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여성의 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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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여성의 우울증
  • 편집부
  • 승인 2012.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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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진/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대한민국의 주부는 슈퍼맨이다. 엄마, 아내, 딸, 며느리 거기에 직장맘이기까지 한다면 한사람에게 붙는 타이틀은 최소 4개. 이러한 타이틀처럼 그만큼의 스트레스가 역시 큰 것이 바로 주부다.

 

40대 주부 김모 씨는 요즘 시도 때도 없이 짜증이 밀려오고 신경질적이고 예민해져 걱정이다. 특히 퇴직 후 방안에서 신문과 텔레비전만 보고 있는 남편의 모습에 화가 치민다. 최근 투자했다가 손해만 본 펀드 때문에 간혹 자다가도 갑자기 분노가 치밀어 잠에서 깨기도 한다. 아무에게도 하소연할 곳이 없어 속으로만 삭이고 살았는데 얼마 전부터 속이 메스껍고 가슴이 답답해 병원을 찾았다.

 

화병

주부 우울증하면 떠오르는 것이 화병이다. 화병은 현재 정신과적인 질병을 평가하는 진단 기준에서 우울증의 한국적인 지역적 특이성을 보이는 한 양상으로 생각한다. 정서적으로 우울한 것이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았던 사회 분위기에서 신체적인 증상으로 주로 표현되는 상태를 말한다. 주요 증상은 불면, 피로, 공황, 임박한 죽음에 대한 두려움, 우울한 기분, 소화불량, 식욕부진, 호흡곤란, 빈맥, 전신통증 및 상복부에 덩어리가 있는 듯한 느낌 등이 있다.

주부 우울증의 증상과 심각한 정도는 남성과 차이는 없다. 그러나 남성에 비해 우울증을 앓는 기간이 길고, 임신, 출산, 폐경과 관련되는 일련의 과정과 연결돼 재발을 경험하면서 만성화되기 쉽다.

또한 전형적인 우울증상과는 반대로 불면보다는 과다 수면, 식욕 저하보다는 식욕 증진, 이로 인한 체중증가 등 비전형적인 우울증상이 나타나기 쉽다. 그리고 우울한 기분으로 인한 신체적인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을 뿐더러 계절적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나 계절성 우울장애의 경우 여성에서 4~6배 많이 나타난다. 우울증 이외의 다른 정신과적인 질환, 그 예로 식이장애, 만성피로증후군, 편두통 등과 같은 내외과적인 질환을 동반할 가능성이 많다. 그 이외에도 치료에 대한 반응 또한 늦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폐경 이행기

폐경 이행기 또는 폐경 주변기는 출산이 가능한 시기에서 출산이 불가능한 시기로 가는 과정이다. 폐경 주변기 동안 대부분 여성들의 생리주기가 불규칙해진다. 이 시기에는 난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의 변동이 크기 때문에 생리주기가 짧아지거나, 길어지기도 한다. 폐경 이행기는 종종 40대에 시작되고, 평균 시작 연령은 47.5세이며 지속기간은 평균 4~8년이다. 따라서 어떤 여성들은 수년에 걸쳐 신체적 또는 정서적 변화를 겪게 된다.

 

①폐경 이행기에 나타나는 증상

폐경 이행기에는 생리빈도, 생리기간, 생리량의 변화 외에도 화끈거림, 전형적으로 야간 발한(발한을 동반한 화끈거림은 수면시 각성을 유발)과 같은 혈관운동 증상이 나타난다. 화끈거리는 증상은 발한이나 열감과 함께 갑자기 발생하고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불안감이 종종 동반되고 뒤이어 으슬으슬 떨리는 증상이 나타난다. 45~85%의 여성들이 이러한 증상을 경험하고 간혹 생리 변화가 일어나기 전에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은 대부분의 여성들에게 마지막 생리주기 동안이나 마지막 생리주기 직후에 나타난다. 자연적인 폐경을 경험하는 여성들의 경우 2년 정도가 경과하면 혈관운동 증상이 점차 사라지게 된다. 반면 수술적인 폐경을 경험하는 여성들은 수술 직후 심각한 혈관운동 증상을 경험하는 것이 보통이다. 여성들에게 혈관운동 증상이 생기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에스트로겐 수치가 떨어지면서 체온 조절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폐경 이행기동안 나타나는 신체적인 변화나 증상으로는 불면, 기억장애, 성기능 장애, 골다공증 및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성 증가가 있다.

