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너무나 더딘 부양의무제 폐지 속도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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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너무나 더딘 부양의무제 폐지 속도내라
  • 편집부
  • 승인 2021.05.2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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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올 1월 1일부터 노인·한부모 가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로 저소득층 6만2618가구가 새롭게 생계급여를 받게 되었다며 연말까지 9만5천 가구가 더 늘어나면 약 15만7천 가구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로 추가로 생계급여를 지원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정부가 부양의무자 기준을 조금씩 완화해 왔지만 단계적 폐지 속도가 너무 느려 기초생활보장제의 사각지대인 빈곤 가구는 여전히 40만을 훨씬 넘을 것이란 추산이다. 때문에 그동안 장애계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이 부양의무제 전면 폐지를 줄곧 촉구해 왔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5월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부양의무제 폐지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주무부처인 복지부와 곳간 열쇠를 쥔 기획재정부의 추진 의지만 남은 셈이다.

정부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도입 당시, 생활이 어려운 국민에게 연령과 관계없이 소득인정액이 급여별 선정기준 이하이고 부양의무자 기준을 동시에 충족시킬 경우 생계, 주거, 의료, 교육, 해산, 장제, 자활급여 등을 지급해 왔다. 문제는 생계가 막막한데도 전혀 왕래나 벌이가 없는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수급자격을 박탈함으로써 부양의무제가 오히려 빈곤층을 양산해 왔다는 것. 정부는 2018년 10월 주거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했다. 2020년 8월에는 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을 발표해 수급자 가구에 중증장애인이 있는 경우, 올 1월부터는 노인과 한부모 가구에 부양의무제 적용을 않기로 했다. 내년까지 생계급여에도 부양의무제를 폐지할 계획이다. 그러나 의료급여에 대해서는 여전히 일정조차 없다.

이처럼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2조 제5호는 ‘부양의무자란 수급권자를 부양할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서 수급권자의 1촌의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로 규정함으로써 생활이 어려워지면 그 경제적 책임을 가족이 떠안도록 하고 있다. 이 규정은 결국, 1촌의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인 가족이 이를 외면할 경우 빈곤층에겐 그나마 남은 빈곤 탈출의 사다리조차 걷어차는 살상의 도구가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절망하고 스스로 생을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결혼이나 혈연관계 외에도 다양한 가족의 형태와 기능이 등장하고. 가족의 개념도 크게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가구의 구성도 크게 변화했다. 그런데도, 사회적 제도적 시스템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0년대 들어 미혼 및 이혼율 증가와 사회 고령화로 늘어난 1인 가구 문제는 복지정책의 획기적 변화를 추동하는 단적인 예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전체 가구 중에서 1인 가구 비중은 2015년 27.2%, 2020년 30%를 초과해 매년 약 3.8~5.1% 정도 증가했다. 2020년 한 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1인 가구 빈곤율이 51.3%나 된다. ‘가족’의 테두리에 포함되지 못해 위기의 순간에도 도움을 청할 데가 없고, 빈곤을 벗어날 방법도, 돌봐줄 사람도 없는 이들을 부양의무제란 족쇄로 국가가 외면해서야 되겠는가. 가뜩이나 코로나19 이후 경제적 양극화가 가속되고 있는 마당에 재정여력을 이유로 사회안전망 대책마저 뒷전으로 밀어내서야 국가가 할 짓인가. 부양의무제의 조속한 전면 폐지와 법령정비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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