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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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 편집부
  • 승인 2010.09.27 00:00
  • 수정 2013-01-28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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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규섭 / 한국자살예방협회장

 정부와 한국자살예방협회 등을 중심으로 하는 민간단체들이 자살 예방을 위하여 노력을 경주하고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감소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얼마 전에 경찰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작년 한 해 동안에도 자살률은 18%나 증가하였다.


 보다 효과적인 자살 예방 대책은 우리나라 자살 현황과 대처 방법의 특징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자살 현황의 가장 큰 특징은 노인자살률의 급격한 상승이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급속하게 상승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노인자살률의 증가 정도는 20~30대나 40~50대 자살률의 증가 속도의 몇 배가 넘는 수준이다. 노인 인구의 증가 속도보다 노인자살률의 증가 속도도 훨씬 높다. 또 노인자살률의 급격한 증가는 다른 나라에서는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현상이기도 하다. 앞으로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인구에 진입하게 되면서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지금보다도 훨씬 더 높아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노인 자살의 이유로는 이미 가난, 질병, 외로움, 그리고 그 결과 초래되는 노인우울증이 직접적 요인으로 제시된 바 있으며,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 전체가 풀어나가야 하는 문제로서 보건과 복지의 통합 접근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큰 틀도 이미 제시되어 있는 상태이다. 최근의 연구 결과들로부터 유추하면 연간 5천 명의 노인이 자살로 사망한다면 약 5만 명이 자살을 시도하고 있고 잠재적으로 약 50만 명의 노인이 자살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인 자살예방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정책이나 노력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현장에서 보면 노인의 복지와 건강을 증진하는 예산이나 활동 등은 상대적으로 건강한 노인들을 위하여 사용되고 있고 정작 위험에 처해 있는 노인들은 이러한 활동들 밖에 있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정책을 입안하는 위치에 있는 분들부터 현장에서 활동을 하는 분들까지 스스로 죽으려는 사람은 막기 어렵다는 근거 없는 속설에 휩싸여 시작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또 수많은 잠재적 자살 시도자를 염두에 두지 못하고 자살자만을 고려하여 정책을 시행하여도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섣부른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자살은 예방되고 예방할 수 있다는 믿음이 중요하다. 사회가 우리보다 더 복잡하고 핵가족화 되어 있으며 노령화된 다른 국가들에서, 특히 범국가적으로 자살예방 활동을 벌이고 있는 국가들에서 자살률이 감소하고 있거나 더 이상 증가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좋은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자살예방을 위한 직접적인 활동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암으로 인한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식생활 개선도 중요하지만 우선 조기 암검진이 더 효과가 있는 것처럼 국민 모두를 즐겁고 행복하고 건강하게 하겠다는 접근보다는 잠재적 자살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과거 자살시도자, 우울증 환자, 가난과 사회적 고립에 처해 있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자살 가능성이나 우울증 가능성에 관한 검진 사업과 조기 개입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정기적으로 암이나 당뇨, 콜레스테롤 검사를 시행하는 것처럼 우울증이나 스트레스, 자살 가능성에 관한 검사를 국민 누구나가 필요한 때에 혹은 정기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살자나 자살기도자에 관한 조사를 포함한 실태조사도 필요하고 연구도 필요하고 시범사업도 필요하다.


 비록 자살이 우울증만의 결과도 아니고 질병 개념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도 없지만 그러나 자살에 이르게 하는 모든 사회경제 정칟문화적 요인이 결국 심리적 불안정이나 충동성, 우울증을 통하여 자살에 이르게 되는 만큼 관련되는 부처가 모두 참여하되 보건복지부가 중심이 되어 통합된 정책을 펴야 한다. 이러한 활동을 뒷받침하는 법률도 하루 빨리 제정되어야 한다.


 이미 자살은 암, 뇌혈관질환, 심혈관질환에 이어 우리나라 사망원인 4위이다. 이러한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직접적인 활동 예산이 채 10억도 되지 않는 나라를 복지국가라고 할 수 있으며 국격이 높다고 할 수 있겠는가. 자살 자체를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의 질병으로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범국가적인 합의와 노력, 그리고 합당한 예산이 필요하다. 암도 극복해 가는데 자살이라고 극복하지 못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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