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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부
  • 승인 2010.07.23 00:00
  • 수정 2013-01-31 1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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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등급제, 정부가 적극 대안 마련을

올해 들어 장애등급 재판정 문제로 촉발된 장애계의 절박함이 급기야는 정부측에 장애등급제 폐지를 요구하는 장애인단체의 릴레이 성명이 잇따르면서 이 문제가 장애계의 최대 이슈로 부각될 전망이다.

장애계의 이같은 움직임은 복지부가 지난해 말 장애등급판정기준을 개정하고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 사업지침을 고쳐 올해부터 기존 활동보조서비스 이용자들에게까지 장애등급 재심사를 의무화하면서 비롯됐다. 특히 장애등급 재심사 비용까지 본인부담으로 하고 재심사결과 1급 장애인이 2급으로 등급이 내려갈 경우 활동보조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도록 제도를 바꾸면서 장애인들의 불만이 쌓인 것이다.


 새로 개정된 장애등급판정기준 때문에 이달부터 장애인연금제도가 시행됐지만 그림의 떡이다. 기존 중증장애수당 대상자가 아닌 신규 대상자는 장애등급 재판정을 받아야 하고 1급 장애인으로 활동보조서비스를 받고 있는 신규 대상자라 하더라도 자칫 등급이 하락하면 활동보조서비스가 끊길 것이 두려워 연금을 신청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장애인들이 정작 필요한 복지서비스도 받지 못하면서 생존권마저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장애계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장애등급 재심사를 실시하게 된 배경에는 기존 장애등급 판정을 믿지 못하겠다는 불신심리가 깔려 있다. 작년 감사원 조사결과 프로야구 선수가 4급 등록장애인으로 밝혀지고 시각장애인 중 5천여명이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있다는 사실이 적발돼 지적받았다는 이유 때문이다. 게다가 2007년 LPG지원폐지와 장애수당 인상과정에서 국민연금공단에 의뢰해 3개월간 등록장애인을 상대로 장애등급을 재판정한 결과 33%가 중증장애인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재 신규로 장애등록을 하거나 장애수당, 장애연금, 활동보조서비스 등을 신규로 신청하는 경우는 장애등급심사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활동보조서비스의 경우 2년 이상 서비스를 이용한 장애인도 장애등급심사를 받도록 지침이 개정됐으나 비용과 절차 등 문제로 아직 실행되고 있지 않은 상태다. 정부는 내년부터 1~6급 전체 장애인에게 등급심사를 확대할 계획이어서 장애인들의 불안은 커져만 가고 있다.


 현행 장애등급 판정에 대해 장애계는 장애의 사회적 관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행정 편의적 발상이라며 개선을 요구해왔다. 형평성조차 결여된 것은 물론 장애인 당사자의 개별 환경과 조건을 무시하고 의학적 판단에만 의존하는 판정체계라는 지적이다.

장애등급이 사회복지서비스와 연계되어 등급판정 결과에 따라서는 서비스를 받지 못하거나 축소되는 것도 장애인으로서는 심각한 문제이다. 현재 활동보조서비스나 장애인연금과 같은 대표적인 장애인복지서비스의 대상 선정기준이 장애등급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이다. 가짜 장애인을 적발한다는 명목으로 진짜 장애인들이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서비스도 받을 수 없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정부는 이제라도 자립생활 패러다임이 강화되고 있는 현실에 맞게 선별적이고 시혜적인 복지 패러다임이 아닌 보편적 복지 패러다임으로 정책전환을 해야 한다. 장애인에게 필요한 사회서비스는 장애인의 보편적 권리로서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행 장애등급제보다 장애인 당사자의 자립생활에 필요한 사회적 서비스를 판별하여 삶의 질적 개선을 지원하는 선진 모델의 장애판정체계가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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