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기초장애연금, 껌값으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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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 기초장애연금, 껌값으론 안된다
  • 편집부
  • 승인 2009.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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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계가 숙원사업으로 추진해오던 장애인연금제도가 빠르면 내년부터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가족부가 기초장애연금도입추진 태스크포스팀을 가동시키면서 내년 시행목표를 가시화하고 나선 것이다. 정부가 기초장애연금 도입 추진일정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초장애연금은 소득이 적어 생존권을 위협받는 장애인들에게 지급하는 연금으로, 민주당 박은수 의원이 이미 ‘장애인연금법 제정안’을 국회에 발의해 놓고 민주당론으로까지 채택된 상황이어서 어느 때 보다도 내년 시행 전망이 밝아 보인다.


 이처럼 정부가 기초장애연금제도 도입에 적극 발 벗고 나선 것은 MB정부의 대선공약이자 작년 기초노령연금제도가 본격 시행됨에 따라 그동안 배제돼왔던 장애계의 강력한 주장에 대해 이를 더 이상 미룰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근로능력이 떨어져 공적소득보장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저소득층 장애인에게 매달 일정액을 연금으로 주는 장애인연금제도는 장애인소득보장을 위한 사회안전망 차원에서도 불가피하다 하겠다. 최저생계비 조차 벌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 대다수 장애인의 빈곤 정도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때문이다.


 문제는 예산이다. 장애인연금제도의 도입을 장애인을 위한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던 참여정부가 공약을 부도내면서까지 이를 시행하지 못한 것은 막대한 예산 때문이었다. 수조원의 재정을 한꺼번에 조달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법안 마련과정에서 수급대상자 선정방법을 놓고 정부와 장애계의 갈등이 예상되는 것은 불보듯 뻔하다.


 정부가 장애연금의 수급대상자를 18세 이상 중증장애인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장애계는 모든 장애인을 대상으로 소득에 따라 연금액을 차등 지급할 것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초장애연금제도가 장애인소득보장을 위한 사회안전망 기능에 충실하려면 장애로 인해 근로기회와 유지에 제한받고 있는 장애인의 소득보전 차원에서 장애유형과 등급에 관계없이 전 장애영역을 포괄해야 한다는 것이 장애계의 주장이다.

야당인 박은수 의원이 내놓은 법안의 내용도 장애연금의 수급 대상자를 18살 이상 장애인 가운데 소득인정액이 하위 70%에 해당하는 장애인으로 하고 있어서 정부의 입장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기존 장애수당과 기초생활수급권 등과의 조정문제도 장애인 당사자에게는 생존권과 직결된 부분으로 정부가 풀어나가야 할 민감한 과제다. 결단코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이 되어서는 안되는 문제다.


  이같은 산적한 해결과제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장애인의 소득보장을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에 늦게나마 뛰어들었다는 점은 환영할 일이지만 자칫 우는 애 달래나보자고, 빈 젖 물리는식이어서는 절대 안된다. 시행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기초노령연금제도와 같이 돈 몇 푼 던져주는 식으론 연금제도의 당초 취지를 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독일과 프랑스 등을 중심으로 유럽과 남미에서 포스트 자본주의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는 기본소득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소득이 많거나 적거나, 일을 하거나 않거나 상관없이 사회구성원이면 누구나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누릴 권리를 주자는 기본소득제도가 기초장애연금제도의 운용 방향을 제시하는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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