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장․부실’ 재난방송, 시스템 전면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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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장․부실’ 재난방송, 시스템 전면 개선해야
  • 임우진 국장
  • 승인 2019.04.23 09:19
  • 수정 2019-04-23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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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달인 지난 4월 4일 강원도 일원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에 대한 지상파 방송사들의 늑장, 부실 방송이 질타를 받았다. 소방당국이 대응 최고수준인 ‘심각’ 단계를 발동했음에도 국민에게 재난상황을 전달하고 안전한 대피요령을 안내해야 할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들은 정규편성 프로그램 방송에만 급급했다. 국가재난방송 주관 방송사인 KBS는 3단계 발령 1시간10분이 지나 첫 특보를 내보냄으로써 국가적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저버렸다. 특히 지상파 3사는 재난 특보와 뉴스를 보도하면도 생사를 다투는 긴박한 순간에 장애인을 위한 수어 방송은 내보내지 않았다. 정작 장애인들은 산불이 도심과 민가를 덮치던 급박한 순간에도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 것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산불이 발생한 4일 밤 KBS와 MBC 두 방송사에 재난 속보 화면에 수어통역을 긴급 지원해달라고 호소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화재가 발생하고 거의 반나절 동안이나 두 방송사는 이를 외면한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KBS는 산불 발생 다음날인 5일 오전 8시에 수어통역 방송을 시작했고 MBC는 오전 8시30분, SBS는 오전 9시50분부터 수어 방송을 지원했다. 지역 주민들은 즉시 대피소로 대피해야 한다는 지상파 뉴스와 특보가 방송됐지만 때 늦은 방송과 부실한 방송에 시청각장애인들은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 셈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수화통역과 외국인에 대한 정보 제공이 적절히 이뤄지지 않은 점을 개선할 문제점으로 꼽은 것은 당연하다.

재난방송에 대한 방송사들의 안이한 행태는 어제 오늘만의 문제가 아니다. 2017년 11월 15일 포항지진 때에도 수어통역이 지원되지 않았다. 2016년 9월 12일 경주에서 규모 5.8의 강진이 발생했을 때도 그랬다. 국민이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서 방송사들이 재난보도를 제때 내보지 않아 불만이 컸었다. 방송사들은 지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피해 상황이나 지진 대처법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채 정규방송을 그대로 내보내 논란이 됐다. 재난보도 또한 현장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신속히 알리고 재난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도록 주민 입장에서 안내하기보다 단순 상황 전달에 과거 재난발생 현황 소개나 불타는 장면 등만 반복해서 내보냄으로써 도움을 주기는커녕 혼란만 키웠다.

이번 재난방송 사태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는 재난방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점에 대한 방송사의 응당한 책임을 물어야 함은 물론 관리감독권 행사에 엄격해야 한다. 더불어 조속히 누구나 재난방송을 통해 행동요령을 전달받을 수 있도록 재난방송 매뉴얼을 만들기를 바란다. 특히 장애인들이 신속하게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재난방송 매뉴얼을 만들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국회 또한 방송통신발전기본법 등 관련법을 개정해 장애인을 비롯한 취약계층과 외국인도 대피, 구조, 복구 등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수어통역 등의 도입을 명문화해야 한다. 정부 또한 차제에 국가 재난대응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선해 국민 모두가 재난으로부터 보호받도록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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