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 ‘동의입원제’ 문제점과 인권보장
상태바
정신병원 ‘동의입원제’ 문제점과 인권보장
  • 차미경 기자
  • 승인 2020.11.23 09:23
  • 수정 2020-11-23 10: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2017년 5월 30일 당시의 정신보건법이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아래 정신건강복지법)’로 전면 개정됐다. 개정법의 가장 큰 골자는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시에 당사자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강제입원율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시행된 ‘동의입원제도’가 정작 정신질환자 및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에게는 어떠한 도움도 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1월 2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는 ‘동의입원제도’의 문제점과 정신병원 입‧퇴원 과정에서의 인권보장을 위한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 차미경 기자

 

동의입원제도, 강제입원 우회하는 또 다른 입원유형 전락

 

본인의사 진의 확인방법 없어

당사자 퇴원신청 ‘즉시퇴원’은

보호의무자 동의해야만 가능

입원절차 보조인제 도입 필요

 

<사례> 40대 남성 A 씨는 정신과 치료전력이나 정신질환 증세가 없었으나 가족에 의해 장애인거주시설에 보내져 오랫동안 생활했다. 그런데 A 씨가 장애인시설을 답답해하면서 스스로 시설을 퇴소해 집으로 돌아왔지만, 집에서 데리고 있기를 거부하는 부친이 둘째 딸과 공모해 A 씨를 정신병원에 동의입원의 형식을 밟아 입원시켰다. 동의입원은 환자와 보호자의 동의가 모두 필요하다. 2018년 8월경 A 씨는 경남 통영시 모 정신병원에 ‘동의입원’ 형태로 입원됐다.

이를 뒤늦게 알게 된 첫째 딸은 자신의 오빠인 A 씨가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있을 이유가 없다며 정신병원에 퇴원 요청했으나, 병원 측은 입원에 동의한 보호자의 동의 없이 퇴원시켜줄 수 없다며 퇴원을 거부했다. A 씨는 장애인권단체 활동가와 면담과정에서 “내가 왜 여기 있느냐. 입원을 원하지 않았고, 동의한 적도 없다.”고 진술했다. 장애인단체의 도움으로 정신병원에 다시 퇴원신청을 하였으나, 병원 측은 가족에게 연락해 퇴원신청 다음 날 ‘보호의무자 입원(강제입원)’으로 전환시켰다.

 

∎김강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정책국장은 이날 토론회의 발제에서 현재의 ‘동의입원제도’를 법 개정으로 보호의무자 입원 요건이 강화되면서 강제입원이 어렵게 되자, 강제입원을 우회하고 입원환자수의 감소를 막고자 만들어진 입원의 유형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입원유형별 비중 현황을 살펴보면 개정법 시행 전인 2016년 12월 31일 기준 입원환자는 6만9162명이며, 이 중 자의입원 환자는 38.4%(2만6525명),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은 61.5%(4만5523명)이다.

하지만 개정법 시행 1년 후인 2018년 4월 23일 현황을 살펴보면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환자는 전체 6만6523명의 입원환자 중 33%(2만2169명)로 개정 전에 비해 절반가량으로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개정법은 성공한 것일까.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의입원 환자의 수치가 62.9%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 중 17.5%는 동의입원 환자라는 부분을 눈여겨 봐야 한다. 결국 자의입원 환자는 개정 전인 2016과 비교해서 10%도 채 증가하지 않았다.

결국 개정안은 ‘강제입원 조항을 하나 더 늘린’ 것에 지나지 않다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인 것이다.

김 국장은 이러한 평가에 대한 첫 번째 이유로 ‘입원환자의 입원의사를 담보(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 아무것도 없다’는 부분을 꼽았다. “본인의 입원의사는 ‘진정한 의사’여야 하며, ‘충분한 정보전달’과 ‘완전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행 제도 하에서 본인의 의사가 진의인지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다. 예를 들어 입원의 의미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입원신청서의 내용, 입원 시 본인이 처하게 될 상황이나 처우, 치료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 채 형식적인 서명행위를 하는 경우, 동행한 보호의무자의 강요나 억압 또는 기망에 의해 억지로 입원신청을 하는 경우, 보호자 또는 병원 측에 의해 서명 자체가 위조되는 경우 등 본인 의사가 왜곡되거나 조작될 우려가 크고, 이 진정사건에서 이러한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손쉽게 보호의무자 입원으로 전환이 가능한 부분을 꼽았다. “위 사례자의 경우 병원에 입원이 된 후 동의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며 퇴원을 요구한 사례가 있었다. 퇴원을 신청한 당일에 병원에서 보호의무자에게 연락을 했고, 다음 날 보호의무자 입원으로 전환됐다. 이것이 하루 만에 가능하다는 것도 의문이지만 법에는 동의입원의 경우에도 퇴원신청 즉시퇴원 조치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으나, 이는 보호의무자가 동의한 경우일 뿐 보호의무자의 동의가 없으면 72시간 동안 시간을 주고, 보호의무자 입원으로 전환된다. 명목상 자해 또는 타해의 위험을 요건으로 하나 자해 또는 타해의 위험의 판단 역시 병원 측이 판단하면 그만이고, 입원환자가 재심사나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 개최 등을 청구하면서 스스로를 방어하기는 매우 어려워 보인다.”

