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과 헌집 고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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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금과 헌집 고치기
  • 아이라이프뉴스
  • 승인 2014.01.07 14:32
  • 수정 2014-01-0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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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균 전 국민행복연금위원회 위원장

모든 노인들에게 매월 2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으로 불붙기 시작한 기초연금 열기는 작년 대통령선거(줄여서 대선)와 연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줄여서 인수위)를 거치면서 한층 더 뜨거워졌다. 어르신들의 기대가 커지는 만큼 납세자들의 예산 걱정도 커져만 갔고 급기야 공약이행 여부를 둘러싼 국론분열의 조짐까지 나타났다.

기초연금체계의 개혁은 매우 복잡한 과제이기 때문에 다양한 국민의 의견수렴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정부는 국민행복연금위원회(줄여서 위원회)를 만들었다. 위원회는 기초연금에 대한 사회적 합의 수준을 높일 목적으로 지난 3월 20일에 출범했고 7월 15일의 7차 회의를 끝으로 117일간의 활동을 마감했다.

지난 4개월간의 작업은 한마디로 어떤 부분은 고쳐야 하고 또 어떤 부분은 보존해야 하는가를 엄격히 선별하는 헌집 고치기와 흡사했다. 헌집이란 현행 기초노령연금제도 및 인수위의 국민행복연금 안을 말하는데, 기초노령연금 수급자들의 기득권 보호는 보존 대상의 대표적 사례이다. 문제는 헌집 고치기가 때로는 새집 짓기보다 더 어렵듯이 위원회 논의가 일사천리로 순항만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서 놀랍게도 최대 쟁점은 기초연금제도 자체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양자관계로 압축되었다. 즉, 국민연금기금에 대한 불안감과 국민연금에 미칠지도 모를 부정적 영향을 제거하는 문제였다. 다행히 국민연금기금을 기초연금 재원으로 절대 사용할 수 없다는 합의는 위원회 시작 초반에 얻은 쾌거였다.

하지만 기초연금 확대가 국민연금 발전에 방해가 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깊숙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그럼에도 한 가지 희망은 공적연금체계에서 주장역할을 하는 것은 국민연금이고 기초연금은 보조역할에 국한되어야 한다는 원칙에 대한 위원들과 정부관계자 모두의 암묵적 동의가 발견되었다는 사실이다.

위원회가 사회적 합의 수준을 얼마나 높였는가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다양하다. 많은 언론은 당초 ‘모든 어르신에게 20만원’을 지급한다는 공약이 후퇴되었다고 보도하였다. 윤리적 판단만 한다면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정책평가에서 실현가능성을 점검하는 것은 윤리적 판단 못지않게 중요하다. 대한노인회 대표를 비롯한 모든 위원들은 고소득자에 대해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것에 반대하는 국민정서와 국민들의 재정적 부담능력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끝에 전체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것은 무리라고 결론지었다.

하여간 네 가지 의제에서 의미 있는 합의가 도출된 사실은 위원회의 실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국민연금기금에는 손댈 수 없으며. 명칭은 행복연금 대신 기초연금으로 하고 기초연금액은 원안대로 최고 20만 원이며 실시시기는 2014년 7월로 한다는 합의가 완성되었다. 즉, 앞의 두 가지는 고쳤고 뒤의 두 가지는 보존하였다.

다음으로 최종 단일안에 이르지는 못 했지만 선택의 폭을 2개 정도로 좁히는 데까지 진전을 보았던 의제들이 세 개가 있다. 대상자 범위를 65세 이상 전체 노인수의 70% 또는 80%로 한정하고 개인별 기초연금의 지급액은 일률정액 또는 차등지급 중에서 선택하며 만약 차등지급으로 갈 경우, 차등기준은 공적연금 수령액 또는 소득인정액으로 한다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합의문을 대선공약 및 인수위 안과 비교하면, 기초연금 아이디어가 상당 부분 진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대상자 범위는 대선공약과 인수위의 100% 안에서 70% 또는 80%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지급액의 형태에 관해서는 대선공약의 일률정액 원칙이나 인수위의 차등지급 방식과 달리 양자택일을 결행하지 못했다. 나아가 차등지급을 택할 경우, 차등의 기준에서도 공적연금 수령액과 소득인정액의 양자 중 택일을 확정하지 못했다.

서로 다른 의견과 입장을 갖는 다양한 위원들의 의견을 모으는 한편, 가장 현실에 맞는 기초연금이라는 새로운 집을 짓는 작업은 정말 중요하고도 어려운 일이었다. 좀 더 발전된 합의문을 작성하지 못 하고 무거운 숙제를 정부로 넘기게 된 점에 대해서는 아쉽게 생각한다. 기초연금 도입으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부작용에 대해서는 정부가 적절한 예방책을 마련할 것으로 확신한다. 마지막으로, 향후 남은 입법과정 즉, 정부안, 국회 합의안 도출 등의 과정에서 위원회 합의문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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