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아기가 되는 병 ‘치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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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아기가 되는 병 ‘치매’ <하>
  • 편집부
  • 승인 2013.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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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도움말 : 박기형 교수 /가천길대병원 신경과 전문의

가는 세월을 막을 순 없어도 아름다운 노년 내가 찾으리
알츠하이머, 완치 불가…약물로 진행 늦춰야
혈관성 치매, 건강한 생활 습관 유지로 예방
치매 종류마다 치료 방법 차이
전문의 정확한 진단 선행 필수

▲조기 진단이 큰 불행을 막는다

알츠하이머병은 뇌 전체에 걸쳐 전반적인 위축을 나타낸다. 뇌조직을 현미경으로 조사해 보면 아밀로이드와 타우라는 비정상적인 단백질 덩어리들이 서서히 쌓이면서 노인반이나 신경섬유다발이라는 비정상적 물질을 생성하게 돼 뇌세포를 손상시키고 뇌혈관에도 침착돼 여러 병리현상을 일으킨다.
특히 비정상 단백이, 기억력과 인지능력에 중요한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매개로 하는 신경세포들이 모여 있는, 전뇌의 기저부에 침착돼 기억 장애를 초래한다. 현재의 수준으로는 알츠하이머병은 완치할 수는 없지만 진행을 느리게 할 수 있는데, 이것은 최근에 개발돼 시판 중인 항 치매약물을 통하여 가능하다. 이러한 항 치매약물은 앞서 말한 아세틸콜린을 증강시켜 기억력을 호전시키게 되는데, 효과는 이미 여러 연구에서 입증되었다. 치매 환자의 90% 이상이 보이는 정신행동 증상도 약물 치료의 대상이다. 환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불면증, 초조와 공격성, 망상 등은 약물을 투여, 조절이 가능하다. 그리고 정신행동 증상을 조절하기 위해 최근 개발된 약물들은 과거에 비해 부작용도 적은 편이고, 장기복용을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어서 환자 치료에 유리한 점이 많다.
혈관성 치매는 알츠하이머병 다음으로 많은 치매의 원인으로 알츠하이머 치매와는 달리 갑자기 시작,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보호자들은 환자가 평소와 달리 기억장애나 이상행동을 보인 시기를 정확히 언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모든 혈관성 치매가 이러한 전형적인 경과를 보이는 것은 아니며 미세 혈관들이 반복적으로 막히는 경우 알츠하이머병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다. 점진적인 경과를 보이는 경우도 있어 감별 진단을 위해서는 반드시 전문적인 진료가 필요하다. 혈관성 치매는 예방할 수 있다. 혈관 질환의 위험인자인 고혈압, 심장병, 고지혈증, 당뇨병, 흡연 등을 치료하고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기만 하면 발생을 미리 막을 수 있다. 일단 발생하더라도 더 이상의 뇌졸중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한 치료를 통해 예방하면 인지기능 악화를 막을 수 있으므로 뇌졸중에 대한 치료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
이외에도 치매의 종류는 매우 다양해서 루이소체 치매, 전측두엽 치매, 파킨슨 치매 등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것보다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올바른 치료계획의 수립을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신경학적인 검사와 함께 뇌영상검사, 신경심리검사, 혈액검사 등의 다양한 검사를 시행,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건강 유지가 예방의 지름길이다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신체적 건강을 잘 유지하는 것이 기본이다. 특히 뇌혈관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고혈압, 당뇨, 비만, 고지혈증, 흡연 등 여러 위험인자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위험인자들을 조절하는 것은 혈관성 치매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 치매의 예방과 치료에도 중요하다. 또한 나이가 들어도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적극적인 사회생활이나 여가생활을 하면 치매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일거리를 찾고 독서, 취미활동, 친목모임 등의 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
이점에 있어서 미국 켄터키대학의 역학자인 스노우든 박사의 수녀/修女 연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연구팀은 수 십 년에 걸쳐 켄터키주에 있는 수녀원 수녀들을 면담했다. 또 뇌 기증을 약속받고 사후엔 그들의 뇌를 부검했다. 어떤 수녀는 치매 없이 사망했고, 어떤 수녀는 경증의 치매인 상태로, 또 어떤 수녀는 중증치매인 상태로 사망했다. 예상대로 생전의 인지기능과 뇌세포의 파괴 정도는 대부분 비례했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깜짝 놀랄만한 사례가 몇 건 발견됐다. 생전에 치매 증상이 전혀 없던 수녀가 심장마비로 죽었는데 예상외로 뇌 신경세포가 광범위하게 파괴돼 1~6단계 중 가장 심한 6단계의 알츠하이머 치매의 소견을 갖고 있었다. 반대로 중증치매 증상을 보이던 수녀의 뇌는 초기단계인 1~2단계 알츠하이머 치매로 진단되는 일이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연구팀은 뇌 신경세포가 파괴됐지만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던 수녀는 생전에 항상 낙관적,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했으며, 반대의 경우엔 항상 부정적이었고 우울해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것을 해답으로 제시했다.
즉 생물학적 뇌세포 파괴 정도와 겉으로 드러나는 치매 증상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으며, 때로는 마음 자세와 생활하는 환경이 치매의 발현을 억제하기도, 촉진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두뇌활동을 많이 해야 한다

지속적인 두뇌활동도 알츠하이머 치매의 발병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의 뇌는 사용하면 할수록 발달하고, 게을러지면 금방 위축된다.
실제로 지적 활동과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률과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여러 조사결과에 따르면 독서, 바둑, 카드놀이, 글쓰기, 산수, 암산, 악기연주, 그림 그리기 등을 꾸준히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치매 발병률이 낮다고 한다. 따라서 기억력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아침 세계의 명산 이름을 수백 수천 개씩 암송했다는 고 서정주 시인의 치매 예방법도 본받을 만하다.
그리고 하루에 30분씩만 매일 걸어도 치매가 예방된다고 할 만큼 규칙적이고 적당한 운동은 치매예방에 필수적이다. 또한 적절한 영양섭취가 병행돼야 하는데 고등어, 꽁치, 정어리, 삼치와 같이, 등 푸른 생선이나, 카레, 각종 견과류, 우유, 신선한 야채와 잡곡밥 등이 치매 예방에 좋은 음식으로 추천된다. 결론적으로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잘 유지하고 정기적인 의학적 검사를 받는 것이 치매에 대한 근본적인 예방법이다.
적극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치매를 모두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들수록 어쩔 수 없이 발병률이 높아지는 퇴행성 질환이기 때문이다. 피해나갈 수 없다면 차라리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물론 치매 초기에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전문의를 찾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자신의 증상을 부인하는 경향을 보이며 병원을 찾는 것을 거부한다. 가족들 또한 ‘나이가 있으니 그런 거지 별일 없을 거야, 치매라고 한들 어쩌겠어? 치료도 안 된다는데.’라는 그릇된 통념으로 많은 초기 치매노인들이 적절히 치료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경우에 결국 환자의 상태 악화로 이어져 환자 자신 뿐 아니라 돌보는 가족 당사자들에게 더 심한 고통과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과 적극적인 조기치료는 행복하고 아름다운 노년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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