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밖에서 배우는 우리나라
상태바
교실 밖에서 배우는 우리나라
  • 편집부
  • 승인 2010.06.28 00:00
  • 수정 2013-02-04 14: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명선목 / 인천혜광학교장
▲ 명선목 / 인천혜광학교장

 시각장애 특수학교인 인천혜광학교는 지난 6월 14일부터 3박 4일간 소중한 여행을 다녀왔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학생 40여명과 지도교사 20명이 함께 한 이번 국토순례는 시각장애를 가진 학생들로 하여금 자연을 몸소 체험하고 우리나라 곳곳을 직접 다녀 보면서 나라사랑의 마음을 고취할 수 있도록 해마다 본교에서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프로그램 전반에 필요한 경비를 국민은행에서 지원해주면서 학생들이 조금의 경비 부담도 없이 3박 4일의 활동을 할 수 있었다.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반도 일대의 산과 바다, 갯벌을 모두 돌아보고 온 이번 활동에서 학생들은 자연의 소중함과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은 물론 비록 볼 수는 없지만 세상을 느끼는 데에는 조금도 불편함이 없다는 소중한 진리를 깨닫고 돌아온 여행이었다고 했다. 특별히 대부분의 일정 구상과 진행, 조 구성 및 체조 등을 학생회 임원들이 담당하여 주도적인 체험 활동이 될 수 있었다.


 김혜영(고3) 학생회장의 사회로 출정식을 마친 혜광학교 나라사랑 국토순례단은 변산으로 이동하여 짐을 풀고 첫 체험지인 내변산을 올랐다. 크고 작은 돌이 많아 오르기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친구들끼리 서로 밀고 끌며 정산까지 오를 수 있었다. 특히 몸이 불편한 후배들의 손을 잡아주는 선배학생들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땀에 흠뻑 젖어 내려 왔지만 다들 한결같이 뿌듯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꿀맛 같은 저녁식사 후 학생회에서 준비한 레크리에이션이 이어졌는데 교사와 학생들 모두 동심으로 돌아가 한마음이 되어 웃고 떠들며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이튿날은 갯벌장과 농촌 체험장으로 이동해 그동안 책에서만 보았던 다양한 체험을 하였는데 특히 갯벌장에 들어가서 뛰어 노는 학생들이 생소한 경험에 마냥 즐거워했다. 발밑에서 무엇인가가 꿈틀댄다며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 조개라며 멋지게 조약돌을 들어 올리는 학생, 정체모를 게를 잡았다며 마냥 신이 난 학생들까지 서로의 모습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 운호 마을에서 이어진 농촌체험은 오디 따기와 냇가 체험 등 도시에서 사는 우리 학생들이 한 번도 접해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렇게 갯벌과 냇가에 가서 자연 곳곳에 숨은 작은 생명들을 만나보면서 생태계 보존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고 평가회에서 말하기도 했다.


 저녁 시간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안마 봉사는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호응이 좋았다. 멀리 인천에서 내려 온 시각장애 학생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안마 실력으로 주민들을 주물러주자 모두들 고마워했다. 허리 안마를 받은 한 주민은 몇 년 동안 고생하던 허리통증이 다 사라졌다며 안마를 해준 학생의 손을 잡고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이어서 다음 날도 우리 학생들의 환경탐사는 계속 되었다. 고사포해수욕장으로 이동하여 해안도로를 걸으며 우리나라 해안선을 직접 발로 느껴보았고 해안 생태계에 대한 나름의 조사와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교실 밖 현장학습을 하기도 하였다.


 이날 저녁은 복불복 음식 콘테스트를 하여 학생들이 직접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게임 결과에 따라 차등 지급된 금액으로 나름의 식단을 꾸려보기도 하였다. 적은 돈이지만 학생들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어 음식을 만들고 서로 나누어 먹는 모습에서 하나 되는 공동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숨 가쁘게 달려 온 3일의 일정 마지막 밤 모두 모여 스스로 준비하고 진행한 이번 국토순례 일정에 대해 평가회를 가지며 반성하고 내년을 위한 스스럼없는 안건을 꺼내기도 하였다. 평소 겪을 수 없는 더 많은 경험들을 해보고 싶다는 학생의 말에 최대한 뒤에서 받쳐 줄 것이라며 약속했다.


 드디어 일정 마지막 날 아침 매일 그랬던 것처럼 고등학교 학생회 임원인 김희제(고3, 25살) 학생이 나와 국민체조를 진행하며 하루를 열었다. 조별로 짐을 정리하고 숙소를 말끔히 청소하는 모습에서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거듭난 우리 학생들을 볼 수 있었다. 마지막 일정인 아쿠아월드로 이동하여 시원한 물놀이를 하였다. 서로 부딪히고 물에 빠지고 하면서도 마냥 신나서 자기 입에 물이 들어가는 줄도 모른 체 놀았다고 했다.


 3박 4일의 나라사랑 여정을 끝내고 돌아오는 버스 안 거의 모든 학생들은 다시 꿈나라 여정을 떠났다. 그 꿈속에서 우리 학생들은 무엇을 보았을까. 모두의 입가에 담긴 미소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