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장애인법/판례로 본 차별 개선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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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장애인법/판례로 본 차별 개선방향
  • 이재상 기자
  • 승인 2015.07.10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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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은 1990년 미국장애인차별금지법(ADA) 통과 후 이를 기초로 장애인차별 소송이 활발히 제기되었고 한국도 2008년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이후 장애인 운동에 많은 변화가 있었으며 일본은 오는 2016년부터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을 앞두고 있다. 장애인법연구회와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서울지방변호사회는 ‘법을 통한 평등 실현’이라는 주제로 지난 6월 12일 이룸센터에서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재상 기자> 
 
장애인차별 개선, 인권위 진정보다 공익소송 활발해야
ADA, 기회평등-차별금지-존중-독립 등으로 구성
 
미국의 장애인권리 3대 법
 미국의 경우 장애인권리의 초석이 되는 3대 법은 미국장애인법(ADA, American with Disabilities Act)과 1973년 제정된 재활법 504조, 장애인교육법(IDEA)이다. 
 미국 법무부 장애인권국장을 역임했던 존 워다치(John L Wodatch) 변호사는 자신이 처음 장애인 인권변호사로 활동을 시작했던 1973년 당시엔 장애인이 접근 가능한 건물과 경사로, 이용 가능한 공중화장실은 없었고 장애아동들은 교육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질 낮은 특수학교에 다녀야 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재활법이 제정된 지 40년, 미국 장애인법 제정 25년이 지난 2015년 현재 미국에선 5,400만 미국 장애인들에겐 독립과 존엄, 선택이 보장되고 있다. 
 워다치 변호사는 “미국에서도 이런 변화를 만들어냈듯 한국에서도 변화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UN장애인권리협약(CRPD, Convention on the Right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을 비준하고 협약을 근거로 한 국내법을 제·개정하고 적극적인 이행프로그램을 통해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54개국에 의해 비준된 UN 조약인 CRPD와 ADA의 기본원칙들은 기회의 평등, 차별 금지, 장애인의 존엄성과 존중, 임파워먼트, 그리고 독립으로 구성됐다.
 워다치 변호사는 “만약 A란 국가가 UN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했고 새 법을 통해 CRPD에 대한 책임을 이행하려 한다면 A국 정부는 A국의 법에 미국이 선택한 것들을 단지 접목하는 방식을 선택해서는 안 되며 ADA와 CRPD의 원칙과 함께 자국의 적절한 문화적 매커니즘을 장애인들의 권리를 향상시키는 데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경우 장애인들이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쉽게 출입할 수 있도록 하고 응급전화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장애인들에게 동등한 기회를 보장하고 있다. 
 이처럼 높은 목표와 사회의 모든 측면을 장애인에게 개방한다는 올바른 의도를 가지고 중요한 쟁점을 선택하고 상징적 대상을 선정해 대중적 관심을 유도하고 그들로부터 지지를 얻어내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통해 새로운 제도가 법제화 돼 적극적 집행 프로그램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  
 미국의 장애인들은 미디어를 활용해 일반 대중에게 장애인 차별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들의 목표와 바람을 알렸으며 그들의 존재를 확고하게 하기 위한 대립의 전략에 미디어를 사용했다.  
 워다치 변호사는 “미국의 경우 장애인의 권리보장을 위한 많은 진보가 이뤄졌지만 장애인의 실업률은 높고 접근 가능한 주택은 부족하다. 접근 불가능한 장비와 웹사이트 등이 남아 있어서 장애인에게 장벽이 되고 있다.”며 “그러나 그들은 끊임없이 나타나는 장애물이나 더딘 변화 속도 때문에 낙담하지 않는다.”면서 “중요한 것은 동등한 권리의 진전을 위한 계속하기를 멈추지 않는 것”임을 강조했다.
 시드 월린스키(Sid Wolinsky) 변호사는 미국 내 장애인들이 처한 현실을 바꾸자는 생각으로 장애인 관련 제도적 문제에 대한 집단 소송을 전담하는 비영리 법률사무소인 DRA(Disability Rights Advocates)를 하버드 로스쿨 출신의 지체장애인인 래리 변호사와 함께 지난 1992년 설립했다.
 월린스키 변호사는 “DRA는 ADA를 근거로 투표장 및 학교 접근권, 인도와 도로의 경사로, 시각장애인 보도블록 표시, 휠체어 이용 장애인의 택시 접근권 등 지난 25년간 400여 개의 소송을 제기했으며 이 중 7개의 사건을 제외하곤 전부 승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장애인의 재난 대책과 관련해 도시별로 5개의 소송을 진행 중”이라며 “장애인의 인터넷 접근성 강화 등이 DRA의 새로운 목표로 부각되는 상황”임을 밝혔다.
 
