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분들의 최소한 안전, 반드시 챙겨야
상태바
소외된 분들의 최소한 안전, 반드시 챙겨야
  • 편집부
  • 승인 2011.03.28 00:00
  • 수정 2013-01-25 15: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 경우/소방방재청 시설안전과장

미국의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Abraham H. Maslow)는 ‘욕구 위계론(욕구 5단계설)’에서 인간의 욕구는 하위단계에서 상위단계를 향해 계층적으로 배열되어 있고 일단 하위단계의 욕구가 충족되어야만 그 다음 단계의 욕구가 발생한다고 주장하였다.

이 이론이 맞다면 가장 하위단계에 배열되어 있는 원초적 욕구인 생리적 수준의 욕구 해결도 힘겨운 우리 주변의 이웃 분들에게는 매슬로가 말한 생리적 욕구의 바로 다음 단계인 안전의 욕구 실현은 아득히 멀게만 느껴질 것이다.

소방방재청 재난연감(2010년 9월 발행)에 의하면 2009년 한 해 동안 47,318건의 화재가 발생하여 2,441명(사망 409명, 부상 2,032명)의 인명피해를 냈는데, 주거용 건물이 전체 화재 중 가장 많은 24.9%(11,767건)를 차지하였고 부주의 48.1%(22,763건), 전기나 기계적 결함에 의한 화재가 30.5%(전기 10,786건, 기계 3,651건)였다.

지은 지 오래되어 노후된 다세대 연립주택, 쪽방촌, 무허가주택 밀집지역 등 생활이 어려운 분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곳이 그만큼 재난에 쉽게 노출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의미있는 통계라 할 수 있다.

소방방재청은 당장의 생계유지가 급선무여서 안전문제에 소홀해지기 쉬운 어려운 분들에게 화재예방 등 기초적인 최소한의 안전이라도 배려해야 한다는 정책적 판단에 따라 누전차단기, 콘센트, 가스밸브 등 전기와 기계 설비를 무상으로 점검하고 부주의에 의한 사고를 방지하는 안전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이 사업은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중에서도 노약자, 중증장애인, 혼자 사는 노인, 미성년 가장 등 생활형편이 더 어려운 가구를 대상으로 지난 2007년부터 해오고 있는데 그간 118억원의 정부예산을 들여 26만 가구의 안전을 점검하였다.

올해와 내년에는 이미 하고 있는 전기, 가스시설의 점검·정비 외에 화재가 발생하려고 하면 자동으로 울려서 초기 대응에 매우 유용한 단독경보형 감지기도 달아줄 계획으로 8만8천 가구를 정비하게 된다.

아쉬운 점은 이 사업이 내년에 종료되면 그 다음해부터는 정부예산 투입 여부가 아직까지 불투명해 사업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미 4~5년 전에 정비를 해준 가구는 기간이 많이 지났으므로 다시 점검을 해야 할 필요가 있고 최저생계비 120%이하의 비수급 가구인 차상위 계층은 상대적으로 지원의 손길이 미치지 않아 잠재적 위험이 오히려 높을 수도 있으므로 이 사업은 앞으로도 지속하면서 수혜가구의 범위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는 최근 정부에서 잇따라 발표한 어려운 계층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디지털 TV 구매 보조금 지급, 교육과학기술부의 방과후 학교 참여 자유수강권 지원대상 확대 등 다른 복지시책 추세와도 맥을 같이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생활에 지치고 생계유지 자체가 어려운 분들은 안전을 스스로 해결할 의지와 능력이 아무래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를 개선해 나가기 위해서는 그 분들의 안전에 대한 인식전환 못지않게 적극적인 국가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점검과 정비를 해준 점검반원에게 어색하지만 고마움을 표현하는 친근한 미소를 보내주는 우리의 어렵고 소외된 이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