 

②폐경 이행기 우울증

과거에는 폐경 이행기에 있는 여성들을 갱년기 멜랑콜리아, 갱년기 신경과민 등으로 표현했었다. 급격한 호르몬의 변화, 사회경제적인 상태, 인종, 결혼에 대한 만족도, 산욕기 우울증이나 심한 생리 전 증상의 기왕력 등이 폐경 주변기 동안 나타나는 우울증과 관련이 있는 요인들로 밝혀졌다.

폐경기 클리닉을 방문하는 여성들은 우울증상이나 동반된 불안증상 뿐 아니라 혈관운동 증상과 같은 신체적인 증상을 가진 경향이 있다. 반면 일반 인구 중 대부분의 여성들은 폐경이 가까워지면서 심각한 우울증을 경험하지는 않는 것 같다.

폐경 이행기나 산욕기처럼 호르몬의 변하가 급격한 기간에 특히 취약한 여성들이 있다. 급격한 호르몬의 변화는 뇌의 몇몇 신경전달 물질에 불균형을 초래해 기분이나 행동에 영향을 준다.

호르몬의 변화가 급격한 폐경 주변기 동안에 에스트로겐 수치가 낮지만 비교적 안정적인 수치를 유지하는 폐경 이후와 비교했을 때 우울증의 발생 빈도가 높다. 또 다른 가능성은 폐경 주변기에 나타나는 야간 발한, 화끈거림과 같은 신체증상으로 인한 불편감이 수면장애 같은 신체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결과적으로 안정된 기분을 유지하는데 영향을 준다. 그러므로 기분을 향상시키기 위해 에스트로겐을 투여하는 것이 이차적으로 폐경기 신체증상을 완화시키고 수면을 정상화시킬 수 있다.

심리사회적인 견해에서 보면 폐경 이행기는 일반적으로 여성으로서의 주요한 역할인 모성을 잃게 되고 이에 대한 적응이 어려운 시기로 생각돼 왔다. 따라서 자녀들이 집을 떠나는 빈 둥지 증후군이 폐경 이행기 동안 심리 증상이 발생되는 심리사회적인 원인으로 생각됐다.

그러나 이러한 이론의 상대적인 타당성은 현재 의문시 되고 있으며, 자녀에게 지나치게 많은 관여를 하고 있는 여성들에게 국한돼 나타나고 자녀들이 집을 떠날 때 자신이 쓸모없고 고립되고 우울하게 느낀다. 반대로 심리적으로 건강한 여성들은 이 시기를 직업적, 사회적인 활동을 넓히고 배우자와의 더 많은 시간을 가질 기회로 여긴다.

최근 연구 등은 대학을 마치거나 이혼 후 자녀들이 집으로 돌아오는 경우 자녀가 떠난 후 자신의 삶을 재조정할 기회를 가졌던 부모들에게는 스트레스 사건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③폐경과 관련된 증상의 치료 방법들

단기적인 호르몬 치료는 폐경 이행기에 동반되는 신체증상을 경감시키고 장기적인 호르몬 치료는 골다공증과 심혈관계 질환과 같은 에스트로겐이 부족한 상태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는 선택적인 치료방법이다. 최근에는 에스트로겐 사용을 좀 더 확대해 폐경기 여성의 기분과 인지를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폐경에 가까운 여성들이나 폐경이 된 여성을 치료할 때 많은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 폐경과 관련된 증상에 대안적인 치료가 반드시 안정하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소위 폐경 증상에 대한 대안적인 치료 역시 에스트로겐 수용체에 작용하므로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위험성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한 치료는 에스트로겐 사용에 부적응증이 되는 경우에 특히 조심스럽게 고려돼야 한다.

이밖에도 항우울제가 혈관운동 증상을 향상시킨다. 호르몬 치료를 할 수 없거나 원하지 않는 환자들의 폐경 관련 우울증상이나 혈관운동 증상에 치료로 유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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