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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부
  • 승인 2009.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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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장애인일자리사업 체험수기 공모전 최우수상 수상작>

<2009장애인일자리사업 체험수기 공모전 최우수상 수상작>

 보건복지가족부와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장애인일자리사업 참여자의 자긍심 고취와 담당자의 사기 진작, 사업추진 동기부여를 위해 ‘2009 장애인일자리사업 체험수기·우수사례 공모전’을 개최하고, 지난 10월 8일 수상작을 발표했다. 이에 본지는 체험수기 최우수상 수상작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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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영(지체 3급)
 

 올해로 화상을 입은 지 9년이 되었다.


 가장 아름다운 나이, 20살 때 폭발사고가 일어나 몸 80%에 달하는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1년 정도 생활을 했다. 그리고 1년의 암흑 같은 생활.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세상에 부딪쳤을 때, 지옥에서와도 같은 고통을 맛보게 되었다. 무엇보다 가장 무서웠던 건, 사람들의 눈이었다. 예전에는 몰랐던 사람들의 눈. 그 눈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그 고통을 알지 못할 것이다. 그 사람들의 눈이 익숙해져 가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했고 지금도 사람들의 눈이 간혹 무서울 때가 있다.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감은 넘쳐났던 나는 조금 더 힘을 내자며 파이팅을 외쳤고, 좋은 일자리를 구하다가 우연히 한 공사업체에 경리로 취직하게 되었다. 경리일을 보면서 원하는 공부도 시작하였고 여러 개의 자격증도 취득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전단지를 보게 되었는데 내 눈을 사로잡은 ‘사회복지사’. 사회복지. 사회복지? 인터넷으로 사회복지사를 치고 사회복지협회에 들어가니 학점은행제라는 사이버대학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사이버대학은 학교를 가지 않아도 집에서 인터넷으로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08년 7월부터 시작된 사회복지 전공수업.


 그러던 2008년 12월 초 어느 날, “동사무소에서 전화가 왔던데 전화 한통 해봐!”라는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동사무소? 동사무소에서 왜 나한테 전화가 걸려왔을까? 무슨 일이지?’ 생각하며 주민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사회복지담당 주사님께서 장애인 행정도우미 사업이 있는데, 한 번 참여해보겠냐는 전화였다. 뜻밖의 말에 ‘무슨 일을 하는 업무냐’며 여쭈어 보았더니 사회복지 도우미라고 말씀하셨다. ‘사회복지? 사회복지 공부하고 있는데? 기회가 주어진 건가?’ 그러나 나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지금 일도 하고 있고 급여도 작았기 때문이다. 아직 결정내리기가 어렵다고 말씀드리고는 1주일 후에 연락을 드리겠다고 말씀드렸다.


 사회복지학을 공부 중인 나에게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받는 급여와는 차이가 많이 나서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돈보다 더 앞서는 마음, 앞으로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한 발판으로 생각해서였을까? 3년을 다니며 일했던 회사를 그만두고 주민센터 행정도우미로 일해보겠다는 다짐이 앞서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 주민센터에 전화를 걸어 “신청하겠습니다.” 라고 말씀드린 후에 주민센터를 방문하여 접수를 하였고 신청하고 난 1주일 정도 지나고 전화가 걸려왔는데 1월 2일부터 출근하라고 전화가 온 것이다. 2009년 새로운 직장을 얻게 된 순간이다.


 주민센터에 처음 왔을 때에는 전화받는 방법, 민원인이 오시면 인사하는 방법 등 가장 기초적인 일이지만 가장 중요한 일들을 배웠다. 제일 처음 나에게 주어진 일은 보육료 지원업무였다. 보육료지침서를 읽어보라고 주시며 이해하라고 말씀하셨다. 지침서를 읽으며 잘 모르는 부분은 여쭈어보고 수첩에 기록해가면서 공부했다. 어느 정도 습득이(?) 끝나갈 무렵, 드디어 나의 첫 번째 민원인이 오셨다. 수첩을 보면서 서식을 보여드리고 작성방법을 도와드리고 난 후에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대략 15일정도 걸린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몇 퍼센트 지원받을 수 있을까요?, 차가 2000cc인데 보육료 지원에는 괜찮은가요?, 소득인정액 계산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요?” 등 한꺼번에 이것저것 물어보시는데 읽었던 보육료지침서 내용은 머릿속에서 지우개가 있는 듯이 지워져버리고 얼굴이 빨개지고 가만히 있으니 사회복지담당 주사님께서 말씀을 하셨다.


 내가 민원인이 된 것처럼 사회복지담당 주사님의 말씀에 귀기울이며 지침서를 다시 보았더니 이해하게 되었다. 이해를 하고 민원인과 대화하다보면 머리가 또 온통 하얀 벽지같은 느낌이 들었다. 책을 보면서 민원인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입에서 그 말들이 맴돌게 되고, 어느 순간부터는 ‘보육료’라는 말만 들어도 보육료에 대한 내용이 입에서 줄줄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보육료 접수기간이라 신청하시는 분들이 많으셨고 같은 말들을 계속 반복하다보니 입도 아팠지만 입이 아픈 그 만큼 능숙해졌다는 말과도 같을 것이다. 말을 계속 하다보니 말 또한 천천히, 또박또박하게 되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설이 다가왔다. 불우이웃돕기를 위해 회사, 단체에서 오는 물품들이 많았다. 도착한 물품들의 수량을 세고 생활보호 대상이 되지 않는 일반인 중에 어려운 분들이 없는지 찾아서 추천도 해드렸다. 각종 단체에서, 회사에서 물품을 보내주신 것을 감사히 생각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고 세상이 아직도 따뜻함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사회복지 보조업무 중에 무엇보다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노인부분이었다. 어르신들과 전화 통화하는 일, 어려운 말을 가장 쉽게 풀이해야 되는 말들.


