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재단 설립, ‘옥상옥’을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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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재단 설립, ‘옥상옥’을 경계한다
  • 편집부
  • 승인 2011.04.12 00:00
  • 수정 2013-01-25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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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가 내년 1월 재단출범을 목표로 기자간담회에 이어 시민공청회를 계획하는 등 인천복지재단 설립을 본격화하고 있다. 시는 다양한 계층의 복지 요구를 시 재정만으로 충족시키기 어려운 만큼 민·관의 인적·물적 자원을 총 동원한 네트워크를 통하여 인천시민의 복지요구에 대한 즉각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 복지재단 설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재단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기존 민간기관과 기능중복, 재단의 시 종속화, 위인설관 기관으로의 전락, 비합리적 재단운영의 위험성 등 복지계의 우려도 만만치 않다.

재단은 인천시가 사회복지기금 94억원으로 시작해 2020년까지 총 5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한다는 비전을 내놓고 있다. 기존의 민간기관과는 달리 복지사업의 싱크탱크 역할과 미래비전 제시와 함께 사회 안전망 구축 기능을 해나가겠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민간기관처럼 직접사업은 하지 않고 교육훈련, 연구조사, 자원연계개발, 평가지원, 사업개발 등의 업무만을 맡는다는 것이다. 재단은 상위기구로서 민간기관들의 중복 서비스를 조정·분산해 효율성을 높여 서비스 질을 개선한다는 것.

그럼에도 여전히 재단과 기존 민간기관의 역할 중복 문제는 재단 설립의 가장 큰 난제일 수밖에 없다. 이 또한 사회복지협의회와 기능 중복을 피할 길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재단이 지역복지 네트워크를 구축해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더라도 사업과 연구조사 업무에 대해서는 영역다툼이 일어날 게 뻔하다. 민간측은 재단이 네트워크를 구축해 기관·시설별 중복되는 복지서비스를 조정하고 수혜층을 넓히는 것에 주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단이 기존 민간기관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고 민간의 역할을 침범하거나 중복된 역할을 시행한다면 갈등이 조장될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재단이 얼마만큼 민간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보장하는 구조로 꾸려질지도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시의 재단 설립·운영 계획에 대해 기금을 출연한 시의 입김에 따라 재단 운영이 좌지우지될 수 있다며 재단의 독립성 문제를 우려한다. 나아가 재단이 퇴직공무원과 정치인들을 위한 논공행상의 자리로 전락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재단의 이사장 자리를 놓고도 벌써부터 시와 민간측의 입장이 다르다. 시는 예산 확보와 책임성을 이유로 시장을 거명하지만 민간측은 복지전문가를 염두에 두고 있다. 민간측은 시장이 임명되면 재단의 자율성이 훼손된다고 반대한다. 관 주도로 민간복지가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재단의 지나친 통제나 간섭이 역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본지가 지난해 사설(본보 2010년 10월 11일자 참조)에서 이미 지적했듯이 재단은 ‘인천형 통합복지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시의 의도와는 달리 옥상옥이란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미 틀을 다 짜놓고 공청회를 열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지적도 들린다. 여론이 크게 우려하고 있는 부분도 이런 점이다. 시는 단순한 통과의례가 아닌 내실 있는 공청회를 통해 충분한 공감대를 끌어내야 한다. 조례는 이를 바탕으로 재단의 위상과 역할을 명문화해야 할 것이다. 재단을 왜 만들어야 하고 누구를 위한 재단인가를 원론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특히 노인, 장애인 등 복지사각지대의 소외계층에 대한 고민이 얼마만큼 담길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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