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큰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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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큰 기쁨"
  • 차미경 기자
  • 승인 2019.05.30 10:28
  • 수정 2019-07-19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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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되길
▲ 인천장애인수영선수단을 책임지고 있는 (왼쪽부터)하경수 코치, 이세나 감독, 서수경 코치

인천장애인수영선수단을 책임지는

이세나 감독과 서수경, 하경수 코치

지난 5월14일부터 17일까지 전라북도 일원에서 진행됐던 ‘제13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에서 인천선수단은 금 25개, 은 18개, 동13개로 당초목표인 종합 10위를 훌쩍 넘는 종합 6위를 달성했다.

특히, 수영종목에서는 12명의 선수가 출전, 금 13개, 은 4개, 동 4개로 종목 성적 종합 3위를 기록하면서 이번 대회의 효자종목 역할을 톡톡히 했다.

기자는 12명의 선수와 함께하며, 최상의 성적을 이끌어낸 수영종목의 이세나 감독과 서수경, 하경수 코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우선 이세나 감독과 서수경, 하경수 코치는 이번 대회 수영 종목 결과에 대해 “기대 이상의 성적이다. 끝까지 함께 해준 아이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발달장애와 자폐성장애를 비롯해 지체장애를 가지고 있는 선수들과 훈련하는 것은 비장애인 선수와는 많이 다를 것 같았다.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고 훈련하는지 궁금하다는 기자의 질문의 세 명의 지도자들은 ‘반복 훈련’만이 답이라고 이야기했다.

8년째 인천장애인수영선수단과 훈련을 함께하고 있는 이세나 감독은 “장애 유형별로 다르긴 하지만 지적장애나 발달장애를 가진 선수들은 아무래도 의사소통이 가장 힘든 것 같아요. 지체 장애를 가진 선수들은 감독이나 코치진들이 선수가 가지고 있는 신체적 핸디캡과 특징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지도를 해야 하는 특징이 있고, 또 청각장애를 가진 선수들은 손짓이나 글을 써서 훈련을 하고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서수경 코치 역시 “아무래도 이해하고 받아드리는 속도가 조금 늦은 아이들이다보니 반복적으로 훈련을 하는 편이에요. 그래도 결국은 이해하고 적용하는 모습을 보면, 반복훈련으로 인한 힘들었던 기억은 싹 잊히죠.”라고 이야기했다.

하경수 코치는 아이들이 좀 더 쉽게 받아들을 수 있도록 직접 보여주고 자세를 잡아주는 방법으로 훈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장애 선수들은 구두로 이야기를 해줘도 어느 정도 머릿속에서 그림을 그려서 표현할 수 있는데 우리 아이들은 그런 과정을 조금 어려워하다보니 아무래도 자세를 직접 잡아줘서 그 동작의 느낌을 전달해주는 것이 훨씬 좋은 효과를 내더라고요.” 

▲ 지난 5월14일부터 17일까지 전라북도 일원에서 진행됐던 ‘제13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에서 인천수영선수단은 금 13개, 은 4개, 동 4개로 종목 성적 종합 3위를 기록하면서 이번 대회의 효자종목 역할을 톡톡히 했다.

생활체육활동 통해 재능 있는 선수 발굴

선수단 하루 4시간씩 매일 훈련  

그렇다면 장애인수영선수들은 어떻게 선발되는 것일까. 대부분의 선수들이 학부모님들의 입소문을 통해서 지도자들과 만나게 되거나, 동호인 대회 등 현장을 찾은 학부모들이 경기를 보고 관심을 갖고 문의를 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또 생활체육프로그램을 취미삼아 하다가 지도자들의 눈에 띄어 발굴되는 것처럼 여러 경로를 통해 선수들을 발굴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장애인 선수에 대한 인식이 그렇게까지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특히, 학생들의 경우 학부모들이 운동은 취미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고, 교육과 치료를 중점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세나 감독을 포함해 두 코치들은 이러한 인식 때문에 재능이 있음에도 시기를 놓치는 안타까운 경우도 적지 않다고 했다.

이 감독은 “저도 자폐성장애를 가지고 있는 자녀가 있어요. 학부모 입장에서 아무래도 운동은 재활의 의미로만 두고 언어치료나 교육 쪽에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는 마음도 이해하지만 비장애학생들이 그러하듯 우리 아이들도 어느 것에 재능이 있다면 충분이 그 것을 목표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학부모님들이 조금만 더 용기를 내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이야기했다.

서수경 코치와 하경수 코치 역시 “아이들 보다는 부모님들이 두려움이 더 크신 것 같아요. 아이가 운동에 흥미를 느끼고 있다면 한 번쯤은 아이의 재능을 키워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해주는 것도 아이를 위한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이렇게 재능을 인정받아 선수로 활동하게 되면 하루 4시간씩 365일 훈련을 받는다고 한다.

단순히 취미활동 중 실력이 좋은 몇몇 선수가 대회를 나가는 시스템일 것이라는 기자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체계적인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거의 매일 훈련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되요. 취미반 학생이 아니라 선수잖아요.(웃음) 선수가 매일 훈련을 하는 것은 당연한 거죠.” 

