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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부
  • 승인 2012.09.21 00:00
  • 수정 2013-01-21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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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의무고용제, 정부부터 지켜라

 

이달 초,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장애인 고용이 저조한 민간기업 1994개소에 대한 명단을 공표한데 이어 장애인 의무고용률에 미달한 국가·자치단체 33개소, 공공기관 69개소 등 총 102개소 명단을 공표했다. 상시근로자 100인 이상 민간기업 1만1873개소 가운데 절반이 넘는 6016개소(50.7%)가 장애인 의무고용률 2.3%를 지키지 않았다. 이 가운데 3068개소는 의무고용률 1.3%조차 어겼고 장애인을 한 명도 고용하지 않은 업체도 1456개소(12.3%)나 됐다. 특히 30대 기업집단의 장애인 고용실적은 심각한 수준으로 609개소 중 무려 75.2%인 458개소가 의무고용률을 어겼다. 국가기관·자치단체는 35.8%가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않았고 공공기관은 40.5%가 의무고용률 3%에 미달했다.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은 담합이라도 하듯이 모두 의무고용률 미달 명단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았다. 모범을 보여야 할 대기업, 국가ㆍ자치단체, 공공기관에서 장애인 고용이 저조한 것은 정책부재 탓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래서야 민간기업에 장애인 고용을 독려할 수 있겠는가.

우리나라가 장애인 의무고용제도를 도입한 지 20년이 넘었다. 1990년 제정된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라 국가·자치단체, 공공기관 및 민간기업(상시 50명 이상)은 일정비율 이상 장애인을 고용해야 한다. 장애인 고용인원이 의무고용인원에 미달하면 부담금을 부과(상시 100명 이상)하고 의무고용률(2.7%)을 초과하면 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다. 2012년 현재 우리나라의 장애인 의무고용률은 국가·자치단체의 공무원 및 공공기관이 3%, 국가·자치단체의 근로자 및 민간기업이 2.5%이다. 프랑스와 독일의 각각 6%, 5%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2011년 말 현재 등록장애인 252만 명 중 장애인 고용인원은 13만3451명으로 장애인 의무고용 사업체의 장애인고용률은 2.28%에 머물고 있다. 인적자원의 크나큰 손실이다.

대기업과 국가ㆍ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이 의무고용을 무시하는 것은 위반해도 별 제재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대기업일수록 부담금제도를 악용한 나머지 장애인 고용을 외면하고 부담금 납부로 대신해온 것이 사실이다. 기업체가 의무고용을 위반해도 의무고용 인원 1인당 월 59만원(고용률에 따라 가산)만 내면 된다. 민간기업 입장에서는 장애인을 고용해봐야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그릇된 인식이 지배적인 반면 부담금은 껌값에 불과하다. 더욱이 국가ㆍ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이 고용의무를 위반해도 법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제도가 없다. 민간기업은 부담금이라도 부과하지만 국가ㆍ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은 부담금도 없다. 국가ㆍ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이 장애인 의무고용을 무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장애인의 고용기회를 확대하겠다며 의무고용률에 미달한 민간기업, 국가ㆍ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의 명단을 공표하는 정부부터 고용의무를 위반하고 있는 것은 이율배반이 아닐 수 없다.

장애인에게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 제공이라는 사실을 정부나 기업체가 모를 리 없다. 그래서 대기업과 정부 스스로 장애인 고용을 획기적으로 늘리려는 인식 전환이 선행돼지 않는 한 장애인 복지 증진은 기대하기 어렵다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차제에 정부 스스로 장애인 고용정책에 대한 과감한 수술을 단행해 특단의 장애인 고용정책을 모색하기 바란다. 의무고용을 위반하는 민간기업, 국가ㆍ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실효성 없는 명단 공표나 부담금 부과와 같은 전시성 행정에서 벗어나 보다 강력한 규제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무엇보다 국가ㆍ자치단체, 공공기관 및 민간기업체 최고책임자의 의식전환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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