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로부터 선물 받은 나의 버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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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로부터 선물 받은 나의 버릇!
  • 편집부
  • 승인 2009.10.12 00:00
  • 수정 2013-02-05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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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작년 겨울의 나는 무엇이 그리도 힘들었는지, 기자를 직업으로 삼는다는 것이 큰 부담이던 시기가 있었다.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텨내던 어느 날, 어디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가 문득 흐트러진 마음처럼 쌓여 있는 우편물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 무게가 유난히도 가볍게 느껴지는 뜻밖의 편지 한 통을 발견했다. 알아보기 쉽지 않은 글씨였지만 받는 사람에는 또렷하게 ‘장애인생활신문사’라고 적혀 있었다.

 그 편지는 후천적 장애로 인해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한 독자로부터 온 것이었다. 몇 번의 자살 시도로 몸이 더 망가져 복합적 장애를 갖게 되었다는 그는, 불편한 몸으로 힘들게 편지글을 이어가며 ‘감사하다’는 말을 몇 번이나 되풀이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고맙다’는 말이 전해주는 무게감만큼, ‘편지 한 통’을 그저 가볍게 여긴 내 스스로가 부끄러웠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날 난, ‘일’에 대한 사명감을 잃게 되는 순간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걸 ‘그 편지 한 통’을 통해 깨달았다. 그것은 내게 너무나도 값진 선물이었다. 그 이후로 나는 일이 아무리 힘들어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그걸 지켜나가는 것은 늘 존재하는 독자! 혹은 보이지는 않지만 늘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우리 장애인생활신문이 필요한 사람들과의 약속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요즘도 유난히 더 몸이 고된 날이면, 왠지 누군가에게 편지 한 통이 올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우편물을 정리하게 된다. 그날 이후로 생긴 버릇이다. 난 나의 이 버릇이 너무 좋다. 독자로부터 선물 받은 이 버릇이 여든까지 함께 하기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끝으로 이 자리를 빌어서 편지를 보내주신 그분과 더불어 장애인생활신문의 모든 독자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민연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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