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의 ‘친서민정책’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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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의 ‘친서민정책’ 딜레마
  • 편집부
  • 승인 2010.11.05 00:00
  • 수정 2013-01-2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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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보건복지부가 친서민정책에 정책역량을 집중한다는 명목으로 친서민정책 테스크포스(TF) 4개를 신설해 정책추진을 본격화한다고 한다. 신설되는 친서민 TF를 보면 ‘나눔정책 TF’, ‘독거노인 사랑잇기 TF’, ‘건강지킴이 1차 의료개선 TF’, ‘장애인활동지원 TF’ 등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9월에도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친서민정책을 만든다며 ‘서민희망본부’를 발족하기도 했다. 서민들을 위해 해당부처가 행정력을 십분 발휘하겠다는데 탓할 이유는 없지만 왠지 뒷맛이 개운찮은 것도 사실이다. 집권초기부터 강부자 정부로 불렸던 MB정부가 정책기조마저 뒤집어엎으면서까지 벌이고 있는 재집권 정치놀음에 행정부처마저 걸핏하면 ‘친서민’ 운운하며 놀아나는 꼴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내세우는 ‘친서민정책 태스크포스’ 용어를 뒤집어 생각하면 역설적으로 복지부는 그동안 서민을 위한 정책을 아예 시행하지 않아왔거나 등한시해왔다는 자기고백에 다름 아니다. 신설하겠다는 TF의 내용만해도 그렇다. 서민을 위한다는 정책이 단순히 ‘친서민’ 단어만 붙인다고 모두가 친서민정책일 수는 없다.


 건강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관심과 의료비가 서민생활에 주는 부담을 고려해 운영하겠다는 ‘건강지킴이 1차 의료개선 TF’의 속내를 들여다보자.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삼성경제연구소에 ‘미래복지사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산업 선진화 방안’ 연구를 발주해 올해 보고서를 받았다. 이 보고서 핵심은 건강관리서비스 시장화와 원격의료를 통한 ‘의료민영화’ 추진이다. 결국 돈없는 서민은 아파도 병원마저 맘 놓고 못가는 의료양극화에 내몰릴 판이다. 보건복지부가 뒤로는 서민의 건강을 담보로 의료장사를 하겠다며 ‘의료민영화’를 시도하는 마당에 TF 하나 설치했다고 ‘친서민’ 의료정책이라 말할 염치가 있는지 묻고 싶다.


 보건복지부가 내년 10월 시행할 예정인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차질 없는 준비를 위해 구성된 ‘장애인활동지원 TF’ 역시 친서민정책과는 거리가 먼 짜고 치는 고스돕이나 매한가지다.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이미 입법예고를 마친 상황에서 대상자수를 5만명으로 한정해놓고 예산까지 777억원을 책정해놓은 마당에 TF의 역할은 뻔한 것이다. 관련법 제정 및 세부 운영지침을 마련한다고는 하나 이들의 역할은 말 그대로 입법 차원이 아닌 행정 차원의 기능에 머물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대상자 추계 및 수갇판정도구 개발 역시 이미 마친 예산편성마저 이들이 뒤집을 만한 권한은 없다.


 문제는 집권자의 의지와 정책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행정부처의 정책이 정작 서민들에게 ‘친서민정책’으로 가슴에 와 닿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가장 극명한 반증은 최근 벌어진 ‘부자감세 철회’를 둘러싼 쇼이다. 집권당에서 부자감세는 친서민 기조에 반하므로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불거진 논란은 결국 청와대의 말 한마디에 쏙 들어가고 말았다.


 MB정권의 친서민정책에 대해 서민들이 외면하고 체감도가 낮은 것은 ‘부자감세’ 문제에서 보듯 알맹이가 없고 실효성이 없는 전시행정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혈세가 정작 서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적재적소에 쓰이지 않고 특권층과 정치적 이해관계에 집중된다면 이를 서민정책이라 할 수 있겠는가. MB정권이 진정 친서민정책을 표방하려면 서민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헤아리고 행정부처도 정권유지 수단이 아닌 진정성이 담보된 정책들을 실행에 옮기는 변화부터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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