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축제는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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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축제는 이제 그만
  • 편집부
  • 승인 2010.03.22 00:00
  • 수정 2013-02-05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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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난 12일(현지 시각) 캐나다 밴쿠버에서 화려한 개막식과 함께 진행된 ‘2010밴쿠버장애인동계올림픽(패럴림픽)’이 10일간의 열전 끝에 21일 막을 내렸다. 특히 개막식 행사는 역경을 딛고 감동을 준 장애인들의 인간승리에 대한 교훈의 장이기도 했다. 이번 패럴림픽의 모토 ‘불꽃은 화염이 되어(A spark becomes a flame)’와 같은 의미인 개막식 주제 ‘하나가 다수를 움직인다(One Inspires Many)’는 바로 ‘희망의 마라톤’으로 유명한 캐나다의 ‘젊은 영웅’ 테리 폭스의 이야기를 깔고 있다. 자신처럼 암에 시달리는 사람을 돕기 위한 기금마련을 위해 암으로 절단된 다리 대신 의족으로 캐나다 대륙을 횡단하다 사망한 그는 생전에 다수의 마음을 움직인 전설적 인물이다. 이날 그의 부모가 성화주자로 등장해 행사의 의미를 배가시켰다.

이처럼 이번 장애인동계올림픽은 행사 주제처럼 한 사람의 행동이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컨셉으로 식전공연부터 성화점화까지 전체 개막식을 일관했다. 개막식 행사에서 목발을 짚은 장애인 비보이를 시작으로 비장애인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며 함께 한 화려한 댄스가 마침내 돔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6만여명의 관중이 참여한 율동으로 이어질 때는 감동 그 자체였다. 딱딱하고 엄숙하기만 한 스포츠행사가 아니라 선수도 관중도 함께 즐기는 지구촌 축제의 장임을 실감케 하는 순간이었다. 이렇듯 이번 밴쿠버장애인동계올림픽은 장애인선수, 그들만의 축제가 아닌 장애인, 비장애인, 선수와 관중, 모두의 축제이자 스포츠를 통한 교육의 축제였다.

1992년 알베르빌대회에 처음 참가한 한국은 이번 대회에 선수 26명과 임원 23명 등 49명으로 구성된 선수단을 파견했다. 역대 최대 규모라지만 지난 달 비장애인들의 동계올림픽에 비하면 초라한 규모다. 성적도 동메달 1개와 종합 21위가 목표였다. 무엇보다도 온 나라를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2010밴쿠버동계올림픽의 열기에 비해 장애인동계올림픽은 국민들의 관심을 거의 끌지 못했다. 장애인동계올림픽뿐만이 아니다. 장애인하계올림픽은 물론 국내 전국장애인체전 역시 그들만의 잔치일 뿐이다. 전국체전이 열릴 때마다 개최지 지자체마다 경기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여기저기 흩어져 경기를 치러야 하고, 관람을 하려해도 경기장 찾기가 힘들 뿐만 아니라, 축제는커녕 행사장 또한 선수와 행사 관계자들 뿐 비장애인들의 참관은 찾아보기 힘들다. 더욱이 우리나라 장애인선수들의 훈련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국가대표라고는 하지만 전용훈련장 하나 없고 장비도 제대로 갖출 수 없는 실정이다. 이런 악조건에서 축제다운 축제를 기대하긴 어렵다.

장애인올림픽은 올림픽 정신과 이념을 기초로 인간의 평등을 확인하는 대회이며 인간능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대축제라는 기본이념을 표방하고 있다. 이제 우리의 전국장애인체전도 단순한 겨루기가 아닌 재활의 희망을 주는 축제의 장이자, 장애인이란 편견을 깨고, 장애인, 비장애인의 불평등을 허무는 인식개선을 위한 교육의 장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이번 밴쿠버장애인동계올림픽은 어떻게 하면 장애인, 비장애인의 경계를 허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참가에만 의의를 둘 게 아니라 배울 것은 배워서 우리 현실에 접목해야 한다. 유치를 앞둔 평창장애인동계올림픽과 다가올 전국장애인체전이 나아갈 방향은 자명하다. 장애인들의 체전이 축제가 되려면 범정부차원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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