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게 ‘존재이유’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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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게 ‘존재이유’를 묻는다
  • 임우진 국장
  • 승인 2014.04.25 10:40
  • 수정 2014-05-12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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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객선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슬픔과 충격에 빠졌다. 역사상 최악의 여객선 사고로 기억될 세월호의 비극에 가슴이 먹먹하고 억장이 무너지는 상실감을 어찌할 수 없다. 사랑하는 아들과 딸이 침몰하는 배와 함께 가라앉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마냥 바라봐야만 하는 부모의 심정을 알기나 하랴. 비통한 마음에 한없이 절망하고 분노할 따름이다. 그런가하면 서울 성동구의 한 자립생활체험홈에서는 거동이 불편한 50대 장애인이 화재 현장에서 탈출하지 못해서 3도 화상을 입고 입원 4일 만에 숨졌지만 세월호의 참사에 묻혔다. 숭례문이 불타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도 온 국민은 속수무책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도심 한복판에서 일어난 화재가 TV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국보1호는 그렇게 소실됐다. 세월호나 숭례문 참화 모두 뻔히 보면서도 손쓸 수 없었다는 점에서 닮았다.
 이 와중에 사고를 책임지겠다는 양심은 찾아볼 수 없다. “200명의 생사를 알 수 없는데 혼자 살기에는 힘에 벅차다. 나에게 모든 책임을 지워달라. 내가 수학여행을 추진했다.”며 자책하는 유서를 남기고 숨진 단원고 교감 한 사람을 제외하고 말이다. 배가 침몰하는 순간 선장과 선원들은 승객들의 생명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들 살길만 찾아 제일 먼저 빠져나왔다. 정부는 피해상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국가 위기관리 능력의 총체적 부실을 드러냈다. 그런데도 침몰 6일째에야 대통령은 "법과 규정을 어기고 매뉴얼을 무시해 사고원인을 제공한 사람들과 침몰 과정에서 해야 할 의무를 위반한 사람, 또 책임을 방기했거나 불법을 묵인한 사람 등 단계별로 책임 있는 모든 사람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며 현장에 있는 공무원들에게 모든 실책을 떠넘겼다. 그러면서 선장과 일부 선원들이 승객을 구조하지 않고 대피한 것에 대해 “살인과도 같은 행위”라며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선장과 선원들에게 돌렸다.
 화재로 숨진 장애인 송국현씨 사건도 그렇다. 2012년 집안에 번지는 불길을 보고도 피할 수 없어 죽음을 맞은 뇌병변1급 장애인 김주영씨와 같은 참화가 재발한 것이다. ‘송파 세 모녀 사건’을 계기로 구청과 주민센터에서 긴급복지 신청을 받는다기에 화재 사고를 당하기 사흘 전 국민연금공단을 찾아가 ‘장애등급 재심사’와 ‘긴급 활동지원’을 요청했지만 허사였다. 대통령은 세 모녀가 생활고로 자살하는 가슴 아픈 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이들이 기초수급자 신청을 했거나 관할구청에서 알았다면 여러 지원을 받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 정말 안타깝다.”는 현실성 없는 무책임한 말을 해 비난을 받았다. 모두가 예고된 참사라는 지적이지만 정부는 뒷북에 무책임한 변명으로 일관한다. 정부는 수많은 이들의 SOS에 반응이 없다.
 국가는 구성원이 국민이기 때문에 국가는 당연히 각종 법률에 규정되어 있는 국민의 권리를 충족시켜 주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고 정부란 국가의 통치권을 행사하는 기관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전문에서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로 시작해 제34조에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고 신체장애자 및 질병·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명시돼 있다. 안전을 최우선 국정과제라며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꾸기까지 한 정부가 아닌가. 한 나라의 선장인 대통령이 헌법의 책임과 의무를 저버리고 공무원과 국민만 탓한다면 그 나라는 침몰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하는 정부라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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