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활동지원법, 재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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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활동지원법, 재고하라
  • 편집부
  • 승인 2010.09.27 00:00
  • 수정 2013-01-28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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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가 2011년 도입하기로 하고 2차 시범사업 중인 장애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장애인활동지원제도’로 명칭을 바꿔 마침내 내년 10월 전면 시행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는 지난 17일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다음달 7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발표했다. 법률안은 앞으로 규제개혁심의, 법제처 심사 등의 절차를 거쳐 올해 정기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그런데 이 법이 시행도 되기 전에 벌써부터 수급 당사자들이 이를 거부하고 나서는 사태가 빚어져 제도시행이 순탄치 않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현행 장애인활동보조사업을 확대해 도입되는 것으로, 당초 장애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 대한 명칭을 놓고 의견이 분분했지만 노인과 달리 자립생활과 사회활동 참여에의 욕구가 강한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해 ‘장애인활동지원제도’로 바꿔서 추진된다는 설명이다.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 앞으로는 활동보조에서 제공하던 신체활동·가사활동·외출이동 등 일상생활 지원뿐만 아니라 방문간호, 방문목욕, 주간보호 등의 급여가 추가된다.  그러나 장애인활동지원법안이 입법 예고되자마자 장애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섬으로써 이 법안은 정기국회에서 또 한 차례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장애인단체가 ‘기만적 장애인활동지원법 추진 저지 결의대회’를 갖고 투쟁을 선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장애계가 이처럼 관련법 추진에 극렬 반대하고 나선 것은 수급대상자, 급여, 제공기관과 인력, 본인부담금 등을 둘러싸고 복지부와 장애계간 입장차가 크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의료적 기준 뿐만 아니라 장애인의 사회적 환경적 욕구를 고려한 서비스 판정체계를 도입하라는 장애계의 요구를 무시하고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대상을 1급 장애인으로만 제한하려는 것은 당초 취지를 망각한 처사다. 올해 3만명이던 활동보조사업 지원대상이 향후 활동지원제도로 개편되면서 사업 첫해에는 5만명까지 확대된다고 하나 이는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치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09년 현재 국내의 등록장애인수는 242만명으로 이중 1급 중증장애인은 22만명에 달한다. 나머지 17만명에게는 그림의 떡인 셈이다.


 또 급여의 경우 서비스 양에 상한을 두어 장애인의 권리를 제한할 뿐이라는 장애계의 지적도 단순한 우려 차원을 넘어선 보건복지부의 생색내기용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제공기관 및 인력과 관련해서도 지정제 이외에는 공적 운영을 담보할 어떠한 대책도 없고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의 불안정 고용과 저임금 구조개선 대책이 없다는 장애계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앞서 시행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서 이미 시행착오를 겪은 바 있다. 특히 본인부담금의 경우 기존 활동보조서비스보다 대폭적인 인상으로 장애인의 서비스 포기를 강요하고 개인소득이 아닌 가구소득기준을 적용해 가족에 의해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로 규정하고 있다는 장애계의 반발에 보건복지부는 겸허히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장애인활동지원법안이 활동보조가 필요한 장애인 모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제도를 담보하지 않는다면 장애인연금도입 문제로 커다란 허탈감에 빠진 장애인들에게 또 다른 박탈감을 안길 뿐이다. 보건복지부는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담는다며 ‘친서민정책추진본부’ 현판식까지 가졌다. 정작 서민은 정부의 보여주기식 행정보다는 인간다운 삶을 보장할 사회보장법안에 목말라한다는 점을 정책입안자들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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