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주거는 인권 이전에 생존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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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주거는 인권 이전에 생존권이다
  • 편집부
  • 승인 2012.05.16 00:00
  • 수정 2013-01-23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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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올 8월 23일부터 30년 이상 임대 목적의 공공건설임대주택은 수도권에서 5% 이상을, 그 밖의 지역은 3% 이상을 장애인이나 고령자와 같은 주거약자용으로 건설해야 한다. 주거약자용 주택에는 넓은 출입문과 미끄럼 방지 바닥, 비상연락장치 등이 의무적으로 설치된다. 국토해양부가 ‘장애인·고령자 등 주거 약자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주거약자지원법)’ 제정안을 지난 2월 23일 공포함에 따라 하위법령인 시행령·시행규칙 제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한 것이다. 장애인의 주거는 단순히 거주하는 주택의 의미보다는 전반적인 생활의 중심공간으로서 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도 지금까지 사회적 관심과 정책적 우선순위에서 배제되어 왔다. 그런 점에서 주거권 보장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은 늦으나마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통계계청의 ‘2010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은 101.9%이나 자가보유율은 61.3%로 10가구 가운데 4가구는 무주택 가구다. 정부가 말로는 무주택 서민을 위한 주택정책을 부르짖었지만 실상은 소수가 독차지하고 장애인이나 고령자 같은 주거약자들의 내 집 마련은 그림의 떡이었다. 복지부의 ‘2011년 장애인실태조사’ 결과, 우리나라 장애출현율은 5.61%로 인구 1만 명 중 561명이 장애인인 셈이다. 장애인수는 점점 늘어나지만 장애인의 자가 비율은 2008년 65.3%, 2011년 58.9%로 오히려 하락했다. 2008년도 조사결과, 장애인의 3.0%가 비주거용 건물 및 비닐하우스, 움막, 판잣집, 임시막사 등에서 거주하고 있다. 이 같은 주거 극빈층이 162만 명에 이른다는 주장도 있다. 게다가, 장애인의 주거공간은 자신의 장애유형 등이 반영되지 않고 획일화된 구조여서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

그런 점에서 주거약자지원법은 장애인·고령자 등 주거약자의 안전하고 편리한 주거생활을 지원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주거약자의 주거안정과 주거수준 향상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이 법에 의한 지원 대상은 ‘장애인복지법’ 상의 장애인, 65세 이상인 사람, 그밖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이다. 시행령·시행규칙 제정안은 주거약자용 주택의 의무건설 비율과 갖춰야 할 주요 편의시설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편의시설 설치기준을 마련하고 주택유형별, 장애유형별로 설치할 수 있는 시설을 규정했다. 이와 함께 주거약자지원법은 주택 개조 비용을 국민주택기금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은 장애인과 고령자를 동일한 주거약자로 규정하고 있어서 장애인의 특성이 충분히 반영된 주거지원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특히 주거약자의 범위를 ‘그밖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으로까지 확장해 놓고 있으나 대통령령에 해당하는 시행령에서는 특정하지 않아 악용될 소지도 다분하다. 정작 장애인 등의 주거약자가 상대적인 불이익을 당할 우려도 있어 미흡한 법령 보완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정부는 일부 유주택자들이 주거약자용 임대단지를 마치 혐오시설 취급하거나 임대주택 입주자들을 멸시하는 그릇된 인식을 불식시킬 방안부터 강구해야 한다. 최근 수원지법은 아파트 거주 지적장애인 가족에게 이사를 강요하고 각서 등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아파트 부녀회장과 노인회장에게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하지 않았는가. 마침 서울시가 ‘주거는 인권이다’라는 슬로건 하에 쪽방 등 비주택 거주 가구 주거지원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장애인 등에게 주거는 인권 이전에 생존권임을 알아야 한다. 앞으로 시행과정을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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