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 있는 불쌍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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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 있는 불쌍한 가족?
  • 편집부
  • 승인 2011.05.09 00:00
  • 수정 2013-01-25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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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구/ 한국장애인재단 사무총장

흔히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합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성년의 날 등 가족구성원들을 기념하는 날들이 5월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기념일을 통해 각 가족구성원들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여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공동체의 의미를 되새기자는 의미일 것입니다.

여러분은 ‘행복한 가정’이라고 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시나요?

아빠와 엄마, 귀여운 아들과 딸이 함께 행복한 웃음을 짓는 모습이 아마도 우리에게는 가장 이상적인 가족의 이미지가 아닐까 합니다. 그러나 가족구성원 중 한명이라도 장애인이 있다면 그 그림은 어딘지 모르게 불편하게 보일 것 입니다. 이때 자녀가 장애인이라면 부모가 불쌍해 보일 것이고, 부모가 장애인이라면 자녀들이 불쌍해 보일 것입니다. 이것은 ‘장애’라고 하면 비극적인 것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장애에 대한 뿌리 깊고 오랫동안 쌓여온 부정적 이미지 때문일 것입니다.

가족안에서의 장애인은 어떻게 그려지고 있나요?

휴먼다큐 프로그램의 단골메뉴인 장애인이 있는 가족의 이야기를 보면, 장애인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장애인을 돌보는 자녀 또는 부모의 눈물겨운 희생이 시청자들의 감성을 자극합니다. 물론 가족들의 희생과 사랑은 마땅히 칭찬을 받아야 하지만, 그로 인해 장애인은 불쌍하고 무력하며 도움이 필요한 존재, 스스로 무엇인가 판단하고 결정하고 선택할 수 없는 존재,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희생의 상징인 존재로 보이는 점은 문제입니다.

이렇듯 장애인이 부정적인 존재로, 가족들은 희생의 존재로서 재현되는 것은 왜곡, 과장되어 있기도 하지만 가족내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반영하고 있기도 합니다.

장애인에게 적절한 사회적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장애인은 가족에게 늘 짐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가족 중 누군가는 자신의 시간을 투여해 장애인을 도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장애인에게 활동보조인을 지원하고 혼자 생활할 수 있는 주거공간을, 사회환경의 편의시설을 갖춘다면, 장애인도 가족구성원도 모두 자신의 삶을 꾸려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장애인이 있는 가족을 TV를 통해서 보더라도 안쓰러움이 아니라 멋진 인생에 대한 흐뭇함이 묻어나는 아름다운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즐거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내년 가정의 달에는 이런 휴먼다큐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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