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권위장 재임 현병철씨 노욕, 너무 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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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인권위장 재임 현병철씨 노욕, 너무 추하다
  • 편집부
  • 승인 2012.10.22 00:00
  • 수정 2013-01-2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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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가 여야 정치권은 물론, 시민단체, 국민 대다수가 연임 불가 입장을 밝힌 현병철 씨를 국가인권위원장에 또다시 임명했다. 현 씨는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자격 논란과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아들 병역비리 등 숱한 의혹이 제기돼 아예 청문회보고서조차 채택되지 않았던 인물이다. 재임 중 독단적 운영으로 식물위원회를 만들고 용산참사와 민간인 불법사찰 등 정권에 불리한 현안은 아예 상임위 회부마저 막았다. 인권위 직원들이 연임 반대 신문광고까지 내고 법률전문가 수백 명과 국제앰네스티가 반대 성명을 냈지만 청와대는 제기된 의혹이 일부 사실과 다르고 업무 수행에 큰 차질을 줄 정도는 아니라며 밀어붙였다. MB의 오기 인사와 현 씨의 노욕이 빚어낸 인권위 치욕의 결정판인 셈이다.

MB의 재가 결정이 떨어지자마자 현 씨는 기다렸다는 듯이 위원장직을 수락하는 취임사를 냈다. 현 씨가 취임사에서 쏟아낸 말은 아이러니하기 짝이 없다. 많은 비판에도 위원장직을 다시 수행하는 이유는 ‘독립기관’으로서 국가인권기구의 위상을 더욱더 확고히 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국가인권기구가 제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독립성’이 그 생명이라 할 수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위원회가 ‘정치’로부터, 그리고 ‘권력’으로부터 흔들리지 않고 오직 인권 보호와 향상을 통해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어 가도록 하겠다고 한 대목은 이율배반의 압권이다. 후안무치가 아니고서야, 철저히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해온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곤 믿어지지 않는다. 현 씨가 말한 ‘정치’와 ‘권력’은 어디를 겨냥한 것일까. 현 정권의 유지와 안녕에 걸림돌이 되는 정치와 권력은 아닌지, 그가 지칭하는 ‘사람’이란 현 정권의 기득권 세력만을 뜻하는 것은 아닌지 헷갈린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위한 인권전담 국가기구이다. 입법, 사법, 행정부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고 누구의 간섭이나 지휘도 받지 않아야 한다. 올해 3월 국회가 대통령의 독단을 막기 위해 국가인권위원회법을 개정한 이유다. 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만 규정한 법조항을 고쳐 국회가 청문하고 국회의 임명동의를 얻도록 한 것이다. 현 씨는 인권위 역사상 최초로 국회 인사청문 대상이었으나 MB는 이마저 무력화시켰다. 인사청문회제도가 왜 도입됐는지 따져볼 일이다. 야당은 물론 여당까지 반대했지만 MB는 귀를 꼭 닫았으니 군주국가에서나 가능하지 민주국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정권말기라서 막가도 밑질 게 없단 발상인가.

MB는 정권 초부터 ‘강부자’, ‘고소영’ 인사에 ‘낙하산’, ‘회전문’ 인사라는 논란을 불러왔다. 구멍가게에서도 쉽지 않은 측근 기용의 인사스타일은 정권 초기나 말기나 전혀 달라진 게 없다. 그 나물에 그 밥이란 말이 딱 들어맞는다고나 할까. 현 씨에 대한 국민의 질타는 따가웠고 수치스런 일이었다. 정상인으로서의 판단과 이성만 갖췄더라도 스스로 물러났어야 했다. 그럼에도 현 씨는 눈 하나 꿈쩍 않고 보란 듯이 또다시 자리를 꿰차는 노욕을 드러냈다. 현 씨 나이 69세면 이순(耳順, 귀가 순해져 사사로운 감정에 얽매이지 않고 모든 말을 객관적으로 듣고 이해할 수 있는 나이 육십)을 넘어 종심(從心, 마음이 하고자 하는 대로 하여도 법도를 넘어서거나 어긋나지 않았다는 나이 일흔)이 아닌가. 한 번이면 족할 일이건만 무슨 미련이 남았는지. 현 씨야 가문의 영광일지는 모르나 국격에 크나큰 흠을 남겼으니 국민에겐 범죄나 다름없다. 가족과 후손의 인권도 생각해 볼 일이련만, 참 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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