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더 이상 국가망신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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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더 이상 국가망신은 안 된다
  • 임우진 국장
  • 승인 2015.07.24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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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오는 8월 12일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은 제7대 인권위원장에 이성호 서울중앙지법원장을 내정했다. 이를 두고 시민사회단체 등에서는 청와대가 의견 수렴 없이 인사권을 행사한 밀실 인선이라며 내정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동안 시민사회단체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제2의 현병철 위원장을 막기 위해 다양성과 투명성을 보장하는 인권위원 인선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해왔지만 이번에도 보란 듯이 이를 무시하고 정권 입맛에 맞는 인물을 택한 것이다. 인권위는 국가인권기구국제조정위원회(ICC)로부터 인권위원 인선 절차와 투명성과 다양성을 보완하라며 작년과 올해 세 번이나 등급보류 판정을 받아 국가망신을 초래했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인권위는 ICC의 권고마저 무시했다.

2009년 임명 당시부터 인권활동과 무관한 이력으로 부적격 논란에 사퇴 압박을 받은 현병철 인권위원장은 보은인사라는 비난 속에 2012년 연임까지 하는 등 6년간 위원장직을 수행하면서 용산참사, 세월호 참사 등 중대한 인권침해 사안에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정권의 거수기, 시녀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청와대가 친정부적 무자격 인권위원을 임명하면서 임명권자의 눈치만 보는 나머지 인권위가 인권옹호를 위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다. 이성호 인권위원장 내정 역시 ICC가 요구한 인선절차를 밟지 않았다. 별도의 인선 절차 없이 대통령이 지목했다. 시민사회단체는 현직 법원장의 인권위원장 내정은 박근혜 정권의 사법권 장악과 사법의 정치화를 의미하는 것이라 주장한다. 무엇보다도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인권위원 인선 절차를 마련하고 투명성을 보완하라는 ICC의 권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더구나, 현재 인권위원 11명 중 8명, 상임위원 4명 중 3명이 법조인 출신인 점은 ICC가 권고한 다양한 인적 구성과도 거리가 멀다. 세계 모든 국가인권기구의 설립 규범과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하는 원칙으로, 1991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워크숍에서 제정되고 1993년 유엔총회가 결의안으로 채택한 파리원칙은 인권위의 구성에 다원성을 특히 강조한다. 국가인권기구를 구성하는 데 있어 인권위원 선정 과정에서 인권 향상과 관계된 사회 세력의 대표성을 갖는 협력관계 필요, 정부로부터 독립되어 활동할 수 있게 재정적 독립과 독자적인 인력 및 공간 확보 보장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인권위가 보수 성향의 법조인들로 채워지면 소수자 보호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권위는 법을 뛰어넘어 사법 권력과 행정 권력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법과 자본의 논리에 의해 소외받는 사람들을 대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5조 제2항은 인권문제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고 인권의 보장과 향상을 위한 업무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을 인권위원으로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성호 내정자가 인권문제에 전문적 지식과 경험이 있는지 의문이다. 이 내정자가 임명권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인권위 업무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수행할지는 더욱 회의적이다. 박근혜정부는 이성호 인권위원장 내정을 철회하고 인권 감수성을 갖춘 사람, 정파적 이해로부터 자유로운 사람, 시민사회에 협력적이고 정부에 독립적인 사람, 인권위원으로서 활동 방향이 명확한 사람 등과 같은 인선기준을 마련해 임명하라는 시민사회단체의 의견을 무시하지 말고 귀담아 듣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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