 한 번은 생활보호 대상자 중 만 65세가 넘으신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오래된 틀니를 새로 해드린다고 신청을 한 번 해보시겠냐는 전화를 하라는 공문이 내려와 어르신들에게 전화를 한 적이 있다. 어르신들에게 틀니를 하고 계시냐고 여쭙고, 혹시 틀니를 하고 있으면 오래 되지는 않았는지, 오래되었다면 새로 틀니를 해주니까 신청해보라는 내용이었다. 첫 전화업무였고 무엇보다 어르신들에게 전화를 걸려고 하다보니 겁이 났다. 수화기를 들기가 어찌나 무섭던지. 그래도 마음을 가다듬고 마음속으로 파이팅을 외치며 떨리는 손으로 전화번호를 눌렀다. 어르신들이라 귀가 어두우신 분들이 많으셨는데 여러 번 반복된 말과 큰 소리로 또박또박 말씀드렸다. 모든 어르신들과 통화를 끝내고 수화기를 놓는데 주위가 조용해져서 더 부끄러웠던 것 같다.


 장애인 업무도 보조했는데 한 번은 지체장애를 가지신 분이 오셔서 장애인이 자동차를 살 때 융자를 해준다고 뉴스를 통해서 알게 되어 주민센터에 찾아오게 되었다고 말씀하셨다. 우리 집에도 지체장애인협회에서 매달 집으로 월간지가 오는데, 거기에 장애인이 자동차를 살 때 융자를 해준다는 내용을 얼핏 본적이 있었다. 장애인협회에 전화를 걸어 여쭈어보니 필요한 서류를 말씀해주셨고 그 내용을 민원인에게 상담해드렸는데 감사하다는 말씀을 반복하셨다. 그 말 한마디가 나에게 큰 힘이 되고 조금 더 열심히 하라는 말 같았다.


 안면장애가 있었던 나는 병원을 가기 위해 내가 장애인진단서 서식을 발급하고 사진을 붙여 테이프로 마킹을 했다. 내가 직접 발급한 장애진단서를 가지고 병원에 가서 장애진단을 받았으니 이 뿌듯함을 어찌 말로 표현할까. 묘한 기분을 느꼈다. 전화업무 능력도 처음에는 목소리를 많이 떨고 말을 더듬기도 하였는데, 이제는 능숙하게 전화상담을 받고 더 친절하게 응해주고 있다. 한 번씩 말을 더듬을 때도 있지만.


 들어오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는 일을 하다가 남몰래 화장실에 가 눈물을 훔친 적도 있었는데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다. 왜 이런 대우를 받아야 되는지 알 수가 없었고 분명히 나 자신은 잘 하려고 노력도 많이 하고 있는데 사람들은 왜 그걸 잘 몰라주는지 답답하고 화가 났다. 그렇다고 여기서 넘어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어떤 실수나 인상을 찌푸리지는 않았는지 오히려 더 반성하게 되었고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그 후부터는 민원인이 올 때 항상 더 웃으며 최선을 다해서 친절하게 대해주었고 누구보다 더 열심히 일하기 시작했다. 웃으면 복이 온다고 했는가? 웃으며 민원인들에게 “어서 오세요” 라며 웃으며 인사를 하고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니 언제부터인가 나의 모습은 더 밝고 말도 또박또박하게 되고 민원인이 와도 민원전화가 걸려 와도 두렵지 않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민원인 한분 한분이 나의 스승이나 마찬가지이다. 민원인들 때문에 더 많은 것을 깨닫고 많이 노력했던 것 같다. 그리고 보다 내 자신도 떳떳해지고 자신감이 충전되고 있다.


 시간이 흐르고 하루하루가 새롭게 다가오는 사회복지 업무. 사회복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몰랐던 부분들도 한 번 더 신중하게 생각하게 해주는 업무가 사회복지 업무인 것 같다.
 처음에는 다가가기 어려웠던 사회복지 업무들이 이제는 익숙해져버린 듯. 앞으로 12개월간의 계약이 끝나고 나면 사회복지 전공으로 전문학사를 취득할 것이고 사회복지 자격증도 나올 것이다. 그리고 사회복지 쪽으로 계속 일도 할 것이다.


 지금 12개월간의 사회복지 도우미의 일들이 나중에는 나에게 큰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앞으로 3개월 정도 남았는데 지금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 사회복지사가 되면 지금 일하고 있는 노하우를 이용해 어렵게 사시는 분들에게 더 많이 도와드리고 많은 정보를 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늘 한결같이 배려해주시고 장애인이 아닌 한 인격으로 존중해주시는 인평동주민 센터에 계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전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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