일본, 2011년 장애 의료모형을 사회모형으로 전환
 
일본의 장애인법
 전 일본 내각부 장애인제도개혁 담당 실장이었던 히가시 토시히로 변호사는 “일본의 경우 지난 2007년 장애인권리협약에 서명했고 2014년 국내 발효된 상태”라며 장애인제도개혁 연혁을 소개했다.
 지난 2010년 발표된 장애인제도 개혁 로드맵에 따르면 장애인기본법 개정을 통한 개혁 추진체제 설립과 장애인종합복지법(가칭) 제정,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으로 구성됐다. 
 2011년 장애인기본법 개정을 통해 장애에 대한 의료모형을 사회모형으로 전환했으며 장애인 시책의 목적을 장애인 지원과 사회적 장벽 제거로 규정했다. 또한 장애인을 보호 대상에서 권리의 주체로 인정하고 이에 따른 개별시책을 재검토하도록 하고 장애인정책위원회에 모니터링 기능을 부과했다. 
 또한 지난 2012년 6월 제정된 ‘장애인종합지원법’의 주요내용으로는 장애의 영역에 난치병 환자도 포함시킬 것과 24시간 활동보조 지원대상에 중증 지적장애 및 정신장애까지 확대, 급여결정제도를 정신 및 지적장애인의 실정에 맞도록 변경할 것 등이다.
 2013년 제정돼 오는 2016년 시행 예정인 ‘장애인차별해소법’은 부당한 차별대우로 인한 권익침해 금지 및 합리적 배려 제공 의무(민간은 노력 의무)를 부과시켰다. 
 일본 변호사연합회 장애인차별금지법 특별부 아즈마 나오 변호사는 피성년후견인에게는 일본 공직자선거법에 따른 선거권 및 피선거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에 대해 지적장애 여성 A씨가 제기한 소송에 대해 소개했다.
 일본에선 지적장애인과 치매 노인, 정신장애인 등 재산관리 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권리옹호를 위해 성년후견인제도를 지난 2000년부터 시행 중이다.
 지난 2011년 제기된 소송에서 도쿄지방법원은 지적장애를 가진 원고 B씨에게 다음 번 중의원 및 참의원 선거에서 투표할 수 있는 지위가 있음을 확인했다.
 재판부는 “선거권은 민주주의의 기본으로 일정 연령 이상의 국민은 평등한 선거권을 갖는다. 여러 가지 핸디캡을 가진 사람 역시 국민이다. 성년후견제도는 재산관리를 할 수 없는 사람에 관한 권리옹호 제도로 선거권 행사에 관한 능력과는 성질이 다르다.”고 판결했다.  
 판결을 계기로 삿보로와 교토 등 각 지역에서 같은 소송이 제기됐다. 지역에 따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제기됐다.
 또한 모든 피성년후견인에게 선거권이 보장됐다. 그러나 중증 지적장애인에 대한 투표 관련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중증장애인 수용시설에서는 투표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 장애인차별 인권위 진정에만 의존  
 
