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고용공단 사태, 이사장이 결단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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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고용공단 사태, 이사장이 결단할 때다
  • 편집부
  • 승인 2010.06.28 00:00
  • 수정 2013-02-04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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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로 취임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신임 이사장 임명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MB의 측근으로 알려진 인사가 지난 7일 제11대 공단 신임 이사장에 취임하자 이를 거부하는 장애계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전국 51개 장애인단체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정상화 비상대책위를 구성하고 장애인 관련 업무 경험이 전무한 양경자 이사장은 퇴진해야 하며 선례대로 장애인 당사자가 이사장직을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상대책위는 신임 이사장을 수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퇴진할 때까지 공단과 소관부처인 노동부가 하는 각종 행사나 회의 등을 보이콧한다는 강경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신임 이사장에 대한 부적격 논란에 정치권도 가세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장애인 고용 분야와는 아무 인연도 없는 MB의 고려대 선배이자 대통령 특보 출신을 이사장에 임명했다고 지적한 것을 단순한 정치공세로 치부할 수 있겠는가.


 이사장 임명을 둘러싸고 빚어지고 있는 공단사태는 이미 예견된 것으로 이는 전적으로 임면권자가 책임져야 할 문제다. 이사장 인선과정에서 절차상 문제가 없다지만 인선을 둘러싼 불신과 의혹은 떨쳐버릴 수 없다. 형식상 임원추천위원회가 복수 추천한 사람 중 노동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되어 있지만 이는 요식행위에 불과할 뿐이다. 그동안 신임 이사장의 임명을 둘러싸고 장애인단체는 한나라당사를 항의 방문하고 점거농성을 하면서 임명을 반대해 왔다. 그런데도 MB정권은 이를 무시하고 보란 듯이 코드인사로 밀어붙인 것이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무엇을 하는 곳인가. 말 그대로 장애인이 직업생활을 통해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사업주의 장애인 고용을 전문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1990년 설립된 준정부기관이 아니든가. 공단을 대표하는 이사장은 장애인의 취업 여건을 조성하고 안정적 직업생활 정착 및 장애인직업능력개발을 지원함은 물론 고용환경 개선 등의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만큼 상응한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 선임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신임 이사장의 서울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경력으로는 전문성이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장애계의 판단이다. 그런 그가 두 명의 후보를 제치고 이사장에 임명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이력을 볼 때 세간의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비상대책위와 면담에서 그가 ‘장애인이 하면 고용도 제대로 안 된다’고 말한 것이 사실이라면 장애인에 대한 그 같은 그릇된 인식으로 장애인의 고용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장애계와 긴밀성이 요구되는 자리임에도 신뢰를 잃고 외면당한다면 직무를 이행하기 어렵다.


 모든 변명을 차치하고서도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장애인 고용문제를 해결하고자 설립된 최고기관으로서 정부의 장애인 고용정책의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그래서 공단 수장의 인사는 상징적 의미가 클 수밖에 없다. 그런 자리마저 비장애인이 꿰차면서 장애인 고용 운운하는 것은 난센스가 아닌가. 이는 마치 독립국임을 인정하면서 총독을 파견하는 것과 같은 꼴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장애라는 이유로 변변한 직장마저 갖지 못하는 차별과 소외를 받아야 했던 장애인들의 밥벌이 문제 해결만이라도 장애인 당사자 몫으로 남겨두는 것이 역차별인가. 이번 공단사태는 양경자 신임 이사장의 결단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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