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회원의 talk talk_발달장애 이해하기]TPO에 맞는 말이 이해하기 쉬워요…자폐성 장애인과 이야기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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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회원의 talk talk_발달장애 이해하기]TPO에 맞는 말이 이해하기 쉬워요…자폐성 장애인과 이야기하기
  • 편집부
  • 승인 2024.04.04 10:38
  • 수정 2024-04-0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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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회원/특수교육학 박사,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 사무국

동아는 자폐성 장애 초등학생 남자아이다. 기차여행을 하던 엄마는 기차 밖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을 동아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동아야, 풍경이 너무 아름답네. 동아야, 산과 들을 보렴.” 하며 창밖을 가리켰다. 그러나 동아는 엄마의 말에 관심을 별로 보이지 않고, 자신의 손가락으로 장난하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동아가 엄마가 말하는 것을 이해하고, 밖의 풍경을 바라보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자폐성 장애인의 가장 큰 약점은 사회성 부족이다. 사회성 부족은 결국 타인과의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야기한다. 따라서 그들은 다른 사람들과 즐거움 또는 관심을 나누거나,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을 표현하는 것이 힘들다. 또한 자폐성 장애인은 반향어를 사용한다. 즉, 가정에서 부모가 한 말이나, 학교에서 배운 말 등 중에서 자신에게 강렬하게 각인된 말들을 반복적으로 말한다. 또한 얼굴표정, 자세, 동작, 몸짓 등을 사용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다. 즉, 무엇인가 대화를 하고자 하는 의도는 있지만, 사회적으로 적절한 방법으로 표현을 하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런 자폐성 장애인과 의사소통을 하는 가장 적절한 방법은 시각적인 자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물론 지적장애인의 의사소통 방법에도 시각적인 자료 사용이 나오지만, 이는 최중증의 언어표현이 힘든 지적장애인에게만 적극 사용을 권장한다. 그러나 자폐성 장애인의 경우는 언어표현이 가능하다 해도 의사소통할 때 적극적으로 시각적인 자료들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이는 자폐성 장애인을 말할 때 ‘시각적 학습자’라고 지칭하는 것과 연관된다. 즉, 그들은 타인과 대화할 때 상대방 눈을 보고 서로 공감하기보다는 그의 머리 색깔, 얼굴 모양, 옷 색상 등에 훨씬 관심을 가지는 고유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동아 엄마도 무조건 차창 밖의 풍경을 보라고 말하기보다는 핸드폰으로 그 풍경을 찍어서 동아의 눈앞에 제시하면 좋을 것으로 보인다. 아마, 이전에 관심이 없던 동아는 핸드폰 안의 풍경을 보며 반응하고 풍경을 간접적으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간단하고 명료한 낱말을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너무 복잡한 말로 여러 문장을 섞어서 이야기하면 자폐성 장애인은 가장 뒤에 말한 부분만을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가능하면 물어보려고 하는 내용을 그가 즐겨 쓰고 이해하는 명료한 낱말로 간단하게 물어보는 것이 좋다. 반향어가 가능한 자폐성 장애아 영미는 짜장면을 좋아한다. 그러나 영미는 반 친구가 “영미야, 짜장면, 탕수육, 그리고 짬뽕 중에서 무엇을 먹을까?”라고 물어보자, 큰소리로 ‘짬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영미는 짜장면을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뒤에 말을 따라한 것이다. 그러므로 간단한 문장으로 이야기하며, 평소 그가 잘 사용하는 쉬운 말들을 선택해 사용하는 것이 좋다. 특히 자폐성 장애인이 자기만의 세계에서 별로 주변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 말을 할 때 일상적인 어투로 목소리를 흐리기보다는 말하려고 하는 부분을 강조해서 정확한 발음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실제 생활에서 필요한 언어를 바로 그 상황에서 말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자폐성 장애인의 언어발달에 매우 도움이 된다. 즉, 그들이 살아가는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어떻게 말을 실용적으로 사용하느냐에 주안점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닫힌 공간에서의 언어 교수는 그때에는 효과가 있지만, 실제로 일반 상황에서는 적용하지 못하는 약점이 자폐성 장애인에게는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주스’라고 발음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기보다는 주스가 마시고 싶을 때, 주스를 가리키거나 주스를 말하게 함으로써 자신이 말하는 것이 단순히 언어적 표현이 아니라 주스를 마시고 싶다는 마음을 표현하는 기능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 상황을 인식하면서 필요한 언어를 사용하는 것, 즉 TPO(Time 시간, Place 장소, Occasion 상황)에 적합한 언어사용은 자폐성 장애인에게는 꼭 필요한 표현 연습이다.

종합하여 말하면, 첫째, 자폐성 장애인이 시각적 학습이 뛰어나다는 특성을 고려해 다양한 시각적 자료를 준비하고, 가정에서, 학교에서, 일터에서 이를 활용하기를 권한다. 그러면 자폐성 장애인도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쉬워질 것이다. 둘째, 너무 복잡한 말을 하면 바로 마지막 말을 따라 하는 경향이 있음에 유념해 말을 간단하게 하여 진심으로 하고자 하는 말을 그가 사용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자폐성 장애인이 일상생활에서 사용 가능한 말을 바로 그것이 사용되거나 적용되는 그 상황에서 사용하게 해 그가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언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문회원은 연세대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이후 이화여대에서 특수교육학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장애인복지시설에서, 상담, 교육, 치료 등 다양한 업무를 진행했다. 그리고 서울시발달장애인지원센터 초대 센터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 사무국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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