아이들의 성장과정 함께하는 것에 보람 느껴

체계적인 지원과 선수관리 시스템 발전해야  

기자의 생각처럼 아직 장애인 스포츠 선수에 대한 인식이 비장애인 스포츠 선수와는 달리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세 명의 지도자들은 조금 더 선수들이 운동에 집중하고 ‘스포츠 선수’라는 확고한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길 희망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이세나 감독과 서수경, 하경수 코치는 장애인 수영 선수단 지도 외에도 개인적으로 비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영지도 일도 하고 있다.

세 지도자 모두 가맹단체 소속이다 보니 단체의 후원금만으로는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받기 힘들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투잡을 뛰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적인 부담은 꼭 지도자들의 문제만은 아니다. 선수들 역시 지속적으로 선수생활과 훈련을 하기 위해선 경제적인 지원과 보호자의 노력이 필요하지만 장애인체육회 등에서 나오는 지원으로는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하경수 코치는 지원부족 등으로 인해 운동을 그만두는 선수의 사례도 적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수영 선수라고 해서 매일 수영장에서 운동만 하는 건 아니잖아요. 한 예로 지방에서 대회가 열린다고 하면 이동을 해야 하는데, 큰 대회가 아니고서는 대부분 개인적으로 움직이거든요. 보호자분들이 일일이 함께 하셔야 하는데, 그런 생활이 길어지면 지치시기도 하고 그래서 그만두는 경우도 있어요. 또 학생 때까진 그래도 학생이라는 신분(직업)이 있지만 졸업 후에는 오롯이 선수 생활만 해야하는데, 실업팀도 없는데다 지원도 많치 않으니 많은 분들이 다시 일자리를 찾는 등 선수생활을 끝까지 이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요.”

▲ ‘제13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에 참가한 인천시 소속 선수가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실제로 실력이 뛰어난 선수를 육성해도 성인 실업팀이 많지 않다보니, 타 지역의 실업팀이 있는 곳으로 소속을 옮겨가는 선수도 적지 않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이세나 감독은 “시스템만 갖춰진다면 국가대표가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사실 과거에 비하면 환경이 많이 좋아졌어요. 특히, 인천시장애인국민체육센터가 생기고 나서는 그래도 편히 훈련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거잖아요. 과거에는 사설 수영장을 시간단위로 끊어서 훈련을 했거든요. 아무래도 비장애인들과 함께 사용하다보니 불편한 점이 많았는데, 그 점이 해결됐다는 것만으로도 희망적이라고 생각해요.”

이어 “장애인체육회에서도 많은 관심과 지원을 해주고 계세요. 체육회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보니 인천시나 교육청 등 관련 부처에도 지원 요청을 해주시고요. 이 자리를 빌어 이중원 장애인체육회 사무처장님께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과거에 비해 많이 발전했다 고해도 개인적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두 세 개의 직업을 겸업하는 등 힘든 상황 속에서도 이들이 지도의 길을 멈추지 않는 이유가 뭔지 궁금했다.

세 지도자들은 그 이유에 대해 “선수들과의 신뢰, 믿음 그리고 보람”을 꼽았다.

서수경 코치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저와 함께 했던 친구가 지금 24살이 됐어요. 여전히 저와 함께 운동을 하고 있고요. 이제는 단순히 선수와 코치를 넘어서 가족 같고 서로에게 의지하는 사이가 된거죠. 이 친구가 성인으로 성장하는 동안 도움을 주기도 했지만 저도 많은 것을 느끼고 얻었어요. 함께 성장하고 있는 거죠.”라고 말했다.

하경수 코치 역시 “아이들이 성장해 나가는 것, 발전해 나가는 순간을 함께 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껴요. 단순히 운동실력이 아니라 이 곳에서 다른 사람과 함께 어울리는 방법을 익히는 것도 그 중 하나고요. 그래서 투잡, 쓰리잡을 하면서도 이 일을 놓지 않은 것을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어요.”라고 이야기 했다.

이세나 감독은 “저 역시 장애 아이를 둔 부모로서 다른 분들께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내 아이도 할 수 있다’라는 말을요. 수상을 하고, 좋은 기록을 내는 것도 좋지만 결과보다 그 과정에서 오는 성장도 눈부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부모님들이 용기를 내셔서 내 아이의 숨은 재능을 키워줄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마련해 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전했다.

아이들의 꿈은 하루가 멀게 변화한다. 어느 날은 연예인이 되고 싶다고 말하고, 또 어느 날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 또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고 하는 날도 있다. 그렇게 다양한 꿈을 꾸고 체험을 하며 자신의 목표를 세우고 성장해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리고 그 것이 장애를 가졌다고 해서 달라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기자가 만난 세 명의 지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장애인 스포츠 선수에 대한 인식이 바로 잡히길 그래서 운동선수를 꿈꾸는 아이들이 모두가 자신의 꿈을 향해 무한한 질주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길 바란다. 

장애인스포츠(선수)와 관련한 문의는 인천시장애인체육회(032-425-9921) 또는 인천시장애인국민체육센터(032-719-4825)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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