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여성 인권이 약화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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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여성 인권이 약화되지 않기를
  • 한고은 기자
  • 승인 2015.09.04 09:43
  • 수정 2015-09-04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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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이번호 특집 기사를 위해 여성장애인어울림센터의 전인옥 센터장을 만나 인터뷰를 나눴다.

전인옥 센터장이 있는 ‘여성장애인어울림센터’는 전국 22곳에 존재하고 있으며, 장애여성의 생애주기와 고충 및 욕구를 반영해 사회인으로 길러내도록 하는 유일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헌데, 예산을 조금도 아니고, 모조리 삭감했다. 정부는 복지부가 진행하는 저학력 장애여성을 대상으로 한 기초교육 예산만을 남겼다. 센터는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전 센터장은, 센터의 존속이 아니라 센터가 무엇을 위해 존속해야 하는가에 관한 물음을 던졌다. 그리고 그 가치에 관한 물음은, 남성 위주의 장애계는 물론 여성장애계 내에서도 인정하지 않는 시선이 분명히 존재한다. 뜬구름 잡는 소리에, 시끄러운 여자들의 불만이라는 것이다.

본지에서 지속적으로 본 건을 다루고 있지만, 기자 개인의 관심이 반영된 것이지, 사실 장애계 내에서 아주 ‘핫한’ 이슈는 아니다. 여성, 그것도 장애인들이 ‘복지 지원’이 아닌 ‘인권’과 ‘가치’를 내세우다니 말이다.

장애계에 산재된 문제는 한두 개가 아니다. 등급제 단순화부터 감사원의 중증장애인 지자체 추가 활동보조 예산을 삭감하라고 한 것 등, 당장 생존의 문제가 걸려 있는 중대한 일들부터 좀체 나아지지 않는 이동권 문제까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희 문제는 나중에’라는 말로 여성장애인들의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지금 마주한 문제들을 보자. 결국 현 정권의 편의주의적 관점으로 개별성에 대한 성찰 없이 하나로 묶어 쥐고 흔드는 일련의 움직임으로 인해 장애계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지 않은가.

전 센터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계 내에서 같은 가치를 공유하거나 연대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라고 말한다. 장애유형, 장애정도, 성별에 따라 장애 당사자들 역시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좁히는 것은 쉽지 않다. 모든 장애인들의 염원처럼 비춰지고 있는 장애 등급제 폐지 문제도 실상은 다른 목소리들이 존재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목소리를 들어주고, 북돋아줄 수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소수자들끼리도 서로의 목소리를 외면하면서, 어떻게 다수자들이 소수자의 목소리를 들어주길 바랄 수 있을까.

2000년 초반, 여성주의자 정희진 씨는 ‘진보남성들의 성폭력’이라는 글을 통해 진보진영 안에서의 여성차별 문제를 고발했다. 80년대 운동권 내에서도 민주주의를 부르짖던 남성 진보주의자들로 인해, 그 안에서 여성 문제는 언제나 뒤로 물러나서 공손히 기다려야만 했으며, 만약 여성이 시끄럽게 떠들 시에는 ‘우아한’ 보수진영에서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폭력이 ‘민주주의자’들로부터 일어나곤 했던 운동권의 얼굴을.

시간이 흐르고 많은 것이 변해온 만큼, 장애계 역시 서로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줄 수 있는 여유는 분명히 이전보다는 넉넉할 것이다. 여성장애인들의 목소리가 장애계 곳곳에, 정부부처 곳곳에, 시민사회 곳곳에 가닿을 수 있도록 기자 역시 꾸준히 시끄럽게 떠들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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