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복지’ 포기한 내년도 정부예산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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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복지’ 포기한 내년도 정부예산안
  • 임우진 국장
  • 승인 2016.09.23 09:53
  • 수정 2016-09-26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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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올해보다 3.7% 늘어난 400조7000억 원 규모로 편성해 국회의 예산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400조원이 넘는 슈퍼 예산이라지만 증가율이 최근 5년간의 총지출 평균 증가율 5%를 크게 밑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가운데 전체예산의 32.4%를 차지한 보건,복지,노동 분야의 예산은 130조원으로 올해 123조4000억 원보다 5.3% 증가했다. 그러나 이 같은 증가율은 최근 5년간 평균 8.5%에서 5.3%로 오히려 낮아진 것이다. 사실상, 취약계층 지원이나 사회서비스 분야 예산은 제자리 수준에 머물렀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재정준칙 수립과 페이고(pay-go) 제도를 법제화하는 내용의 ‘재정건전화법’ 제정을 밀어붙이는 등 복지축소 우려가 착착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곧, 소득불평등으로 사회양극화가 심화되고 장애인을 비롯한 취약계층의 삶이 더욱 팍팍해질 거라는 얘기다. 
 민주정책연구원의 이슈브리핑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정부예산안 가운데 보건·복지·노동 분야 예산은 2016년보다 6조6000억 원 많다. 이는 5.3% 늘어난 것으로 전체 예산 증가율 3.7%보다 증가율이 높다. 이 때문에 복지예산이 과중하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세부 예산항목들을 분석해보면 크게 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내년 복지예산 130조 원 중 66%는 기초연금을 포함한 공적연금과 기초생활보장의 확대 등에 따른 의무지출이 차지한다. 증액된 복지예산 중 자연증가분이 3조6713억 원으로 실제 일반예산 증액은 약 3조원에 불과하다는 것. 사회안전망 지출에서 주택과 보훈부분을 제외하면, 실제 사회복지비용으로 지출되는 일반예산은 약 23조원이다. 국가의 지원이 필요한 국민 일반을 위한 공공부조 및 사회서비스 재원이 사회보장재정 중 17.7% 정도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사회서비스 분야의 일반예산 투입이 정체됨으로써 아동, 청소년, 여성, 노인, 장애인 관련 복지사업이 지속적으로 무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애인 관련 내년 예산만 봐도 그렇다.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 예산은 전체 예산의 0.41%인 1조951억 원이다. 현재 등록장애인수는 249만406명(2015년 12월 말 기준)으로 전체인구의 4.8%이지만 내년도 장애인예산은 0.41%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내년 예산을 늘리기는커녕 오히려 장애인자립생활에 긴요한 장애인활동지원과 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의 예산을 사실상 삭감시켰다는 게 장애계의 주장이다. 장애인활동지원 예산의 경우, 올해 실제 이용자수인 6만3322명에도 못 미치는 6만3000명분만 내년 예산으로 잡았고 급여도 월평균 109시간으로 동결됐다. 10년간 제자리던 중증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지원 예산마저 5%나 삭감됐다.
 그런데도 “복지예산의 증가만 강조하는 것은 현 정부가 복지에 많은 투자를 한다는 착각을 유도하거나 ‘복지공포증’ 또는 ‘복지피로증’을 유발하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민주정책연구원의 지적에 뭐라고 답할 텐가. 정부는 복지지출 규모만을 가지고 복지비용이 과도하다고 포장할 게 아니라 정부 예산이 최소한 기본적인 복지수요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합리적인 예산배분에 신경 써야 한다. 이미 공은 국회로 넘어간 만큼 국회가 이를 고려해 예산안을 신중히 검증하고 심의해야 한다. 취약계층의 생존권이 달린 나라살림이 내년 대통령선거를 겨냥한 정치 논리에 ‘선심성, 나눠주기식’이어서는 안 된다. 국회의원들의 뒤치다꺼리용인 지역구 민원성 예산이 되지 않도록 언론의 철저한 검증도 필요하다. 국회는 취약계층의 생존권을 보장해야 할 ‘국민의 대표기관’이란 본분을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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