다. 학대는 긴 시간 동안 지속적임이라는 점에서 다른 사건과 다르다. 그리고 학대는 누군가의 묵인과 방임 아래 진행된다는 점에서 구조적이다. 서구 장애아동 사건도 그렇다. 학대 피해 아동들은 어린이집이 개원한 이래 지속해서 학대를 받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원장을 비롯하여 아무도 몰랐다는 점은 그냥 방임했다는 것과 같다. 또 학대 피해자는 어떤 집단에서 가장 약한 이들이다. 서구 학대 피해자는 모두 장애아동이었다. 비장애 아동은 학대로부터 비껴갔다. 아동이든, 노인이든, 학교든, 공간과 대상은 다르겠지만, 폭력의 피해자는 항상 가장 약한 존재라는 점은 똑같다.

우리 사회 장애인복지 영역에서 장애아동 부분은 노령기와 더불어 암흑기다. 최근 2014년 발달장애인법 제정과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완화 등으로 장애 성인기의 관심과 지원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과는 달리 장애아동의 경우는 전적으로 장애인 가족에게만 남겨져 있다는 점에서 문제를 심각하게 한다.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공적인 정보전달 체계가 부재하다는 점이다. 어떤 부모가 자신의 자녀가 장애가 의심되거나, 장애인으로 확인된 경우, 이 부모에게 어떤 영역의 치료가 필요하고, 그 치료에 적정한 지역사회 기관이 어디에 있는지, 복지 서비스는 무엇이 있는지, 그리고 그 서비스를 신청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알려주는 기관은 없다. 운이 좋아서 좋은 의사와 치료사, 특수교사나 부모들을 만나면 다행이지만, 운이 나쁘면 아무런 정보를 받지 못한 상태로 영유아기를 보내게 된다. 모든 아동이 그렇지만 성장의 속도가 빠르다. 그래서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다. 그러나 장애아동은 그 중요한 시점을 놓치고, 결국 적절한 재활 치료를 받지 못한다. 모두 정확하고, 적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통로가 없기 때문이다.

장애아 부모가 어떤 정보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지역사회는 장애아동에게 필요한 교육기관 역시 빈약하다. 작년에 조사한 인천발달장애인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장애아 전문어린이집이 6개, 장애통합어린이집이 77개, 특수학급이 있는 유치원이 40개로 조사되었다. 그리고 유치원의 경우 인천시교육청에 등록된 413교의 11.4%만 특수학급이 설치되어 있다. 결국 대부분 장애아동은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장애인 등에 관한 특수교육법’은 장애학생의 유치원 교육을 의무로 명시하고 있지만, 부실한 공교육 체계는 장애아동을 보육 시장에 내몰고, 결국 장애아동 학대 사건이 발생하여도 적절한 지원을 받기 어렵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장애아동의 부실한 지원체계에 대해서 아무도 알려고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작년 인천시는 인천형 복지기준선을 발표하였지만, 장애영유아와 관련한 내용은 빠져 있다. 그리고 인천발달장애인실태조사에서 발달장애인과 관련한 정책 제언에서도 장애영유아 지원은 빠져 있다. 인천장애인교육권연대는 2019년부터 장애영유아와 관련한 교육 실태조사를 요구하였지만 역시이다. 장애아동이 어디에서, 어떻게, 누구에게 보육을 받고,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무관심하다. 이런 상황에서 나오는 대안들은 단편적이고, 일회적일 수밖에 없다. 근본적으로 장애영유아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일 필요한 것은 실태 파악이지 않나 싶다.

서구 장애아동 학대 사건은 마음 아픈 일이다.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치지 않는다면, 다시는 소 못 키웁니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많은 이들이 마음 아파하지만, 서로가 해야 할 일이 있다. 인천시와 인천시교육청은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즉 명확한 실태 파악을 통해서 이런 대안들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서구청은 상처받은 피해 아동과 부모에게 그 상처가 아물 수 있도록 행정력을 발휘해야 한다. 나와 같은 시민단체나 언론은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감시 체계를 가져야 한다. 마음 아픈 일은 한 번이면 족하다. 언제까지 마음 아픈 일은 약자의 몫이어야 하는가? 좀 더 근본적인 해결 마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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