한국의 장애인법
 한국의 경우 UN장애인권리협약을 지난 2008년 12월 2일 ‘차별 없는 건강보험의 제공’을 규정한 협약 제25조 e항 및 ‘협약에 따른 개인진정제도’를 규정한 선택의정서를 유보한 채 정기국회에서 비준, 동의하였고(44번째로 비준) 2009년 1월 10일 조약이 발효됐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염형국 변호사는 “한국의 장애등급제는 1989년 장애등록제의 도입과 함께 시행된 것으로 장애인을 신체적 기능손상 정도에 따라 1급에서 6급까지의 등급으로 구분하여 등록하도록 하는 제도로 그동안 장애인에 대한 각종 감면·할인제도 등 간접적 소득보장제도에서부터 활동지원과 장애인연금, 특별교통수단 이용 등 직접적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장애등급은 장애인에 대한 복지를 결정하는 절대적인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염 변호사는 “최근 들어 장애등급제는 장애인 개인이 처한 상황과 필요·욕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장애인의 몸에 등급을 매겨 장애인을 낙인화하고 장애를 사회적 관계가 아닌 개인의 신체기능 손상의 문제로 왜곡시킨다며 진보적 장애인단체에서는 제도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현행 장애판정 및 등급제도를 검토하여 장애인들의 개별적 특성, 상황 및 필요에 부합하도록 보장하고 복지서비스 및 활동보조서비스가 정신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장애인들에게 그들의 필요에 따라 확대 보장될 수 있도록 장애인등급제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08년 4월부터 시행 중인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대해서도 염 변호사는 “장차법에 따른 구제조치가 효과적이지 않다는 평가를 받으며 법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임을 밝혔다.
 2013년 12월 현재 국가인권위원회에 7,193건의 장애차별 진정이 접수되었으나 이 중 각하가 3,413건, 기각 2,741건으로 대다수의 차별 진정사건이 해결되지 못하고 있으며 인권위의 인적 자원 부족 등으로 진정사건 처리기간이 지나치게 길고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 
 장차법 위반에 따른 법무부의 시정명령은 6년간 단 2건, 법원의 구제조치는 단 1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염 변호사는 “장차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지역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장애인차별 사안을 다룰 수 있도록 장애인인권센터를 각 지자체마다 설치하고 차별구제소송에 대한 소송비용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장애인 차별사안을 다루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인적 자원을 보다 확보하고 전문성을 높이며 독립성을 강화할 것과 법원을 통한 권리구제에 대한 접근이 확보될 수 있도록 장애에 기반한 차별 피해자들의 소송비용을 면제 또는 경감시켜 줄 것, 판사들의 인식을 제고하고, 자신들에게 부여된 구제조치 권한을 인지하도록 할 것, 법무부장관의 시정명령 요건(장차법 제43조)을 낮추어 줄 것 등이 장차법 실효성 향상을 위해 필요하다고 염 변호사는 주장했다.
 법무법인 ‘지평’ 임성택 변호사는 “장애인단체들은 현재 인권침해나 차별행위가 생겼을 때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기보다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고 있는데 법원의 결정은 강제집행이 가능하고 사회적 파장이 더욱 크기 때문에 장애인권의 개선에 더욱 효과적”이라며 “장애인 차별을 개선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공익소송이 활발하게 제기돼야 함을 주장하며 중증장애인 탈시설-자립생활 청구소송에 대해 소개했다.
 한국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사회복지시설인 충북 음성 꽃동네에 살고 있는 장애인 두 명과 시설비리로 큰 논란을 빚었던 사회복지시설 거주 장애인은 시설에서 나오기 위해 사회복지사업법의 절차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 주거지원, 초기정착금 지원 등 자립생활에 필요한 사회복지서비스를 신청하였지만 지자체는 그들의 신청을 거부했고 장애인 원고는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한국의 장애인 정책이 여전히 시설 중심의 정책을 탈피하지 못하고,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지 않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제기된 기획소송으로 미국의 옴스테드 판결(Olmstead Case)을 염두에 두고 제기됐다.
 청주지방법원은 “대도시에서 자립생활을 하기를 희망하는 원고들을 위해 지자체장이 서울 등 대도시의 서비스를 조사하고 연계하여 줄 의무가 없다.”며 “관련 법령에서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원칙으로 국가 등에게 필요한 정책을 강구하고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만으로 주거지원 의무가 도출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없다.”면서 지자체장의 거부처분이 절차법상, 실체법상 하자가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청주지방법원 2010. 9. 30. 선고 2010구합 691 사건) 
 한편, 서울행정법원은 “지자체장의 거부처분은 적법한 복지요구 조사를 하지 않은 절차적 하자가 있고 나아가 재량권의 남용에 해당하는 위법성이 있다.”며 ‘원고 승소판결’을 선고했다.(서울행정법원 2010. 1. 28. 선고 2010구합28434 판결)
 서울행정법원은 거부처분의 실체적 위법성에 대해서는 본격적으로 판단하지 않았으나 행정청이 원고에게 제공할 수 있는 주거지원 시설의 현황조차 파악하지 않은 것은 재량권을 남용한 것에 해당하여 실체적으로 보아도 위법을 면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임 변호사는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은 사회복지가 더 이상 국가의 시혜적 조치가 아니라 국민의 권리이며 사회복지서비스 제공에 관한 절차가 적법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 사법부가 엄격하게 사법심사를 할 수 있음을 천명한 것”이라며 “이는 사회복지서비스 신청절차를 실질적으로 운용할 것을 요구한 최초의 판결이며 시설중심에서 탈시설-자립생활로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태평양, 지평, 광장 등 최근 한국의 로펌 중에는 장애인팀을 구성해 장애인 권리옹호 활동을 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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