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건강권법 시행준비, 당사자 입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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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건강권법 시행준비, 당사자 입장에서
  • 임우진 국장
  • 승인 2016.05.23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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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국내 최초 장애어린이를 위한 통합형 어린이재활전문병원이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에 문을 열었다.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이야기다. 게임회사 넥슨을 포함해 시민 1만여 명의 자발적인 참여와 500개 기업과 단체의 후원금으로 건립됐다고 한다. ‘국내 최초’ 어린이재활전문병원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지만 국가나 공공기관이 아닌 바로 민간의 힘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개원식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해야 할 어린이재활병원이 공공부문이 아닌 민간자원으로 건립됐다는 점이 부끄럽고 반성해야 할 점”이라고 말한 것은 함축적이다. 국내 30만명에 달하는 장애어린이들이 적절한 치료기관을 찾지 못해 전국을 떠돌아다니는 반면, 일본 202개, 독일 140개, 미국이 40개의 어린이재활전문병원을 갖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과히 의료정책 ‘공백’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29일 제정된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건강권법)’이 이 같은 의료정책 ‘공백’을 메꿔 나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장애인건강권법이 2017년 12월 30일 시행을 앞두고 미흡한 부분을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 어떻게 담아낼지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동안 국회나 정부는 장애인 당사자 중심의 입법이나 정책수립에 신뢰를 주지 못해왔다. 마지못해 우는 아이 달래는 식의 빈껍데기 입법으로 입막음해왔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의 TF 구성과 별도로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 ‘장애인건강권법 시행령·시행규칙 마련을 위한 TF’를 구성한 것도 한마디로 정부가 미덥지 못한 탓일 것이다. 법률 제정으로 장애인 건강증진 체계를 제도화할 수 있는 근거는 마련됐다지만 구체적인 역할과 수행이 규정돼 있지 않아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는 것이다.
 장애인건장권법은 건강보건관리종합계획 수립, 건강주치의제도 도입, 재활의료기관 지정, 중앙장애인보건의료센터와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 운영, 건강검진-건강관리사업, 의료기관 접근 및 이용 보장, 건강보건연구사업, 장애인과 가족-의료종사자 건강교육, 재활운동 및 체육, 의료비 지원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중 핵심은 장애인건강주치의제도로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 않아 역할과 수행을 어떻게 규정해야 할지가 과제라는 지적이다. 중앙장애인보건의료센터 역시 전문병원-인력도 중요하지만 병원에서 할 수 없는 부분은 민간단체와 연계해서 할 수 있도록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보완돼야 한다는 것.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도 의료서비스뿐만 아니라 장애유형별 동료상담, 중증장애인 의료도우미 교육 및 파견, 보건의료원 장애인권교육 등도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 법에 따라 장애인과 노인의료의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게 될 재활병원제도 도입을 대비해 재활병원의 바람직한 형태와 인력, 시설, 장비, 서비스 등 전반적인 인증기준도 마련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 법이 선언적 규정에 머물지 않고 실효성을 거두려면, 하위법인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어떻게 제정되느냐에 달려있다. 예산이 뒷받침돼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정부의 확고한 의지와 적극적인 추진 없이는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법이 당초의 입법 의도대로 작동되도록 하려면 결국 장애인 당사자들이 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의 제정과정과 이행과정에서 끊임없이 의견을 피력하고 이를 관철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쪼록, 장애인건장권법령에는 “장애인의 건강문제는 장애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인권의 측면에서 이해돼야 한다.”는 장애계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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