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성년후견제도를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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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성년후견제도를 준비하자
  • 편집부
  • 승인 2008.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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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정 호/ 인천대학교 윤리사회복지학부 교수

모든 사회구성원은 시민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행사하며 살아간다. 따라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하고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현대시민사회에서 모든 사람은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향유하며 행복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권리가 사회적으로 규정되어 있고 실질적으로 작동한다고 해도 모든 구성원이 이러한 권리를 향유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민법에서는 자기 스스로 사회적 권리를 향유하기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법적 장치가 미흡하고 다만 미성년자에 대한 규정을 가지고 있을 뿐 성년에 대한 법적 장치를 갖고 있지 못하다.  그러나 사회가 고령화되고 산업사회의 진전에 따라 장애인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성년을 대상으로 한 후견제도에 대한 필요성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우리나라와 비슷한 가족제도와 행위능력제도를 두고 있는 일본은 2000년부터 성년후견제도를 도입하여 기존의 법정대리인제도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고령화 사회의 진전에 따라 정신능력에 결함이 있는 노령인구의 수가 증가할 것이고 복잡한 사회구조와 치열한 경쟁 등 사회에는 정신건강에 문제를 겪고 심지어 정신능력의 결함을 갖는 정신장애인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 가족이 돌볼 수 있는 소년기까지는 어느 정도 인간다운 삶을 보호받을 수 있지만 부모가 연로해 지면 그 돌봄은 한계에 부딪힐 뿐 아니라 부모가 남겨준 재원을 자신을 위해 안전하고 신뢰성 있게 관리하고 사용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노부모를 모시지 않으려는 사회풍조를 탓하지만, 더 심하게는 노부모의 재산을 임의로 처분하고 노부모의 마지막 일생을 어렵게 만드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장애아동을 둔 부모의 한결같은 이야기는 자신이 자식을 돌볼 수 없을 때 어떻게 하느냐 하는 걱정이다. 내가 자식보다 하루라도 더 살아야 하는데... 불가능한 희망을 탄식처럼 내뱉곤 한다.


 이러한 정신능력의 결함을 가진 성년을 일정한 가족관계가 없는 제3자가 책임성 있게 돌보아 주는 제도가 성년후견제도이다. 피후견인의 재산과 생활을 관리하고 도와주는 성년후견제도가 효과성을 발휘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후견인을 어떻게 확보하고 피후견인이나 혹은 피후견인의 부모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의식이 남아있는 노인이나 장애아동을 둔 부모가 미래에 있어 피후견인의 생활을 보장해 주는 제도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미래의 실천에 대한 믿음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신뢰는 법률 전문가에 의해 제공될 수 있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저소득층의 노인이나 장애인의 경우 법률전문가인 제3자 후견자에게 맡길 경우 비싼 후견사무 비용으로 인해 많지 않은 재원을 가진 이들에게 성년후견제도는 실효성이 적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사회복지기관이나 시설에서 성년후견제도를 준비해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한다. 물론 법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하겠지만 제도적인 것 이전에 얼마든지 지역사회의 노인이나 장애인 가운데 지역사회의 관심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대상을 찾아보고 법적 장치는 없지만 가능한 한도에서 지역사회 후견인을 발굴해 자매결연을 맺어볼 수 있다. 모든 제도는 준비된 사회적 여건과 인식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복지제도의 도입이 급하고 준비 없이 이루어져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실효성이 낮았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사회가 먼저 준비해 보면 어떨까 한다.


 장애인의 고통은 현재에서 해소되어야 한다. 그러나 불안한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그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은 일이라고 본다. 제도가 논의되기 위해서라도 후견인과 피후견인을 발굴하고 조직화시키는 앞선 복지활동이 전개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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