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 잘못 꿴 ‘장애인서비스체계개편기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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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단추 잘못 꿴 ‘장애인서비스체계개편기획단’
  • 편집부
  • 승인 2011.01.27 00:00
  • 수정 2013-01-25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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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난해 장애등급제를 둘러싸고 빚어졌던 논란이 결국 정부의 ‘고수’ 입장 때문에 올해도 정부와 장애계간 지루한 격론이 예상된다. 장애계가 전면 폐지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데도 정부가 현행의 ‘장애등급제’를 유지하는 대신 ‘장애등급판정기준’과 ‘장애등급심사규정’만을 일부 개정, 개편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은 올해 두 차례 가진 보건복지부‘장애인서비스지원체계개편기획단’ 분과회의를 통해 밝혀졌다. 이 때문에 복지부의 ‘기획단’ 출범은 장애계의 기대와는 달리 ‘서비스지원체계계편’이란 이름이 무색하게 됐다.

지난 11월, 보건복지부는 국정감사에서 장애인 등급재심사의 문제점을 지적받자 장애판정제도 및 장애인서비스 지원체계 개편을 위해 장애계, 학계 전문가 등 40여명으로 구성된 ‘장애인서비스지원체계개편기획단’을 거창하게 출범시켰다. 그러나 기획단은 출발부터 첫 단추를 잘 못 꿴 양상이다. 장애계가 장애등급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기획단은 이의 존폐 여부부터 논하는 것이 옳은 수순일 것이다. 그런데도 기획단은 절차가 복잡하고 기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별도 논의한다는 선에서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복지부는 장애등급제 자체를 고수하는 쪽으로 목표를 설정해 놓고 정부 입장을 입맛대로 밀어 붙이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기획단이 제도·총괄분과 아래에 장애판정·등록분과, 전달체계 및 제정분과, 서비스제도개선분과를 두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애초부터 복지부는 장애등급제 존폐 여부는 안중에도 없었다. 두 차례 기획단 회의자료로 제시된 개정안(검토초안)을 보면 더 분명해진다. 민관협력체계로 구축된 ‘기획단’을 발족해 장애인등록판정체계 전반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발표와는 달리 이미 짜진 각본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다. 말로만 민관협력체계지 ‘기획단’은 정부의 들러리일 뿐이다.

지난해 복지부는 장애등급심사 강화를 위한 일련의 조치들을 내놓았다. 장애인연금 등의 사회적 서비스가 본격 시행됨으로써 보다 공정하게 장애등급을 판정해 사회서비스가 꼭 필요한 사람을 엄밀히 가려내겠다는 명분이었다. 엄격하고 까다로워진 판정기준 때문에 재심사를 받고 등급이 하락돼 기존에 받고 있던 복지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속출한 것이다. 장애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장애계가 장애등급을 기준으로 서비스를 제한하는 장애등급제를 즉각 폐지하고 사회서비스별 적격심사제로의 전환을 촉구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문제점 때문이다. 동일한 유형의 동일한 장애정도를 가졌다 하더라도 수요자마다 다른 서비스 욕구를 가지고 있음에도 현행 장애등급제는 장애등급만 같으면 똑같은 서비스 욕구를 가지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공급자 편의주의적 행정의 표본이 아닐 수 없다. 장애계가 장애등급제가 아닌 장애인 당사자의 환경과 조건을 고려해 사회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서비스등급제를 요구하는 이유이다.

복지부는 올해 업무보고에서조차 현행의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의 찾아가는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약속했다. 그 뿐인가. 대통령도 장관도 한결같이 신년에ㅔ ‘맞춤형 복지’를 언급했다. 말과 행동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말로만 아무리 떠들어봐야 정책에 반영하지 않으면 국민을 우롱하는 짓이다. 기획단이 제 기능을 하려면 아무리 바빠도 각론부터 접근할 게 아니라 총론부터 논하는 수순을 밟는 것이 원칙이다. 특히 ‘맞춤형 복지’를 염두에 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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