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가 싸울 대상이란 서울교통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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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약자’가 싸울 대상이란 서울교통공사
  • 편집부
  • 승인 2022.03.24 09:23
  • 수정 2022.03.24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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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통공사가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지하철 시위를 하는 장애인들을 상대로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내부 문건까지 만든 것으로 드러나 충격적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는 홍보실 언론팀 제작 명의로 작성된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지하철 시위를 사례로’란 문건에서 “현재는 출근길 시위 잠시 휴전 상태지만 디테일한 약점은 계속 찾아야”, “(휠체어) 바퀴를 열차와 승강장 틈 사이로 끼워 넣기, 휠체어로 문 가로막기 사진 확보 후 자연스럽게 알리면 고의적 열차 운행 방해 증빙하는 것이 됨”이라는 등 장애인들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기 위한 구체적 방법까지 제시했다. 공공기관이 ‘사회적 약자’를 싸울 상대로 규정하고 언론공작을 벌였다니 말문이 막힌다.

게다가, 공사는 “시위 주제가 이동권에서 탈시설, 주거권 등 장애인 권리 전체 신장으로 거대화되고 있다.”며 “‘그걸 왜 지하철에서 주장해’ 여론 형성(해야 한다)”이라고도 적시했다. 이동권 보장 소홀이라는 공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로 “우리도 너무너무 (시설) 설치나 개량하고 싶지만 돈이 없다.”는 식으로 호소하도록 제안했다. 장애계가 이동권 보장을 요구할 때마다 ‘예산 부족’ 타령으로 일관하던 속내를 고스란히 드러낸 셈이다. 이뿐인가. 문건에는 “‘약자는 선하다’ 기조의 기성 언론 +‘장애인 전용 언론’ 조합과 싸워야 함. 특히 ‘진보’의 가치를 높이 사는 특정 매체일수록 더더욱 그러함”이라는 내용도 담겨 있다. 그릇된 언론 대응 태도와 삐뚤어진 언론관도 내비치고 있다. 상식 밖이다.

이런 내용이 보도되자 서울교통공사는 “직원들이 쓰는 사내 업무용 웹페이지 ‘자유마당’에 직원 개인이 작성해서 올린 파일”이라며 “공사가 작성한 파일은 아니다.”고 해명하고 “문건 작성자를 업무에서 배제시켰다.”고 했지만, 단순히 직원 개인 차원으로 덮고 넘길 사안이 아니다. 이 같은 공사 조직의 그릇된 약자인식으로, 시민 상대가 주업인 운송서비스를 제대로 해나갈 수 있을지 신뢰하기 어렵다. 공사 스스로 지칭했듯이 대표적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들은 2001년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 사망사고 후 21년 동안 지하철역 엘리베이터 설치 등 이동권 보장을 요구해 왔지만, 교통공사도 서울시도 정부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이번 문건 논란으로 그 진짜 이유가 명백해졌다.

서울교통공사는 사과문을 내고 “재발 방지를 위해 직원 교육을 철저히 실시하는 것과 동시에 지하철 내 교통약자 이동권을 최선을 다해 확보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신뢰성을 잃었다. 2015년 서울시는 2022년까지 지하철 전 역사 엘리베이터 100% 설치를 약속했다. 그러나 2022년 현재 서울시 내의 지하철 엘리베이터 미설치 역사는 서울교통공사 관할 21개 역, 한국철도공사 관할 8개 역이나 된다. 장애인·노숙자 등 사회적 약자를 ‘맞서 싸워야 할 상대’로 보고, 시민 불편을 여론전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인식 수준으론 시민의 안전과 편의를 보장해 줄 수 없다. 정부, 서울시, 공사는 이제라도 교통약자 입장에서 대대적인 교통실태조사를 통해 획기적인 개선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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