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면 살이 빠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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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면 살이 빠질까?
  • 아이라이프뉴스
  • 승인 2014.01.07 17:08
  • 수정 2014-01-07 1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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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지 교수 /인하대병원 비만센터 가정의학과 전문의

▲ 이연지 교수 /인하대병원 비만센터 가정의학과 전문의
 많은 이들이 아직도 살이 찌는 것은 속이 편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통통한 사람들은 속도 편할 것이라고 지레 짐작하고 말을 더 편하게(?) 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비만한 사람들 자신들도 살을 빼기 위해 스스로를 힘들게 하려고 노력한다.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을 억지로 참고 먹거나, 지나친 저열량식이 또는 금식을 감행하거나 운동중독증에 걸린 사람처럼 녹초가 되도록 고강도의 운동을 강행한다. 그러나 이렇게 심신을 학대하는 극기훈련을 통해 과도한 스트레스를 주면 정말 살이 더 잘 빠지게 될까?

 

내 인생 최저 및 최고의 체중을 기록한 시기

 

필자는 고3과 인턴 시절에 가장 낮은 체중을 기록했다. 이 시기의 특징은 하루도 빠짐없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안은 채, 매일 육체적으로 힘들게 생활하면서, 배고픔을 느낄 겨를도 없었고 무언가 먹을 것을 찾을 여유도 없었다는 점이다. 반대로 배낭여행을 할 때 과체중이 됐는데 사는 게 편해지니까 살이 찌나보다 했지만 느낌은 조금 달랐다. 그때 역시 내일의 안녕은 불확실했으며 오늘 하루를 무사히 보내기 위해 신경써야 할 일은 계속됐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늘 허기졌다. 음식이 눈에 보이면 언제 다시 배고파질지 모르니 남김없이 많이 먹어둬야 했다.

 

사람마다 다른 스트레스 감수성

 

필자와 달리 고3 시절에 체중이 증가하는 사람들도 많다. 많은 여행자들은 똑같이 힘든 배낭여행 중에 살이 빠진다. 어떤 차이가 체중 변화를 다르게 가져오는가? 이는 같은 상황도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스트레스 감수성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고3 시절에 필자는 전쟁 중인 병사처럼 1년을 살았기 때문에 체중이 줄었지만, 어떤 이들에게 고3은 전쟁만큼 극단적인 상황으로 다가오지 않거나, 너무 스트레스가 과도한 나머지 탈진돼 더 이상 긴장할 수 없는 상황이 돼 체중이 늘기도 한다. 필자는 배낭여행의 스트레스를 음식으로 보상받으며 이겨냈기 때문에 체중이 늘었던 반면, 다른 이들에게 배낭여행은 즐거운 모험일 뿐 끝없는 허기를 주는 과도한 스트레스가 아니었다.

 

비만을 부르는 환경

 

여기에 개인의 스트레스 감수성을 넘어서는 또 하나의 변수가 있다. 만약 필자가 다닌 고등학교 앞에 햄버거와 도넛가게가 있었다면 상황은 어땠을까? 배낭여행의 주식이 빵과 버터가 아니었고 야채와 과일을 많이 먹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그래도 필자가 과체중이 되었을까? 개인의 습관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사회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다량의 인공첨가물로 맛을 낸 고열량 식품의 소비를 조장하는 오늘 우리의 환경 속에서 사람들은 스트레스가 늘어남과 동시에 체중이 늘어나기 시작한다.

 

더 힘들어야 살이 빠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당신은 오랫동안 충분히 힘들었기 때문에 살이 쪘다. 대부분 힘들 때마다 살이 찌기 쉬운 선택을 했기 때문에 비만이 됐다.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신다는 술자리에서 음주량을 조절 못하는 습관, 정신적 무료함을 음식으로 달래는 습관, 아이에게 사랑과 칭찬 대신 음식을 주는 습관 등등 그런 예는 한없이 많다. 그렇기에 스트레스 감수성과 환경에 대한 조절 없이 체중감량을 위해 스스로를 더 힘들게 만들면 비만이 될 위험은 커져만 간다. 체중감량을 하고 싶다면 힘든 극기훈련을 하기보다는 자신의 몸과 마음이 가진 건강한 요구에 좀 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따뜻한 가족 관계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오늘 하루도 의미 있고 즐겁게 살아가고 있는지, 매일 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취하고 있는지…. 당신은 더 행복해져야만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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