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생계비의 덫에 걸린 정부의 복지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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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생계비의 덫에 걸린 정부의 복지정책
  • 편집부
  • 승인 2010.08.06 00:00
  • 수정 2013-01-31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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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어느 여당 의원이 지난 달 참여연대에서 실시한 ‘최저생계비로 한 달 나기 릴레이 체험’을 마치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 때문에 구설에 오르는 등 새삼스레 비현실적인 ‘최저생계비’ 문제가 사회적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이 여당 의원은 1인 가구 하루 최저생계비에 해당하는 세끼 식비 6300원으로 쌀 한 컵, 쌀국수 한 봉지, 미트볼 한 봉지, 참치캔, 황도 한 캔을 사서 세끼 식사를 해결하며 하루를 지내고 난 후 “이 정도면 황제의 식사가 부럽지 않지요.”라고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다. 그래도 1천원을 기부하고 조간신문 1부를 600원에 샀다며 “문화생활을 한 셈이죠.”라고도 했다. 이 글을 접한 네티즌들은 "하루가 아니라 매일 그렇게 생활하는 사람을 두고도 '황제'라고 표현할 수 있느냐", "6천300원으로 1년 살아보고 수기를 올려 달라."는 등의 비난을 쏟아냈다.

MBC 피디수첩에서도 저소득층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처음 마련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올해로 시행 10년을 맞이했음에도 낮은 수준의 최저생계비와 과도한 소득재산 기준 때문에 아직도 수많은 빈곤층이 사각지대에 내몰려 있는 실태를 취재해 보도했다. 특히 부부가 모두 지체장애인이자 기초생활수급자인 어느 가정을 사례로 들며 3인 가족의 최저생계비 93만원(현금지급액 기준)으로는 생활이 어려워 가장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택시운전을 시작했지만 소득이 생겼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액은 장애수당 32만원을 포함해 한 달 총 47만원으로 줄었다는 것. 여기에 월급을 보태도 이 가족은 최저생계비에 훨씬 못 미치는 금액으로 생활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고발했다.

참여연대는 ‘최저생계비 캠페인’ 결과 도전한 다섯 가구 모두 8~16%의 적자를 냈다고 발표했다. 3인 가구 기준 최저생계비 111만919원으로는 ‘최저 수준의 삶’조차 어렵다는 얘기다. 현행 최저생계비는 액수도 적지만 산정방식도 문제가 많다. 팬티 6벌로 3년을 버텨야 하고 반팔 티셔츠 2벌을 2년 입어야 한다. 최저생계비 결정 방법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필요한 품목과 수량·가격 등을 자의적으로 정해 최저생계비를 결정하는 현행 방식은 현실과 괴리가 너무 크다. 산정기준이 된 가구는 중소도시의 건강한 4인 가구(부 40살, 모 37살, 아들 11살, 딸 9살)로 돼 있어 장애인·노인·학생·환자가 있는 가구나 대도시 빈곤층은 고려되지 않았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사회안전망으로 제 기능을 하려면 저소득층 생존권과 직결되는 최저생계비부터 현실에 맞게 재설정해야 한다. 현행 최저생계비로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명시된 ‘국민이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누리기 위한 최소한의 비용’이기는커녕 ‘최저생존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중소도시 최저생계비를 단일 적용한 결과 서울 등 대도시 빈곤층에게는 갭이 클 수밖에 없다. '젊고 건강한 가구'를 표준가구로 두고 산출한 최저생계비를 장애인·노인·환자가 있는 가구에 똑같이 적용하는 것은 어느 면으로 보나 무리다.

그런데 이같이 허점투성이인 최저생계비가 전가의 보도처럼 정부 복지정책 전반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최저생계비’가 기초생활수급자는 물론, 장애인연금 등 각종 복지사업의 대상 선정 및 급여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다음 달 최저생계비 발표를 앞두고 정부의 결정을 지켜볼 일이다. 생활보장이 돼야 할 최저생계비가 도리어 생존권을 위협하고 빈곤의 굴레에서 허덕이게 하는 족쇄가 되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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