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시설 거부하는 ‘명품’아파트의 ‘저질’ 민심
상태바
장애인시설 거부하는 ‘명품’아파트의 ‘저질’ 민심
  • 편집부
  • 승인 2012.09.21 00:00
  • 수정 2013-01-21 11: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4일 서울 방학동의 한 아파트단지 게시판에 나붙은 아파트 입주자 대표 회장 명의의 장애인시설물 설치 반대 입장 공고문 사진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큰 파문이 일었다. 이 공고문은 자칭 ‘명품’아파트를 표방하는 아파트 입주민 대표가 아파트 인근에 추진 중인 장애인시설 설치 반대 서명을 하라고 입주민들을 부추기는 내용이었다. 공고문에는 ‘장애인 시설물 설치시 문제점’이라는 제목 하에 ‘당 아파트 집값 하락이 대두될 수 있음, 장애인 출입이 과다하여 사고의 위험이 현저하게 증가될 수 있음, 구청 앞에서 집회 시위하는 장애인단체들을 보면서 우리는 절대로 그런 시설이 보통사람들이 사는 이곳에 들어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장애인은 ‘보통사람’이 아니란 식의 천박한 인식수준이 감춰진 우리 사회의 치부를 보여준다. 장애인 차별, 편견, 모멸을 넘어선 인격살인이 아닐 수 없다.

지역 주민들이 장사시설, 쓰레기소각장, 교도소 등을 혐오시설로 여겨 ‘내 집 뒷마당은 안된다’고 반대하는 ‘님비현상’(NIMBY=Not In My Back Yard)이 장애인시설에까지 불똥이 튄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서울시가 양양군 현북면 하조대 해수욕장 인근에 건립을 추진 중인 장애인시설을 놓고 양양군과 서울시가 법정 소송을 벌이는 가운데 지역주민들이 양양군에 허가해주지 말 것을 요구하는 반면 장애인들이 허가를 요구하며 양양군청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광주광역시의 한 장애인주간보호센터가 이전하려고 땅을 매입해 놓고도 주민들의 반대로 수개월 동안 착공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사례도 있다. 경기도 화성시의 한 아파트 부녀회장과 노인회장이 지적장애인 가족에게 이사를 강요하는 일까지 벌어져 법정에 섰지만 지난 5월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던 사건도 있었다.

장애인시설을 반대하는 이유를 들어보면 세상인심이 너무도 이기적이란 생각이 든다. ‘내 이웃에 장애인들이 사는 게 싫다. 땅값, 집값이 떨어진다. 아이들 교육상 안 되겠다. 장애인이 함부로 집안으로 들어와 피해를 줄 것 같아 안 되겠다. 내 자녀들에게 돌멩이를 던질 것 같아 안 되겠다.’ 등등 근거도, 명분도 없다. 장애인을 해악을 끼치는 존재로, 장애인시설을 집값 하락의 원인으로 치부하고 있다. 심지어 장애인은 보통사람이 아니어서 장애를 갖지 않은 사람과는 격리돼 살아야 하는 외계인쯤으로 인식한다. 심각한 인권침해에 범법행위라는 사실조차 모른다. 정부가 많은 예산을 쏟아 부으며 장애인 인식개선 사업을 벌이고 있다지만 별 실효성이 없다는 증거다.

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주민들의 선입견과 마음의 장벽을 허물고 주민들과 갈등을 극복한 사례도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특수학교인 경은학교는 설립 당시 주민들의 반대가 격렬했지만 개교 이후 학교 시설을 주민들에게 무료 개방하고 마을 행사 등을 통해 닫힌 주민들의 마음을 열고 특수학교가 혐오시설이라는 인식을 불식시켰다. 올해 4월 개교한 경기도 안성시에 있는 한길학교는 개교식이 열리자 주민들이 마을방송으로 참여를 권유하고 부녀회원들이 손님들을 위해 음식을 마련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주민들은 발달장애 학생들과 운동장에 잔디도 심고 학교 주변에 나무를 심어 면학분위기를 만들어줬다는 것이다. 시설을 주민에게 개방하는 등 지속적인 소통이 이뤄진다면 주민들도 마음을 열거란 얘기다. 국민의 인식도 달라져야겠지만 행정 또한 공청회 같은 형식적 절차보다 주민의 이해와 동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행정력을 바탕으로 님비현상을 타파해나가야 할 때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