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0만 운명과 맞바꾼 비례대표후보 공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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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0만 운명과 맞바꾼 비례대표후보 공천
  • 편집부
  • 승인 2012.04.26 00:00
  • 수정 2013-01-23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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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총선을 대비해온 장애인총선연대가 장애계를 대표할 비례대표 추천 후보자를 최종 선정해 각 당에 추천한 것과는 아랑곳없이 총선연대 결성을 주도한 장애계 양대 단체 대표들이 각 당에 자신들을 직접 비례대표로 신청해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되면서 장애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소속단체를 비롯한 장애계가 즉각 대책 모임을 갖고 후보자 신청을 철회하지 않을 시 제재 조치하겠다는 입장 표명과 함께 두 정당에 장애계 추천 인사를 공천하라고 촉구했지만 헛수고였다. 장애계의 꿈이 물거품이 된 것과는 별도로 이번 사태는 장애계의 도덕성과 대외 신뢰성은 물론 대표성에도 치명적인 흠집을 남겼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하겠다. 일신의 영달을 위해서 자신들이 몸담아 이끌어온 조직과 전국 480만 장애인들의 운명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것이다.

지난 1월 장애계는 ‘우리의 대표는 우리가 뽑는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전국 64개 단체가 가입한 장애인총선연대를 출범시켰다. 총선연대는 장애계를 대표할 수 있는 비례대표 후보자를 각 당에 추천하고 10대 장애인공약을 각 당에 요구하는 한편, 장애인의 선거 참정권 보장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동안 지난 17대와 18대 총선에서 각각 2명과 5명의 장애인 당사자가 비례대표로 선출돼 활동했으나 대표성이 없어 장애인의 입장을 충분히 대변하지 못해왔다는 판단에서다. 총선연대가 장애계를 대표할 비례대표 추천 후보자를 선정할 때까지도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상임대표는 객관적 관리자 역할을 하겠다며 스스로 불출마를 선언했고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상임대표 역시 총선연대의 비례대표 추천 후보신청에 응하지 않았다가 뒤늦게 뒤통수를 친 것이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제19대 국회의원 선거 비례대표 후보자 공천에서 총선연대가 양 정당에 추천한 19명이 모두 공천에서 탈락한 것은 그럴 수도 있는 문제다. 그러나 장애계의 대표성을 가진 인물의 원내 진출을 목표로 총선연대까지 출범시키면서 후보 추천에 매달려온 장애계의 노력과는 달리, 이를 무시하고 개인의 야망에 눈이 멀어 사사로이 후보 신청을 한 총연합회와 총연맹의 두 상임대표를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각각 비례대표 후보 2번에 공천한 사실은 쉽게 납득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그동안 장애계가 장애인을 대변할 인물의 국회 진출을 위해 정치권을 상대로 공청회를 갖는 등 총력을 기울여왔던 사실을 상기할 때 배신감마저 든다. 이는 장애계에 대한 정치권의 이중성을 드러낸 사건이며 장애계의 정체성에 큰 타격을 입힌 중대사가 아닐 수 없다.

총연맹과 총연합회가 어떤 단체인가. 총연맹은 장애인들에 의해 설립된 전국 27개 장애인단체들의 연대체로 전문가 조직을 포함한 최대 조직이다. 총연합회는 장애인 당사자주의를 표방하며 장애인의 완전한 참여와 평등을 목표로 설립돼 8개 단체로 구성됐다. 이들 두 단체가 장애인 당사자의 소통과 지지로서 장애인의 정치세력화를 하겠다며 주도했던 것이 총선연대가 아닌가. 더군다나 총선연대를 사실상 총지휘하고 관리해온 두 단체의 최고 책임자가 스스로 조직을 배반하고 은밀히 정당에 손을 벌려 공천을 구걸한 것은 법적인 하자는 없다 할지라도 조직윤리의 근간을 뒤흔드는 쿠데타나 다름없다. 지금까지 장애계가 정치세력화하지 못한 점이 안타깝다던 인물이 스스로 룰을 어긴 마당에 장애계가 정부와 정치권에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지 암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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