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사랑스러운 딸이 첫사랑을 시작하려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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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사랑스러운 딸이 첫사랑을 시작하려나 봅니다”
  • 편집부
  • 승인 2011.03.28 00:00
  • 수정 2013-01-25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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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지 엄마 권은순/인혜학교 학부모회장

“댄스선생님?! 영훈이랑 파트너 하게 해주세요. ♡♡♡ 사랑합니다.”

저는 명지의 일기장만 보면 마냥 웃음만 나오는 팔불출 엄마입니다. 명지는 인혜학교 중등부 2학년 다운증후군 소녀입니다. 인혜학교에는 수상경력, 공연경력이 화려한 특기적성 댄스동아리가 있습니다. 작년에 중학교에 입학한 명지는 어려운 오디션을 거쳐 댄스동아리에서 활동을 하고 있지요.

명지가 태어났을 때, 의사선생님께서는 “21번 염색체가 하나 더 있는 다운증후군 아이입니다.”라고 명지를 소개하며 다운증후군은 길어야 20세까지 밖에 못살고 지능이 낮아서 일상생활하는 것도 불편하며 등등….

기억하고 싶지 않은 세상의 절망적인 말들을 그때 모두 들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 우리 딸 명지는요, 아침이면 엄마에게 커피도 타줄 줄도 알고요, 일기도 쓰고 댄스, 수영, 검도, 드럼까지 무엇 하나 못하는 것이 없는 예쁜 소녀가 되었습니다.

저는 이제 이 아이가 제 곁을 빨리 떠날 거라는 불행한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명지를 키우며 단 한 번도 이 아이 때문에 불행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 말고는…) 명지는 자기보다 힘든 친구들을 보면 도와줄 줄 알고, 몸이 불편한 할머니들을 부축해 주기도 하고 이승기 오빠, 택연 오빠, 소녀시대를 좋아하는 또래 아이들과 같은 감성을 지닌 귀여운 소녀입니다.

학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예쁜 꽃이 있으면 엄마 준다고 꺾어 와서 “엄마 민들레 잡아왔어”라고 하는 너무나 사랑스런 아이지요.

명지는 따스한 봄바람을 느끼며 감동할 줄도 알고, 공공장소에서 방귀가 나오면 공공장소에서 자신의 실례가 쑥스러워 “방귀야 너! 왜이러니?” 하며, 사람이 없는 곳으로 이동하는 개그맨보다 더 웃기는 녀석이기도 합니다.

그런 명지의 엄마인 저는 명지가 하고 싶은 것만 해주는 엄마입니다. 가끔씩 사람들은 제가 너무나 많은 것을 명지와 상의한다고 의아해하는 따가운 시선을 주기도 하지만 저는 명지가 알든 모르든 명지의 의사를 존중해 줍니다.

명지가 어릴 때에는 밥 먹는 것도, 신발 신는 것도 도와주지 않는 나쁜 엄마였어요. 수기의 뜨거운 물을 만져도 “하지마!”라고 말하지 않는 모진 엄마이기도 했었지요. 나쁘고 모진 엄마랑 17년을 살아온 명지는 웬만한 건 모두 스스로 할 줄 아는 아이입니다.

저는 저와 평생을 함께 하는 제 딸이 저를 불편하게 하면 귀찮아지고 싫증날까 봐 모질게 키웠습니다. 요새 저는 가끔씩 밥을 먹여주기도 하고 신발을 신겨주기도 합니다. 명지가 할 줄 아는 것들이기 때문이지요. (못하는 것은 절대 안 해 줍니다.)

세상 사람들이 보는 제 딸은 장애인입니다. 하지만 제가 보는 제 딸은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도 자기 의사를 표현할 줄 알고 조금 느리고 어눌해도 기다려주기만 하면 무엇이든 잘 하는, 하루하루 제게 기쁨을 주고 행복을 만끽하게 해주는 제 삶의 전부입니다. 명지가 무엇이 될까? 무엇을 해주었으면 하는 기대는 안합니다.

“원, 투, 원 투 쓰리” 오늘은 삼바 춤 연습에 빠져 있는 명지! “엄마? 오늘 영훈이 오빠랑 파트너 해서 좋은데, 슬프지 않은데 눈물이 줄줄 나왔어.” 하는 명지 첫사랑이 시작 되었나 봅니다. 저는 요새 명지 일기장 훔쳐보는 재미에 빠져 있습니다.

“잘 키운 바보 하나 열 천재 부럽지 않다는 자랑을 많이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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