김강원 정책국장은 마지막으로 이러한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강제입원을 우회하는 변칙적인 수단인 동의입원은 없어져야 한다. 또한 입원절차에서의 절차보조(의사결정지원)가 확대돼야 하며, 이는 단순히 동료지원·상담 차원이 아닌 정당한 참여권한을 보장받고 필요한 모든 입원환자에게 절차적 권리로 보장돼야 한다. 아울러 퇴원신청과 재심사 신청, 입원환자에게 절차적 권리로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원래 개정 취지와 다르게

운용되는 동의입원제는

어떤 형식으로든 개선돼야

입원적함성심사위가 아닌

법원이 입원심사 맡아야

사전정신의료의향서제 도입

당사자 의사결정 미리 지정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염형국 변호사는 이어진 토론에서 “현행 동의입원제도는 원래의 개정입법의 의도 또는 취지와 다르게 운용되고 있기 때문에 어떤 형식으로든 개선되어야만 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상의 정당한 편의제공이 이루어진 상태에서 본인이 주체적으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동의입원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존폐를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염 변호사는 현재의 정신병원 입원제도의 개혁방안으로 “정신병원 입원과정에서 정신질환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절차보조인제도를 도입하고, 입원심사를 현행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가 아닌 법원이 맡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현행법은 입원적함성심사위원회로 하여금 정신질환자의 입원 타당성을 심사할 수 있도록 하고, 2차 진단의사에 의해 입원 과정을 재검토하도록 하는 등 전부개정되기 전의 구 정신보건법보다 정신질환자의 인권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려고 했으나, 모두 서류심사이고 청문이 아닌 조사원의 대면조사만으로 진행하고 있어 적법절차의 요청을 못 하고 있다. 이에 입원 과정에서의 환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절차보조인을 도입해 법적인 절차를 명문화하고 환자의 권익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또한 비자의 입원의 절차적 요건으로 그간 환자 가족들에게 과도한 책임을 지웠던 보호의무자제도를 폐지하고 정신질환자 강제입원에 대한 법원의 사법심사절차를 도입해 적법절차의 요청을 충족시키고 독립성을 보장해 정신질환자의 권익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으로의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동의입원에서 입원 당시

의사결정지원제 도입필요

사전정신의료의향서제도

도입 검토할 필요 있어

 

∎이용표 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위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동의입원의 경우 진단기준이나 절차가 모호하며, 당시의 동의능력을 확인하거나 동의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대한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권익옹호제도가 부재하다. 그리고 시범사업 중인 절차보조제도는 자의입원으로 분류되는 동의입원은 범주의 바깥에 있다. 더욱이 절차보조제도의 대상이 되는 비자의입원에서도 입원 당시의 시점에서는 절차보조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동의입원에서 입원 당시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그리고 예방적 차원에서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사전정신의료의향서 제도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즉 정신적 위기상황에 봉착하기 전에 입원에 관한 의사결정 대리인을 미리 지정하거나 입원을 할 때 입원유형, 선호 병원 및 의료진 그리고 입원생활에 본인이 원하는 것을 문서로써 보건소나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등록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제도 하에서는 입원의 동의에 관한 판단이 사전에 결정될 수 있어 동의의 모호함을 제거할 수 있고, 입원기간도 현저하게 감소할 것이며, 입원생활에서의 인권침해 요소도 감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법으로는 자·타해 위험

구분하거나, 정신질환별로

위험성 지표 등 평가에 한계

 

∎김한숙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이날 토론회에 참석해 “앞서 소개된 사례자의 경우, 법적으로 한 달 이내에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그러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면 경찰 수사 의뢰까지 갈 수 있는 사건이다. 이 사례가 어떻게 진해됐는지에 대해서는 우리 복지부에서도 자체적으로 확인해 보겠다.”며, “사실 현재 법으로는 자·타해 위험을 구분하거나, 정신질환별로 위험성 지표 등의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제도의 디테일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충분이 공감하고 있으며, 앞으로 이러한 점을 보완해 나가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