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장애인권리협약, 껍데기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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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 장애인권리협약, 껍데기로는 안된다
  • 편집부
  • 승인 2009.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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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가 마련한 ‘유엔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이 지난 10일부터 국내에서 발효됐다. 이로써 이 협약은 국내법과 같은 지위를 갖게 되어 우리나라 장애인의 권리보호와 권익신장의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이 협약의 국내적 이행을 통해 장애인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과 제도가 확립돼 나갈 것이기에 사뭇 의미가 크다 하겠다.


 ‘유엔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은 2006년 12월 유엔 총회에서 회원국 192개국의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협약은 장애여성과 장애아동의 권리보호, 장애인의 이동권과 문화접근권 보장, 교육권과 일할 권리, 자립생활권리 등 전 생활영역에서의 장애인 권익보장을 50개 조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협약에 따라 정부는 협약 실천내용을 정리한 국가종합보고서를 앞으로 2년 이내에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 정부 말대로라면 지난해 4월 시행된 ‘장애인 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은 협약의 주요 내용을 구체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장애인차별금지법만으론 부족하다는 지적이 비등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부는 협약의 국내 발효를 계기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안정적 정착을 위한 모니터링체계를 구축해 장애인차별 관련 실태를 면밀히 파악해 보완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며 장애인 차별금지를 위한 국민인식개선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임을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협약의 비준에 있어 보험가입 차별금지 같은 핵심조항을 유보해 반쪽비준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게다가 협약의 실효성을 확보할 국제적 구제절차를 정한 선택의정서에 대한 비준마저 유보한 상태여서 협약의 이행의지를 의심케 하고 있다.

현재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한 나라는 44개 국가이다. 이중 26개국은 선택의정서까지 비준했다. 총 18개 조항으로 이뤄진 선택의정서는 개인통보제도,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의 조사권 등이 명시되어 있는 문서다. 피해 당사자 등이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에 피해 사실을 통보하면 위원회가 이를 심사·조사·제안·권고할 수 있는 제도를 규정한 것이다.


 정부의 유보조치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 조차 조속한 시일 내에 유보된 조항의 철회와 선택의정서의 가입을 권고하고 나섰지만 정부는 여건이 성숙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협약의 발효를 공포하면서 정작 알맹이는 쏙 빼고 껍데기만 남은 협약으로 장애인의 권리보호와 증진이 가능한지 묻고 싶다.


 정부의 기대대로 우리나라의 장애인 인권과 기본적 자유보장 수준이 한 단계 성숙하고 장애인 인권증진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동참하는 계기가 되기 위해서는 하루속히 유보된 조항의 철회와 선택의정서의 가입을 마쳐야 한다. 협약이 제대로 이행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와 국민의 자발적 참여가 절실하다. 하루속히 상충되는 각종 법률과 제도의 정비가 뒤따라야 한다.


 무엇보다도 장애인의 권리보호는 법과 제도만을 뜯어고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별없는 국민 개개인의 마음속에서 의식이 깨어날 때 가능한 일이다. 국민의 의식수준, 시민의식, 가치관의 변화가 이뤄져야 법과 제도가 제대로 작동된다. 나아가서 법과 제도를 집행하는 집행자의 운용의 묘에서 진정한 권리보호는 가능하다. 복지부동의 마인드로는 아무리 좋은 법과 제도일지라도 흰코끼리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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