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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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과 우울
  • 조제호 기자
  • 승인 2018.12.07 10:05
  • 수정 2018-12-07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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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프카의 작품「변신」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온몸이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가 나온다. 작품은 그레고르의 시점으로 자본주의 병폐와 상실감, 가족 구조의 붕괴에 대해 처절히 묘사하고 있으며, 단테의『신곡』연옥편에는 병든 태아처럼 웅크린 채 죽을 수도 없이 고통 받는 벨라쿠아가 나온다. 우리 사회에는 이처럼 절망하는 이들이 있다. 특히 장기 경제 불황 속 경제적 측면과 장애라는 이중고를 함께 겪고 있는 장애인이 그렇다. 인류의 번영을 꿈꾸는 4차 산업 혁명이 시작됐지만 비장애인 주류 사회는 늘 장애인을 디지털의 완벽성에 부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코드화시키거나 타자화해 소거시켜왔다. 문명과 물질, 집단으로부터 객체로 전락한 이들은 너무나 쉽게 한없는 우울에 침잠하게 된다. 장애로 인해 이들은 언제나 일상과 비일상 사이를 떠돌 수밖에 없고, 수많은 공포와 고통에 매 순간 직면한다. 이들이 건강한 자아를 확립할 수 있도록 사회의 실질적인 정서적 지원이 시급하다.  

 

 2017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이 지역 내 받을 수 있는 건강교실 및 방문보건서비스 등 건강관련 서비스 이용률이 크게 낮을 뿐 아니라, 정신건강 측면에서도 비장애인에 비해 스트레스 경험 및 자살 생각을 하는 장애인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우울증 발병 비율은 중증장애인일 수록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년 동안 연속으로 2주 이상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슬픔이나 절망감을 느낀 적이 있는지에 있어서는 18.4%가 있다고 응답했으며, 자살시도 경험 여부는 장루요루장애가 3.2%, 호흡기장애 2.4%, 뇌병변장애 2.3%였다. 자료에서는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고 있으나 제도가 본격적으로 정착하지 않은 상태임을 지적했다. 현재 유형별 모든 장애인의 정신건강관리제도는 미비하다. 지역별 정신건강증진센터와 보건소도 비장애인이나 정신장애 위주로 편중되거나 단기적 사업과 프로그램에만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장애인의 우울증 등 정신관리와 치료를 위해 지자체와 병원, 센터 등 민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다양한 지원프로그램 확대 및 분절 없는 지속적인 건강관리사업의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

 

 심리학자 프랭클은 그의 로고테라피 이론에서 인간이 고통과 절망에 사로잡혔을 때 삶의 의미라는 수많은 실오라기를 찾아가며 이를 촘촘히 엮는 과정이야 말로 생을 강렬히 긍정하는 실존적 주체가 될 수 있게 한다고 했다. 충만한 의지를 갖게 된 이들의 우울은 결코 고착되지 않고 산포될 것이다. 장애인들이 내면의 무수한 빈 공간과 폐허에 자신만의 고유한 내적 역량으로 매일 채우고 빛내는 자기갱신적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장애인정신건강 지원에 앞장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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